영희의 하루 2

by Chong Sook Lee



밤새 잠을 설친 영희가 늦게 잠이 들어 일어난 시간은 열 시쯤이다. 아침부터 꿈 이야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바로 일어나서 별로 배는 고프지 않아도 뭐라도 먹어야지 안 그러면 갑자기 배가 고파 고생을 한다. 원래 예민한 장 때문에 여러 가지로 신경을 쓰는데 한동안은 위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한 는 배가 갑자기 고픈 것을 참지 못한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그냥 먹지 않으면 언제 갑자기 배가 고파서 고생을 하는 것이 두렵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뉴스를 보며 정치인들을 한바탕 욕을 하고 그래도 분이 차지 않았는지 투덜댄다. 의 손에는 핸드폰이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화장실에 갈 때도 가지고 가서 열심히 보고 읽으며 샤워장에 갈 때도 음악을 틀어놓는다. 핸드폰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어릴 적부터 읽는 것을 좋아해서 잠시도 가만히 앉아 있지 않았다. 유난히 책 읽기를 좋아하는 영희는 국민학교 1학년 때 한글을 다 떼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위로 형들과 누나들이 많아 어릴 때부터 동화책을 읽으며 자라면서 문학전집을 읽고 세계문학 전집을 다 통독할 정도로 독서광이었다. 그때만 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동네라서 등잔불 아래서 책을 너무 많이 봐서 일찍부터 눈이 나빠져 안경까지 쓰게 되었다. 앉으면 책이나 신문을 비롯해서 무엇이든지 손에 들고 읽던 습관이라 핸드폰을 떼어놓을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열심히 책을 읽었는데 핸드폰이 생기고부터는 책은 안 읽는다. 핸드폰이 간편하고 다양하여 핸드폰만 가지고 논다. 영화부터 연속극 그리고 사전과 성경책까지 원하는 모든 것들을 읽고 볼 수 있기 때문에 핸드폰에 푹 빠졌다. 한동안 화장실에서 무언가를 읽다가 나와서 소파에 앉아 있던 영희는 다시 누울 자세로 자리를 잡는다. 길거리가 얼어있어 걷기가 불편하여 한숨 자고 일어나려는지 누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코를 곤다. 밤에 한잠도 못 잔 사람처럼 잠을 잔다. 누군가에게서 카톡이 오는 소리가 들리니 벌떡 일어나 전화를 본다. 별것도 아니라는 듯이 다시 눈을 감고 코를 골며 잔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더니 커튼을 열고 창밖을 보며 눈을 쳐야 한다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 나간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지붕에 있던 눈들이 여기저기 쌓여있다. 귀찮아도 한꺼번에 치우는 게 힘들어서 그냥 나와서 자주 치운다. 오래된 집이긴 하지만 오래 살다 보니 정이 들어서 인지 이사를 가고 싶지 않다. 가까운 곳에 병원도 있고 쇼핑몰도 있고 교회나 약국, 학교 등 여러 가지로 편리하기 때문에 살 수 있을 때까지 살려고 한다. 조금 움직이며 눈을 치웠다고 배가 고파 점심을 먹었는데 영희는 온몸이 가라앉고 기운이 하나도 없어 소파에 그냥 누워버린다. 꿈을 꾸고 코를 골며 잠에 빠져서 한참을 자다 일어난다. 할 일이 없어도, 심심해도 별 신경 안 쓴다. 이런 생활이 좋다.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자고 싶을 때 자는 이 생활이 좋다.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전화만 있으면 된다. 한숨 자고 지하실로 내려가서 텔레비전을 켜고 드라마를 본다. 젊은이들 나오는 드라마를 보며 시시덕거린다. 삶이 이렇게 또 이어진다. 할 일이 없어도 하루가 오고 가고 바빠도 세월은 간다. 드라마는 혼자 떠들고 여전히 핸드폰을 보며 시간을 까먹는다. 그것도 시시한지 그는 담요를 깔고 화투를 치기 시작한다. 계산을 하는 화투인데 잘 안된다. 하나도 짝이 안 맞고 끝이 난다. 드라마도, 핸드폰도, 화투도, 모두 재미없다. 운동이나 해야겠다며 지압발판으로 올라가 걷기 시작한다. 날씨가 추워서 산책을 못하는 대신에 집에서라도 걸어야 다리 힘이 빠지지 않을 것 같아 열심히 걷는다. 오래 살기를 원함이 아니고 살 때까지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 어느새 밤이 오고 밖은 어두워졌다. 영희의 심심한 하루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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