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희의 하루 1

by Chong Sook Lee



실컷 자고 일어난 영희는 아침을 먹고 바람을 쐬러 나가서 하늘을 본다. 날이 흐린 게 눈이라도 올 것 같은데 며칠 전에 당첨된 공짜 복권을 바꾸기 위해 동네 약국을 향해 걷는다. 가는 길에 우체통에 잠깐 들려 본다. 은행에서 무언가가 왔다. 잊지 않고 보내는 고지서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구겨 넣고 걷는다. 얼른 가서 복권이나 바꿔서 가져오기만 하면 오늘 할 일은 없다. 눈이 쌓인 길을 걸어서 가게에 들어가 복권을 산다. 가게 주인은 말 한마디 않고 귀찮은 듯 복권을 기계에서 빼서 내어준다. 되지도 않는 복권을 왜 자꾸만 사는지 모르지만 그것도 없으면 허전하다. 오랜 세월 동안 그가 복권만큼은 열심히 사는 이유는 안사면 그의 번호가 당첨이 될 것 같아서 산다. 사고 나서 희망하는 며칠 몇 시간 동안이 지나면 휴지통으로 던져지는 것을 알아도 산다. 언젠가는 될 것 같아서 사는데 지금껏 제대로 된 복권 당첨이 되지 않았다. 한두 번 되긴 했지만 그 돈으로 다시 복권을 사다 보면 없어진다. 하늘이 맑다. 며칠 동안 구름 속에 숨어있던 해가 심심했는지 얼굴을 내민다. 눈이 녹아서 길거리가 비가 온 듯 젖어 있다. 하릴없이 걸어 다니다 집으로 간다. 나가도 별로 할 일이 없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이야기하는 것도 다 그렇고 그렇다. 집에서 혼자 있는 게 제일 편하다. 핸드폰 속에 있는 세상을 구경하며 누웠다 앉았다 하며 사는 게 제일 좋다. 젊을 때는 사람들과 만나서 놀지 않으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 이제는 혼자 놀아도 재미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가 심심하면 화투를 치고 그러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놀다 밤이 되면 또 잔다. 팔자 좋다. 누구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사람도 없이 그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면 된다.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핸드폰에서 재미있는 놀이를 찾으며 살면 된다. 사람 사는 게 별것 아니다. 좋은 것 하며 살다가 갈 때 되면 가면 된다. 신경 쓸 것도, 걱정할 것도 없이 그냥 맘 편히 살면 된다. 점심을 잔뜩 먹고 할 일이 없으니 누워서 핸드폰을 뒤져봐도 볼 것도 없다. 시시하니 잠이나 자자는 생각으로 잘 준비를 한다. 소파에 똑바로 드러눕고 얕은 베개를 베고 옆에 있는 담요를 덮고 눈을 감고 잔다. 자신의 코 고는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가 다시 잔다. 이렇게 자면 밤에 잠이 안 와서 고생하지만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잠을 잔다. 밤에 자는 대신 낮에 자면 어떤가. 문제가 없다. 젊었을 때 밤에 일하던 습관이 아직도 몸에 남았는지 낮에 자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다. 시도 때도 없이 눈만 감으면 잘 잔다. 밖은 아직도 훤한데 한밤중처럼 잔다. 할 일이 없으니 잠이라도 자야 한다. 일하기도 싫고 일할 필요도 없다. 일 할 만큼 했으니까 이제 놀아도 된다.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 없고, 있는 것 쓰면서 살면 된다. 신나게 자고 일어났는데 소화가 다되어 배가 심심하다. 뭐라도 먹어야겠기에 빵 한 조각과 보리차 한 잔 먹으니 배가 부르다. 의자에 앉아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다. 시시한데 그냥 보고 있으려니 허리가 아프다. 눕는 게 제일 편하다. 누워서 텔레비전을 보다 보니 또 졸린다. 눈을 감았는데 잠은 안 온다. 잠도 안 오고 텔레비전도 재미없고 심심한데 화투나 쳐야겠다. 금방 떨어질 것 같이 신나게 잘 나가더니 결국 안 떨어진다. 다 집어 치고 뉴스나 본다. 세상이 골치 아프게 돌아간다. 코로나가 속을 속여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 사람들도 더 이상 참지 못한다고 길거리로 나와서 떠들어댄다. 뉴스도 보기 싫다. 봐도 그렇고 안 봐도 그렇다. 그는 다시 소파에 드러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볼 것이 없는데 괜히 이것저것 돌려본다. 그럭저럭 시시한 하루를 보낸다. 내일은 어떤 날이 올지 궁금하다. 아무 일 없이 사는 게 최고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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