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술 난 바람

by Chong Sook Lee
(사진:이종숙)


햇살이 부엌으로

들어와 앉아서 쉬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창문을 두드리며

밖에 나와 놀자고 하는데

어디선가 바람이 찾아옵니다


심심한 하늘은

동장군을 앞세우고 눈을 뿌리며

봄이 오는 길목을 막고

심술을 부립니다

구름은 하늘을 가리며

해님은 숨바꼭질하며

들락날락합니다


집을 지키느라

밤잠을 설친 토끼가

앉은뱅이 소나무 앞에

웅크리고 앉아서 낮잠을 잡니다

빨간 눈을 뜨고 잠을 잡니다

바람이 무섭게 불어옵니다


벽난로 뚜껑이

바람 때문에 들썩들썩합니다

더 이상 흔들릴 수 없어

문을 활짝 열어젖힙니다

윙윙 소리가 들립니다


같이 놀자고 창문을 두드리던

봄바람을

동장군이 멀리 보내고

차가운 바람을 불어댑니다


같이 놀자고

부엌까지 찾아왔던

예쁜 햇살도

바람이 멀리 보냈습니다


오늘은 그냥 혼자서

놀아야겠습니다

바람이 잘 때를

기약해야 합니다


봄이 오는 것을

질투하는 겨울이지만

언젠가는 가리라 믿습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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