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어우러져 사는 세상

by Chong Sook Lee



수다스러운 참새들이 아침을 연다. 앞뜰에 있는 동그란 나무에 사는 참새들이 날씨가 좋다고 잠을 깨운다. 하얀 밥풀꽃이 피는 나무인데 가지가 많아서 많은 참새들이 살기가 좋다. 오르내리고 앉아서 쉬다가 졸기도 한다. 아직은 이파리가 없어 휑하지만 얼키설키 엇갈려진 나뭇가지는 그들의 놀이터다. 머지않아 이파리가 나오면 나무 안에서 참새들은 숨바꼭질을 한다. 참새들이 나뭇가지와 색이 같아 잘 보이지 않고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서 그 나무를 좋아하나 보다. 참새들 수다가 시끄러워서 얼마나 모여있나 커튼을 열고 살짝 나무 안을 들여다본다. 색이 비슷해서 가지에 앉은 새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까만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이 보여서 알아차리지 안 그러면 알 수가 없다.


그토록 정신없이 떠들던 새들이 어디를 갔는지 밖이 갑자기 조용하다. 밥을 먹으러 나갔는지 아니면 다시 잠자리에 들었는지 집 지키는 몇 마리만 남고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 동네 나무를 전전하며 살아간다. 나무가 많은 동네라서 일부러 숲을 찾지 않아도 되는 그들이 무엇을 먹고 사는지 궁금하다. 아무리 봐도 먹을 거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먹고사는 것 보면 신기하다. 어제는 뒤뜰에 까치들이 놀러 와서 버려진 옥수수차 알맹이를 다 먹고 갔다. 그냥 쓰레기에 버리지 않고 새들이라도 먹으라고 몇 개 던져 놓았더니 용케 알고 와서 다 먹었다. 한겨울에 먹을 게 없는데 잘됐다고 먹은 것이다. 날씨가 춥고 겨울이 길어서 산에서 먹을 음식을 찾지 못해서 동네로 내려온다.


예전에는 쓰레기를 비닐봉지에 넣어 놓으면 까치들이 봉투를 찢어 먹을 것을 꺼내 먹어 귀찮았다. 쓰레기 수거 날에 차고 앞에 내놓으면 어떻게 아는지 동네 까치들이 다 헤쳐 놓아서 골치가 아팠는데 분리수거통이 생긴 뒤로는 그들도 어쩔 수 없다. 사람들이 주는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 게을러져서 자꾸만 민가로 내려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그래서 숲에 사는 동물들에게 먹이를 제공하지 말라고 법으로 정해졌는데도 사람들은 추운 겨울에 먹을 게 없어 새들과 다람쥐들이 굶어 죽을까 봐 해바라기씨나 여러 가지 새가 먹는 밥을 가져다준다. 사람들이 음식을 가져다주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니 사람들이 지나가도 꼼짝 않고 빤히 쳐다보며 먹을 것을 주기를 기다린다. 눈 쌓인 숲 속에서 먹을 것을 찾기가 힘들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쉽게 살기를 바라는 본능은 똑같다. 힘들여 일하지 않고 잘 먹고 잘살기를 바라기 때문에 여러 가지 부정부패가 생겨난다. 당장에 먹고 살 돈이 없어도 복권을 사고 놀음판을 쫓아다니며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많다. 뿌린 만큼 거두고 일한 만큼 돈을 버는 게 아니고 사람들을 등쳐먹고 사기를 치며 악랄하게 돈을 버는 세상이다. 사기꾼들이 세상을 지배하여 사기를 당하지 않은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다. 전화 한 통을 잘못받고 손가락 한번 잘못 누르면 전재산이 날아가는 교묘한 사기 수법이 나날이 발전하여 간다. 해결방법은 없고 당한 사람만 억울한 세상에 전화 오는 게 겁을 먹는다. 사기를 당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도 당하는 세상에 사람들은 차라리 전화 안 받고 사기당하지 않는 게 낫다 고 한다.


요즘에는 동네에 어슬렁거리며 걸어 다니는 늑대가 많아졌다. 숲 속에 사는 토끼를 늑대가 잡아먹기 때문에 토끼들이 숲 속에서 살지 못한다. 집을 빼앗긴 토끼들은 동네로 내려와 사는 데 토끼가 없어 배고픈 늑대들이 먹이를 찾아다닌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사람들이 피해야 하는 실정이다. 사람을 해치지 않아도 산짐승의 본능으로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산책을 할 때 혹시라도 늑대를 만나게 되면 쫓기 위해 방울을 달고 다닌다. 그들이 쇳소리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어서 달고 다니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4년 전 아무 대책 없이 들어선 숲 속에서 걷고 있는데 눈앞까지 늑대가 와서 엄청 놀랐다. 남편이 소리를 지르고 나뭇가지를 휘둘러 쫓아 늑대는 담장을 넘어 도망갔다. 알고 보니 반대쪽에서 산책하던 사람이 데리고 다니는 개가 늑대를 쫓고 있었는데 우리와 마주치게 된 것이다.


늑대가 떠난 산책길에서 개 주인과 서서 잠깐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그 지대가 늑대가 많은 곳이라며 가지고 다니는 호신용 칼을 보여주었다. 늑대가 자신의 개의 목덜미를 물고 난 다음부터는 칼을 지니고 다닌다는 말을 들으니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그와 헤어져 우리는 앞으로 가는데 멀리서 늑대 떼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오던 것이 생각이 난다. 코로나로 동네에 있는 초등학교 문을 닫았을 때 조용한 틈을 타서 늑대가 새끼를 낳았던 사건이 있었다. 아무도 없는 운동장 옆에 있는 교실 아래에 새끼 늑대가 포착된 뉴스가 떴다. 둘레에 나무들이 많고 아무도 없어서 숲으로 착각한 늑대가 새끼를 낳았다. 차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게 보여서 어미 늑대는 새끼들을 누가 다치게 할까 봐 학교 언덕을 오르내리며 경계하며 지키던 모습이 생각난다.


정부에서 사람들이 다칠까 봐 접근금지 줄을 쳐서 아무도 가까이 갈 수 없었지만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이 멀리서 새끼 늑대들을 보고 가기도 했다. 이제는 자연과 도시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허물어져 가는데 앞으로 어떤 세상이 될지 궁금하다. 늑대를 피해 숲을 나온 토끼가 있는 동네에 토끼를 찾으러 나온 늑대가 어슬렁 거린다. 사람들이 해를 가하지 않으면 동물도 사람을 해치지 않는다지만 그들은 먹이를 찾아 헤맨다.


늑대는 숲으로 가고 가지 많은 나무에서 사는 참새들과 토끼가 함께 어우러져 살면 좋겠다. 남의 땅을 차지하려고 국민들과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를 난장판을 만드는 심리를 모르겠다. 혼자만 살기 위해 힘없는 나라를 짓밟는 행위는 영원히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폐허가 된 나라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다시 그들의 고국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싸움이 끊이지 않는 지구에 평화가 오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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