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바꼭질하는 계절

by Chong Sook Lee


봄과 겨울이

바쁘게 숨바꼭질을 한다

어제는 겨울이 되어 눈이 오고

오늘은 봄이 와서

화창한 햇살을 만납니다


가을은

앞뜰과 뒤뜰에서

뒹굴어 다니고

봄은 죽은 모습을 하고

봄인 척합니다


땅이 미안한지

원추리와 부추를 앞세우고

튤립도 조금씩 보여줍니다

아무것도 없는 곳에

새 생명이 태어나고

오지 않을 것 같은 봄이 오고

가지 않을 것 같은 겨울도 갑니다


계곡물과 함께 오는 봄이 오고

새들은 목청을 높이며

짝을 부릅니다

오고 가는 계절을 닮은

우리네 삶도

어제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만남과 기쁨은 같이 오듯이

슬픔과 아픔도 함께 옵니다

그리운 이들을

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기에

안타깝고 간절하지만

다 그렇게 사는 게 인생입니다


봄 안에 겨울이 있고

겨울 속에 봄이 있듯이

가을은 그 사이를 오고 가며

망각과 체념으로 마음을 다독이며

찬란하고 화려한 내일의 꿈을 꿉니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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