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과 상고대가 핀 숲 속

by Chong Sook Lee



안개가 짙게 껴서 앞이 보이지 않는다. 어제 하루 종일 내리던 눈이 멈추고 상고대가 눈부시게 피어 보란 듯이 세상을 향해 서 있다. 해가 뜨면 상고대는 바로 녹아 서둘러 숲을 향한다. 아무리 겨울이 길어 싫어도 곱게 피어있는 상고대는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숲은 눈꽃이 만발하고 여기저기 뽀얗게 피어있는 상고대를 보며 가슴이 뛴다. 봄이 오지 않아도 좋다. 이토록 아름다운 겨울과 함께 하면 된다. 오지 않는 봄을 기다리기보다 상고대가 핀 숲 속을 걷는 것도 좋다. 해가 길어지고 비가 올 텐데 올해의 마지막 선물을 주는 자연이 고맙다. 어느새 내일모레면 4월이다. 시도 때도 없이 눈이 오는 이곳이라 봄이 오기 전에 앞으로도 눈이 몇 번 더 내릴지도 모른다. 올 때 오더라도 오늘은 정말 멋있다. 다시 겨울로 돌아간 듯 세상이 온통 하얗다.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좋아하는 강아지처럼 마냥 신난다. 이리 봐도 예쁘고 저리 봐도 예뻐서 사진을 찍으며 좋아하는 나를 보고 남편이 웃는다. 처음 본 것도 아닌데 보고만 있어도 좋다. 화려한 봄과 아름다운 가을도 좋지만 가기 싫어하며 상고대와 눈 꽃으로 유혹하는 겨울도 좋다. 막상 눈이 다 녹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은 봄은 황량한데 하얀 눈이 있어 다행이다. 어차피 태양이 녹여버리더라도 살짝 피어나는 눈꽃을 보니 마냥 행복하다. 어제만 해도 겨울이 가지 않는다고 징징댔는데 오늘은 겨울이 다시 좋아진다. 이렇게 눈이 오고 눈이 녹으면 지루한 겨울도 끝날 것이다. 햇살이 좋고 하늘은 파랗다. 로빈이 떼로 몰려와 날아다니고 나뭇가지에 앉아 쉬고 있다. 봄빛이 좋은가보다. 멀리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로빈의 노란색 배가 동그란 호도 같다. 봄을 마중 나왔는지 이리저리 날아다니느라 바쁘다. 계곡물이 콸콸 흐르는데 무엇을 잡아먹는지 로빈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기다리던 봄은 이렇게 온다. 새들은 목청 높여 노래를 하고 겨울에 보이지 않던 딱따구리 새가 나무를 찍는 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평화로운 세상이다. 지구 한쪽에서는 전쟁을 하고 불어나는 코로나로 봉쇄를 하는 일이 일어나는데 숲 속은 아주 평화롭다.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쌓인 숲 속의 오솔길을 걸으며 행복하다.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보는 태양이 해맑게 웃는다. 그림 같은 숲을 걸으면 욕심도 질투도 없어진다. 자연과 함께 자연과 숨을 쉬며 자연이 된다. 더 바랄 것도 없고 더 높이 오르려는 마음도 없다. 눈같이 하얗고 깨끗한 마음이 되어 앞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행복이 별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이다. 눈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오솔길에 행복이 깔린다. 계곡물에 앉은 나뭇가지가 고개를 내밀어 봄이 어디까지 왔나 목을 쭉 빼고 흐르는 물을 바라본다.



(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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