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네 집에 간다. 마음은 벌써 딸이 사는 곳으로 뛰어간다. 반년 전에 다녀간 딸과 사위가 보고 싶어 달려간다. 봄이 온 지 오래인 빅토리아는 꽃이 만발하여 꽃잔치를 한다. 가로수가 벚꽃인 한국 같지는 않아도 어디를 가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딸도 보고 꽃도 보러 간다. 가까이 사는 둘째 아들이 비행장에 데려다주러 왔다. 이틀 동안 불어대는 바람은 아직도 지칠 줄 모르고 불며 하늘은 까만 구름이 몰려다니며 해를 가린다. 해가 보이면 세상이 밝고 구름이 해를 가리면 밤처럼 어둡다.
저녁 8시 반 비행기 시간에 늦지 않게 준비했다. 역시 집을 떠나는 것은 설렌다. 며칠 전 딸이 예약한 비행기를 타고 빅토리아로 간다. 날짜를 잡아 놓고 오늘을 기다리는데 시간이 느림을 새삼 느낀다. 기다리는 시간은 느리고 가지 말기를 원하는 시간은 너무 빠르다.
딸과 사위가 작년 9월 초에 다녀 간 뒤로 코로나 5 차 유행을 맞고 연말연시에 만날 수 없었다. 식구들이 모여도 조심해야 하고 사랑하는 딸과 사위가 참석하지 않은 연말 행사는 무언가 빠진 것 같이 서운했다. 이제 방역을 어느 정도 해제하며 사람들은 오고 가기 시작하는데 6차 유행설이 나온다. 더 늦기 전에 딸과 사위를 방문하는데 딸의 결혼 후 처음의 방문이라 더 설렌다.
4년 전, 남편과 나의 결혼 40주년 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4월 말에 갔을 때는 날씨도 좋고 꽃도 많이 피어 있어서 환상적이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 해마다 연중행사로 하는 '튤립 페스티벌'에 가서 엄청난 튤립을 보고 놀랐다. 이름을 알 수 없는 가까운 거리에 바다가 있고 숲이 있어 아무 때나 부담 없이 다니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집집마다 나무들이 꽃이 피고 정원은 꽃들이 잔치를 하는 것을 보고 당장에 이사를 가고 싶었다. 여러 가지 만발한 꽃과 푸른 바다를 보며 사는 것은 정말 로망의 삶이다. 그때 빅토리아를 다녀오고 한동안 눈에 선해서 돌아가고 싶었는데 내가 사는 곳에도 꽃이 피는 철이라서 이사를 가지 않고 잘 넘겼다.
가방 하나 들고 가는 1시간 반짜리의 국내 여행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간다. 코로나가 거의 끝나가는 시기라서 그런지 여행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전히 마스크를 써야 하고 큐알코드가 필요하지만 이렇게 오고 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세상에서 부러울게 없이 자유롭게 시간이 되면 아무 때나 왕래할 수 있어 좋았는데 코로나로 2년이라는 시간이 멈추었다.
보상받을 수 없는 세월이고 그 사이에 세상이 많이 변하여 또 하나의 전 환점을 가져온 것이다. 이제는 더욱 철저하게 거리를 지키고 방역을 철두철미 하게 해서 다시는 코로나 같은 끔찍한 전염병이 오지 않아야 한다. 어디서 왔는지 언제 갈 것인지 모르며 막연히 기다린 세월 동안 이별의 뼈저린 경험을 한 것이다.
연로한 부모형제를 만나지 못한 채 떠나보내야 하고 백신 부작용으로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약도 없이 고통을 견디며 생사를 오가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하루빨리 코로나로부터 해방을 간절히 원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돌아가서 관도 부족하고 묘지도 부족한 상태로 가족을 보내는 처절한 현실 속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이 바쁘게 오고 가는 것을 보니 여러 가지 만감이 엇갈린다. 빨리 가서 딸을 만나고 싶은 내 마음을 몰라주는 비행기는 많은 비로 인하여 1시간 반 연착이 되었지만 밤 11시가 다 되어 잘 도착했다. 비가 오는 빅토리아 거리는 가로등에 반사되어 반짝이며 눈이 부시고 몸은 하루의 피로를 풀기 위해 잠에 빠져든다.
딸을 만나기 위해 기다려온 날은 이렇게 막을 내린다. 앞으로 우리에게 올 딸과의 열흘간의 멋진 여정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