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하루의 행복한 여정

by Chong Sook Lee



안개가 자욱하다. 구름은 껴있지만 바람이 차지 않아 걷기에 좋은 날이다. 가까운 곳에 있는 바다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간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비슷하다. 집과 차가 있고 사람과 빌딩이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아직 겨울을 벗지 않아서 봄을 맞지 못하고 있는데 이곳은 완벽한 봄이다. 벌써 오래전부터 꽃이 피기 시작한 이곳은 겨울도 푸르다. 겨울에도 잔디가 여전히 파랗고 소나무와 향나무 그리고 전나무와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많아서 겨울이 삭막하지 않다. 어디를 가든 숲이 우거져 있고 집집마다 다양한 꽃들이 피어 있다. 잔잔한 꽃부터 주먹만 한 꽃들이 피고 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풍요롭다.


멀리 보이던 바다가 점점 가까이 보이고 바닷가에 설치해 놓은 다리를 걷는 사람들이 보인다. 날씨가 청명하지 않아도 안개가 걷혀서 멀리까지 아름답게 육안으로 들어온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대형선이 조금씩 움직이고 미국과 캐나다의 경계선에 있는 산들이 겹겹이 서 있는 게 보인다. 끝이 보이지 않는 수평선이 펼쳐져 있고 갈매기들이 해상을 날아다닌다. 아름답기가 그림 같다. 굳이 하와이까지 갈 필요 없이 바다가 그리우면 이곳으로 오면 된다는 생각을 한다. 멀리 가서 새로운 것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가까운 국내 여행으로 딸도 보고 여행도 할 수 있는 이곳이 정말 좋다.


(사진:이종숙)

멀리 등대가 보인다. 긴 다리를 걸어서 그곳까지 다녀오려고 한다. 배들이 장착되어 있는 곳에 새들이 바쁘게 날고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긴다. 아.. 바다다!. 바다 가운데에 만들어 놓은 다리를 걷는다. 잔잔한 파도가 밀려오고 갈매기가 입에 동그란 조개 같은 것을 물고 머리 위로 날아간다. 여행 온 사람들이 행복하게 웃으며 분주하게 오고 가고 옆에는 바다 물가로 내려가는 층계가 있어 내려가 본다. 다리를 받치고 있는 커다란 돌이 바닷가에 나란히 놓여있어 사람들이 걸으며 바닷속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어 있다.


(사진:이종숙)

바닷물이 맑아서 거울처럼 속이 환하게 보이는데 수많은 맛살들이 새카맣게 돌에 붙어 살아간다. 맛살을 보니 푹 삶아서 먹고 시원한 국물도 마시고 싶은 생각이 든다. 다리 아래 중간쯤 층계에 앉아서 바다에서 잡은 게를 맛있게 뜯어먹고 있는 해달이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어 해달을 구경한다. 게 한 마리를 잡아서 야무지게 뜯어먹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등대까지 걸어가 멋진 바다를 구경하고 돌아가는 길에 국회의사당과 선박장에 들려 구경을 한다. 깊은 역사와 아름다운 전통이 보인다.


색색의 꽃들이 피어있고 사람들은 여기저기 볼거리를 찾아 몰려다닌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많은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와서 봄을 맞이하며 하루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예쁜 곳을 쫓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다. 하늘을 뚫을 듯이 서있는 나무로 만든 인디언의 모습이 멋있다. 아주 오래되고 유명한 호텔 앞은 꽃으로 장식되어 있고 출입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본다. 멋진 식당과 값비싼 물건을 파는 상점들이 있고 직원들은 친절하게 우리를 맞는다. 점심을 먹은 뒤라서 구경만 하고 나왔지만 그런 곳에서 근사하게 차려입고 멋진 식사를 하는 것을 상상하며 나온다.


(사진:이종숙)


선박장에는 부자들이 운영하는 배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개인이 운영하며 호화판으로 배를 만들어 비싸게 운영하는데 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한다고 한다. 우리 같은 서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지만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 세상에는 가질 수 없지만 보기만 해도 좋은 것이 많다. 말마차가 보이고 빨간색의 이층 버스가 다닌다. 햇살이 비출 때는 따스하고 바람이 불면 추워져 모자를 썼다 벗었다 하며 걸어간다. 어디선가 종소리가 크게 울려 바라보니 길 건너에 있는 박물관 앞에 서 있는 커다란 종이 보인다. 종소리가 시내에 울려 퍼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너도나도 머리를 돌려 종소리를 들으며 구경한다.


딸이 빅토리아에 살기 때문에 몇 번을 왔는데도 여전히 좋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이곳은 볼거리가 많아 서민들이 살기에 안성맞춤이다. 특별한 곳에 비싼 돈을 내고 구경하러 가지 않아도 가는 곳이 여행지가 된다. 가까이에 숲이 있고 바다가 있고 공원이 있어서 부지런하면 구경거리가 많아서 시간이 부족하다. 자연이 풍부하고 공기가 맑아 사람들은 여유가 있어 오고 가며 만나는 모두가 행복한 미소를 주고받는다. 여행을 오면 좋은 것만 보인다고 하지만 몇 번을 와도 여전히 평화롭고 아름답다.


내가 사는 곳은 영하의 날씨로 마지막 겨울을 맞는데 시간을 잘 맞춰서 오길 참 잘했다. 이렇게 이곳에서 며칠 있다가 가면 겨울이 떠날 것이라 생각한다. 온 길을 돌아 집으로 향하는 길에 어여쁜 식당이 보인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바닷가 가까운 곳에서 생선 튀김을 파는 식당이다. 여러 사람이 줄을 서서 주문을 하려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옆문 옆에는 의자가 하나 놓여 있다. 음식을 기다리며 모르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딸과 사위가 추천하는 맛있는 생선 튀김을 사 가지고 딸네로 향하는 발길이 가볍다.


이렇게 꿈같은 오늘 하루가 간다. 인생은 선택이다. 태어나 살다가 때가 되어 가는 것이 인생인데 어떻게 장식하며 사는 것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딸과의 4일째 여정이 끝나간다.


해달이 앉아서 게를 맛있게 뜯어먹는다.(사진:이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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