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이처럼 맑고 파랄 수 있을까?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파랗고 햇살은 따사롭다. 비가 많은 곳이라서 우비까지 준비하고 왔는데 그동안 거의 비가 안 왔다. 아침을 먹고 공원을 향한다. 우리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꽃을 더 보여주겠다고 꽃이 많이 핀 공원으로 딸이 데리고 간다. 날씨가 좋으니까 사람들이 나와서 걸어 다니고 의자에 앉아서 오리나 공작에게 먹이를 준다. 원래 주지 말아야 하는데 음식을 주면 손에서 받아먹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계속 준다. 먹이를 찾아 먹는 것보다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먹다 보니 힘들이지 않아도 먹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가는 곳마다 꽃이 만발하고 봄이 완연하여 풍요롭고 먹을 것이 많고 사람들이 사랑해 주니까 사람들 곁을 떠나지 않는다. 지난번에 왔을 때 공작이 날개를 펴고 한바탕 멋진 쇼를 하며 황홀한 자태를 자랑해서 멋진 공연을 본 적이 있다. 둥그런 연못에 연 이파리가 둥둥 떠 있고 통나무 위에 거북이들이 통나무를 돌려 가며 논다.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와 햇빛에서 선탠을 하는 것처럼 신나게 놀고 있고, 다리가 긴 학은 커다란 나무 꼭대기에 둥지를 지으려고 왔다 갔다 바쁘게 날아다닌다. 공원 중앙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에도 꼬마들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놀기 바쁘다.
새들이 놀고 오리가 주인이 되고 다람쥐도 사람들이 주는 먹이 맛을 알았는지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사람들하고 논다. 사람들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다 보면 먹이를 찾는 가능을 잃어 추운 겨울에 얼어 죽는 경우가 많아진다는데도 사람들은 열심히 먹이를 준다. 동물을 사랑하는 게 아니고 그들의 관심을 원하는 인간들의 어리석음으로 수많은 동물들이 죽어가는 현실이다. 오리들이 연못에서 헤엄을 치고 노는데 어떤 여자 하나가 먹이를 주기 시작하자 오리들이 떼로 몰려들어 먹이를 받아먹는다.
예쁜 공작이 오색 깃털을 늘어뜨리고 걸어가는데 어떤 여자가 먹을 것을 손에 들고 공작을 부른다. 공작은 서슴지 않고 그녀의 손에 든 먹이를 찍어 먹고 그녀의 남편은 사진을 찍는다. 사진을 찍기 위해 먹이를 주며 자기만족을 하는 행위가 자연을 파괴하는 결과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온갖 나무들이 봄을 맞아 활개를 펴고 꽃들은 저마다의 모습에 취한 사람들을 유혹하며 활짝 피고 진다.
이곳은 코로나의 규제가 거의 다 풀어지고 관광객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한다. 관광으로 돈을 버는 이곳에 그동안 코로나로 인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제 봄이 오고 날씨도 따뜻하여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밖으로 돌아다닐 것이다. 딸과 사위가 저녁을 대접하겠다며 고급 레스토랑에 우리를 데리고 나갔다. 식당에서 일하는 직원들만 빼고는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오고 간다. 불경기로 사람들이 돈이 없다고 하는 말이 사실이 아니다. 며칠 전에 예약 없이 가려고 했는데 자리가 없다며 오늘로 예약을 했다. 가서 보니 식당은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차 있다. 불경기가 웬 말인가… 세상은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간 듯하다.
먹고 마시고 웃고 이야기하는 소리로 식당이 시끄럽고 분주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코로나는 잊히고 있다. 여러 가지 변이종이 나오고 있지만 위드 코로나의 시대가 되어 감기 몸살처럼, 목감기처럼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처음에 코로나가 전파되며 가졌던 두려움은 없어지고 별것 아닌 것이 되어간다. 감기 몸살도 심하게 앓는 사람이 있고 살짝 아프고 마는 사람이 있듯이 코로나 역시 사람마다 증세가 다르다고 한다. 코로나로 인하여 세상이 변하고 사람들의 삶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아직은 하늘이 파랗고 바람도 상쾌하다. 세상 만물이 생겨나고 자라고 계절이 오고 간다.
(사진:이종숙)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지구가 오염되고 탄소를 줄여야 산다고 하지만 탄소 없이는 산소도 생겨나지 않는다. 자연은 탄소를 먹으며 산소를 내뱉고 사람들은 산소로 숨을 쉰다. 사람들은 한 가지를 따지며 금방 세상이 가라앉을듯한 말을 하지만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 간단한 칵테일과 샐러드를 먹는 사람, 스테이크를 자르는 사람, 식탁 바비큐를 하는 사람, 식성에 따라 여러 가지를 먹고 마신다. 식탁에는 촛불과 화병이 놓여있고 물과 음료수를 가져다주며 주문을 한다. 딸과 남편은 스테이크와 감자 그리고 브로콜리와 매운 고추로 만든 국과 구운 야채를 시키고 사위는 베이컨 버거와 감자튀김을 시켰다. 나는 으깬 감자 위에 뼈를 발라낸 쇠갈비 살을 얹고 양파튀김 장식을 하고 구운 토마토와 아스파라거스, 피망을 넣어 그래비 소스를 넣어 왔다.
갈빗살이라 입에서 살살 녹는다. 감자와 구운 야채들의 풍미가 새로운 맛이 되어 만나는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낭만이 넘친다. 누군가가 해준 음식은 역시 맛이 다르고 편안하고 기분을 좋게 만든다. 그 이유로 세상은 식당으로 넘쳐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하느라 식당은 시끌시끌 하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고 웃으며 시간을 보낸다. 자연은 자연대로 바쁘고 세상은 세상대로 이렇게 움직여진다. 열심히 벌고 열심히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보인다. 벌기만 하다가 죽는 사람이 있고 쓰기만 하고 살다가 빚더미에 치여 죽는 사람이 있는 세상이다. 사람들은 쓰기 위해 벌고 쓰고 또 벌며 살다 간다.
행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옷은 떨어진 것 입어도 멋진 곳에서 비싼 식사를 하며 행복해하는 사람, 비싼 돈 들여서 미장원이나 옷에 돈을 쏟아붓는 사람,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을 찾아간다. 꽃이 피고 나무가 자라는 것은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함인 것처럼 사람들도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인생을 장식하며 행복을 찾는다. 누가 뭐라 해도 세상은 돌고 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