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만드는 선수가 되어도 될 세월이 흘렀는데도 때가 되면 고민이다. 옷장에 옷이 많아도 막상 입으려고 하면 입을 것이 없는 것처럼 냉장고에 여러 가지가 있어도 해 먹을 게 없다. 과일 채소 고기 밑반찬이 나란히 있어 내가 먹어 주기를 기다리는데 해 먹을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
무얼 해 먹을까 냉장고를 열고 닫고 하다가 언뜻 연어 비빔밥이 생각난다. 채소를 채 썰어 담고 연어를 얹어 놓으면 근사한 연어 비빔밥이 될 것 같다. 반찬을 꺼내놓고 연어를 썰어 밥하고 먹어도 되지만 왠지 비빔밥을 예쁘게 만들어 먹으면 더 상큼하고 싱그럽다. 특별히 요리를 할 필요도 없고 있는 야채를 채 썰어 색을 맞추어 놓으면 된다. 안 그래도 해가 길어진 요즘에 기운도 없고 밥맛도 없는데 새콤달콤 한 무언가를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고 손도 많이 가지 않는다.
연어가 없어도 있는 채소를 썰어서 고추장 한 숟갈과 참기름 한 방울 넣어 비벼 먹으면 근사한 비빔밥이 된다. 비빔밥 생각을 하면 어릴 때 친정에서 여덟 식구가 둥그렇게 앉아서 맛있게 먹던 생각이 난다. 아무리 맛이 없어도 엄마의 손맛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은 최고의 맛이 난다. 특별한 재료가 없을 때는 김치를 송송 썰어서 고추장과 참기름을 넣고 김치 비빔밥을 만들어 주신다. 비 오는 날 심심풀이 간식이 먹고 싶다고 하면 익은 김치를 넣고 맛있는 부침개를 만들어 주시는데 우리 육 남매가 그야말로 게 눈 감추듯이 먹어치우면 좋아하시던 엄마다.
별로 특별한 재료를 쓰지 않아도 엄마는 쉽게 맛있는 음식을 만드시는 재주가 있었다. 재료도 흔하지 않던 시대에 콩나물국 김칫국을 맛있게 끓여주셔서 결혼 후 갑자기 엄마 음식이 먹고 싶어 친정으로 달려가던 생각이 난다. 어쩌다 한국에 가면 엄마 음식이 너무나 맛이 있어서 식당에 가지 않고 집에서만 먹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얼마나 힘드셨을까 후회가 된다.
지금도 엄마가 만들어 주시던 음식을 생각해서 맛을 내곤 한다. 지난해 깻잎을 텃밭에 길렀는데 여름에 비가 오지 않아 너무나 가물었던 까닭에 깻잎이 부드럽지 않았다. 깻잎을 추수해서 깨끗이 씻은 다음 가늘게 채를 썰어 갖은양념을 해서 병에 담아 꼭 눌러 놓았는데 어찌나 맛있는지 한동안 잘 먹었다. 세월이 갈수록 옛날에 먹었던 음식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서 엄마의 맛을 기억 속에서 꺼내며 하나씩 해 먹는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나는 짠지도 담아 놓고 간혹 먹으면 엄마 맛이 나서 좋다.
깻잎 볶음을 어찌나 맛있게 하셨는지 지난번에 갔을 때는 밥 한 공기를 깻잎 하나만 가지고 먹을 정도로 맛있었다. 특히 속이 안 좋아 고생하시던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엄마표 새우젓 무침을 잊지 못한다. 새우젓에 고춧가루 참기름 깨소금 송 송 썰은 청양고추와 갖은양념을 하여 파를 넣고 무친 새우젓 무침은 아프고 난 뒤에 기운이 떨어져 밥맛이 없거나 소화가 안될 때 밥에 조금씩 얹어 먹으면 좋다.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데도 엄마 생각을 하면 이런저런 음식 생각이 나고 그리워진다.
이제 추억 속에서 나와서 맛있는 연어 비빔밥을 만들 차례다.
재료를 찾아 꺼내본다.
오이 상추 빨간 피망 김 고추장 그리고 연어 한 조각 이면 멋지고 맛있는 연어 비빔밥을 먹을 수 있다.
요리사들은 쉽고 간단하게 하면서도 맛있는 음식을 뚝딱 만들어 낸다. 내가 요리사는 아니지만 내가 하는 요리는 세상에 단 하나뿐이다. 아무리 남이 만든 음식이 맛이 있고 훌륭해도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이 최고다. 지지고 볶지 않아도 영양을 고르게 섭취할 수 있는 맛있는 연어 비빔밥을 만들어 본다.
오이와 상추와 피망을 채 썰어 놓는다.
연어를 적당한 굵기로 옆으로 가지런히 썬다.
김을 가늘게 가위로 잘라서 놓는다.
프라이팬에 계란 프라이를 한다.
계란 프라이를 할 때는 예열된 프라이팬에 계란을 놓고 불을 끄면 예쁘고 부드럽게 된다.
밥을 그릇에 담고
밥 위에 오이 상추 피망 순으로 가장자리에 올리고 가운데에 썰어놓은 연어를 올린다.
가늘게 썰은 김과 고추장 한 숟갈을 놓는다.
계란 프라이를 연어 옆에 얹고
고명으로 깨소금을 뿌려준다.
빨강 파랑 노랑이 어우러져 꽃이 피어나는 것 같다.
음식을 입으로 먹는 것이지만 눈으로 보기 좋은 음식은 먹고 싶게 한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연어 비빔밥을 오늘 점심이나 저녁 메뉴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