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와 사기가 판치는 세상

by Chong Sook Lee



지나간 날들의 기억은 때때로 나를 찾아온다. 좋은 날도 나쁜 날도 다시 올 수 없기에 그 시절이 생각난다. 기다리던 오늘에 실망하더라도 세월이 흐르면 힘든 것도, 괴로운 것도, 아름답게 승화시키고 싶어 진다. 지난날들이 오늘을 가져왔기에 더욱 소중하고 오늘이 있기에 내일도 기대할 수 있다. 인간에게 망각이라는 것이 없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세월 따라 지워지고 희미해지는 기억이 있기 때문에 남은 삶도 살 수 있다. 순간의 분노와 절망을 이겨낼 수 있는 것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가는 세월 덕분이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희망이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간다. 세상의 온갖 처참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절망하다가도 전쟁과 전염병을 이겨내는 인간승리에 희망을 갖고 하루하루 살아간다.


계절이 오고 가듯 우리 인생도 오고 가고 괴로워도 힘겨워도 세월 따라 살아간다. 전쟁으로 참혹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가슴 따뜻한 이야기가 있어 살만한 세상이다. 생필품을 보내주고 모금을 하여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어 세상은 돌아간다. 그런 반면에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하고 선량한 사람들을 이용하여 사기를 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이 인간을 이곳까지 데리고 왔는지 점점 악랄해지는 인성을 보면 기가 막히다. 뉴스를 보면 세상은 지옥이고 살만한 곳이 못된다. 사기를 당하고 죽고 죽이고 싸우고 복수를 하는 모습을 보면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지 모른다.


돈이 필요한 사람이 금반지를 인터넷에 팔려고 내놓았다가 사기를 당한 뉴스를 보았다. 금반지를 내놓았더니 사겠다는 사람이 금은방 주인이라고 물건을 가져오면 돈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사기꾼은 금은방 주인을 사칭해서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물건을 팔려는 사람은 물건도 잃고 돈도 받지 못한 억울한 사건이다. 교묘하게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쉽게 목돈을 벌겠다는 얕은 수작으로 많은 사람들은 황당한 사기를 당하고 억울해한다. 하소연할 곳도 없는데 잃어버린 돈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기가 막히다. 절대로 당할 것 같지 않은 똑똑한 사람들도 처참하게 당하는 현실에서 사람이 사람을 무서워하는 세상이 되었다.




사람이 무섭다는 것은 옛날부터 내려오던 이야기이다. 예나 지금이나 어디에든 사기가 성행하여 세상에는 사기꾼에게 당하거나 당할뻔한 사람이 많이 있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네에 프라이팬 장사가 왔다. 동네 아줌마들이 몰려가서 너도나도 하나씩 사 가지고 오는데 눈이 부실 정도로 빛이 나서 사고 싶은 마음에 나도 덩달아 샀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어수룩한 아줌마들을 상대로 질 나쁜 물건을 파는 것을 몰랐던 나는 겉보기에 예쁜 프라이팬을 사 가지고 오며 콧노래까지 부르고 집에 왔다. 비누로 깨끗이 닦아서 엎어 놓고 물기가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본 프라이팬이 빨갛다. 깜짝 놀라서 보니 물이 닿으면 새빨갛게 녹이 스는 프라이팬이었다. 이웃집 아줌마한테 가지고 가서 물어보았더니 속았다는 이야기를 해서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 모른다. 그 뒤로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고 해도 떠돌이 장사들한테는 절대 물건을 사지 않는다.


옛날에 내가 어릴 적에 있었던 일이다. 친정아버지가 버스 안에서 소매치기를 당해서 면도칼로 찢어진 주머니를 보고 온 식구가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콩나물시루처럼 사람들이 꽉 찬 만원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던 시절이었다. 두둑하게 수금을 해서 돈을 주머니에 넣고 버스를 타고 오시는 아버지는 쓰리꾼들의 먹이었다. 버스에서 내리고 두둑해야 하는 주머니가 훌쩍한 것 같아 만져보니 지갑은 없어지고 주머니는 난도질이 된 것을 보고 아버지는 땅에 주저앉았다 고 하셨다. 슬하에 육 남매를 두신 아버지의 어깨는 늘 무거웠다. 두 살 터울로 여섯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보시며 행복하기도 하셨지만 사업실패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신 아버지는 하루도 쉬는 날 없이 일을 하셨다.


돈을 버는 날은 기분이 좋아 한잔하고 돈을 못 버는 날은 고단해서 한잔하며 힘든 날들을 버티며 사셨다. 저녁때 집에 오시는 길에는 아버지를 기다리는 자식들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간식거리를 사들고 오셨다. 군고구마 호빵 군만두 군밤 군옥수수를 비롯해서 전병 과자 과자와 붕어빵을 사들고 오시면 새 새끼들처럼 입을 벌리고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시며 하루의 피로를 잊은 아버지를 보며 어서 빨리 생활이 나아지길 간절히 바라던 때도 있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배워야 한다고 어떤 일이 있어도 등록금을 마련해 주시던 친정아버지다. 그 뒤로 우리 육 남매가 다 자라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잡으며 생활에는 여유가 생겼다. 그래도 아버지는 여전히 일을 하시다 정년이 되어 퇴직을 하시고 캐나다로 이민 오셔서 나와 함께 1년 반을 사시다 가셨다. 한국은 나이가 들어도 심심풀이로 할 일이 많은데 비해 이곳은 너무 할 일이 없다 보니 재미가 없다며 한국으로 가셨다.




사람이 사람을 속이고 가짜가 판치는 세상에 산다. 가짜가 설쳐서 진짜는 뒤로 밀리는 세상이 되었다. 오늘 잘 나간다고 내일을 보장할 수 없는 게 세상살이다. 사기꾼이 없는 세상은 없다. 역사이래 함께 살아온 그들 뿌리를 뽑기는 어렵다. 욕심 때문에 사기를 치고 욕심 때문에 사기를 당한다. 싸고 좋은 물건이 없고 쉽게 큰돈을 벌 수 없다. 뉴스를 보고 기억이 몇십 년 전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고차원의 사기를 당하는 현실이기에 까딱 잘못하면 순간에 모든 것들을 잃는 시대다. 손가락 하나로 수많은 돈이 오가는 세상이다. 이 글을 쓰는 중간에도 사기 문자가 뜬다. "코로나가 다시 유행을 하니 집에 있는 사람에게 돈을 준다".는 문자다. 어리숙한 사람도 사기라는 감이 오는데 눈먼 생선을 잡으려고 하는 한심한 세상에 산다.


(사진:이종숙)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