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가 자기 십자가라고?

by 추성은

꼭 사랑해서 결혼하는 건 아니다. 사실 사랑이 뭔지 모르고 하는 게 결혼 아니었던가?

연애의 감정이 깊어져 그것이 사랑인 듯 착각하여 결혼을 결심하기도 하고, 때가 차서 가야 하니까 떠 말리듯 들어서기도 한다. 엄밀히 말해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하는 선택이 아니다.


나와 취향이 같다고 해서, 믿음의 배우자라서, 집까지 빠짐없이 바래다준다고 해서, 편지를 자주 써주고, 먼저 연락해 주는... 이런 행동과 배려를 반복한다고 해서 결혼을 결심할 만큼 사랑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소소하고 정성 어린 태도보다는 안정적인 조건과 넉넉한 물질이 결혼의 동기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어쩌면 그것이 더 솔직한 선택일 지도 모른다.


그 솔직한 선택의 부작용은 결혼생활에서 나타난다.

배우자에게 실망하거나 불만이 쌓일 때, 배우자를 나의 십자가라 여기곤 한다. 성경은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라'(눅 9:23)고 하셨다.

자기 부인이란, 내가 옳다는 고집, 내가 받아야 한다는 권리, 내가 원하는 기대를 내려놓을 때 사랑이 잉태된다.

결혼은 사랑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가능하지만, 성경에서 말하는 사랑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의 길을 따를 때에만 드러난다. 다시 말해 사랑은 감정의 결실이 아니라, 자기 부인의 토대에서 피어나는 영혼의 열매이다.


결국 사랑은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만 발견되는 감정이 아니다. 누군가를 책임지고 살아내는 언약의 자리에 있든, 혹은 결혼하지 않은 채 혼자의 길을 가든, 사랑은 동일하다.

배우자와 자녀를 얻어 다복해 보일지라도, 결국 정신적으로는 '혼자' 남는다. '나를 만족시키는 상대'를 찾는 문제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변해가느냐'의 문제다. 사랑을 줄 능력이 되는 사람, 즉 자기희생이 가능한 사람을 말한다.


누구를 내 십자가로 여기는 원망이 아니라, 부부가 자신을 십자가에 내려놓을 때, 서로가 하늘이 준 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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