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밸류닥터 구자룡 Mar 15. 2020

<축적의 길> 개념설계 역량을 갖춰라

[비즈니스 명저]

서평자 : 구자룡 밸류바인 대표/비즈니스컨설턴트


<축적의 길>, 이정동 저, 지식노마드, 2017.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고도성장은 창업자들과 산업역군들의 피와 땀의 역사였다. 여러 번에 걸친 경제 위기도 슬기롭게 극복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근본적인 진단이 필요한 시점에 등장한 책이 바로 이 책 <축적의 시간>이다. 이정동 교수를 중심으로 서울대 공대 교수들이 공동 집필한 책으로 축적, 개념 설계, 그리고 스케일업에 대해 언급했다. 한국 경제와 국내 산업 현장에 대한 냉정한 진단이다. 한국 산업의 위기는 개념 설계 역량이 없어서 발생했다는 것인데, 다시 혁신이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속편에 해당되는 책이 바로 이정동 교수가 쓴 <축적의 길>이다. 국내 산업에 대한 진단을 바탕으로 해법을 모색했다.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개념 설계 역량을 키우고 시행착오를 통한 경험을 축적해야 한다. <축적의 길>을 쓴 이정동 교수는 '개념 설계(concept design)'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제품의 개념을 최초로 정의한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앞 단계의 밑그림을 그리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한다. 이후 밑그림대로 시행하는 후속 단계는 '실행(implementation)'이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개념 설계와 실행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정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애플이 아이폰을 개념 설계하면 폭스콘은 실행을 통해 실제 제품을 만든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제품은 누군가가 개념 설계를 하고, 누군가는 실행을 하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자문해 봐야 한다. 나는 개념 설계자인가 아니면 실행자인가?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실행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저자는 이것을 로켓에 비유하면서 1단 분리에 성공한 이유라고 한다. 문제는 2단 점화가 필요한데 우리에게 이 역량이 부족하다고 한다. 2단 점화가 바로 개념 설계가 필요한 순간이다.

혁신적인 기업은 개념 설계를 하는 기업이다. 개념 설계 역량은 우리 기업과 산업의 발전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방법이다. 어떻게 해야 개념 설계 역량을 키워 혁신 기업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에서는 도전적인 시행착오 경험을 꾸준히 축적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는 1만 시간의 법칙에서 이야기하는 1만 시간과 같은 맥락이다. 지식과 경험의 축적이 되어야 한다. 시행착오는 경험의 내재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경험의 축적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 이 책에서는 "1. 부족한 개념 설계 역량은 사 오면 된다  2. 창의적 아이디어가 없어서 문제다  3. 생산은 개발도상국에서 개념 설계는 국내에서  4. 천재는 어디에서나 탄생한다  5. 중국은 우리의 생산공장이다"라는 다섯 가지의 착각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 축적의 길로 나아가라고 촉구한다.

개념 설계 역량을 쌓아가는 방법으로 "1. 축적의 경험을 담는 궁극의 그릇, 고수를 키워라  2. 아이디어는 흔하다. 스케일업 역량을 키워라  3. 시행착오를 뒷받침할 제조 현장을 키워라  4. 고독한 천재가 아니라 사회적 축적을 꾀하라  5. 중국의 경쟁력 비밀을 이해하고 이용하라"  등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바로 다섯 가지 축적의 전략을 설명하는 것이다. 정리하면 "개념설계 역량은 사 오거나, 아이디어 하나 얻었다고 금방 생기지 않는다. 오래도록 직접 그려보고, 적용해보면서 시간을 들여 꾸준히 시행착오를 축적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이다.”라고 설명한다.

책에는 디즈니가 2006년에 창의적인 개념 설계 역량을 갖춘 픽사(Pixar)를 75억 달러에 인수 합병한 사례가 나온다. 디즈니가 얻고자 했던 것은 건물, 장비, 프로그램 혹은 판권이 아니라 새로운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끊임없이 창조해 나가는 개념 설계 역량이었고, 바로 그 과정에서 독특한 시행착오 경험을 축적한 사람들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서는 오길비 앤 매더가 금강기획을 인수했다. 디즈니와 마찬가지로 오길비는 금강기획이 구축한 한국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쟁력 때문에 인수를 결정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금강기획 직원 상당수가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새로 설립한 이노션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축적된 역량이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저자는 경영자가 직접 조직을 챙겨야 축적의 길을 걸을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데자뷔(기시감, Déjà Vu)보다 자메뷔(미시감, Jamais Vu)을 자주 경험한다. 지금의 환경 변화는 너무나 익숙한 상황에서 갑자기 나타난 변화로 너무 빠른 변화들이 줄을 잇고 있다. 매일 같은 도로를 운전하는 습관적인 상황에서 어느 날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때 초보 운전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때 축적된 경험이 있다면, 즉 개념 설계를 할 수 있다면 새로운 시도나 변화에 대처를 할 수 있다. 

축적과 맥락이 닿아 있는 단어가 ‘문턱’이다. 문턱을 넘기 위해서는 문턱 밑까지 차오르는 축적의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개념 설계의 문턱을 넘기 위한 경영진의 리더십이 필요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을 축적할 고수들이 있어야 한다. 문턱을 넘을 수 있을 만큼 어떤 분야에 대한 경험의 축적을 이루어 내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시행착오의 중요성,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만들어보았으면 좋겠다. 
 




[훔치고 싶은 문장]


개념설계 역량은 사 오거나, 아이디어 하나 얻었다고 금방 생기지 않는다. 오래도록 직접 그려보고, 적용해보면서 시간을 들여 꾸준히 시행착오를 축적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핵심이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
<축적의 시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이정동 지음, 지식 노마드, 2015년. 


<한국 산업의 미래 전략>,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율곡출판사, 2019.



<히든 챔피언>, 헤르만 지몬, 흐름출판, 2008.




본 서평은 좋은 습관 연구소에서  <비즈니스 명저 100> 으로 2020년 하반기에 출간 예정인 책의 일부 입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출간된 비즈니스 관련 명저 100권 중에서 제가 서평한 책에 대해서만 이곳에 공유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린 스타트업> 혁신의 한계를 혁신하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