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6-20.
지하수를 개발하면 끝나는 줄 알았다. 이게 들어서니 배관공사를 해야 한다. 돔 내부에도 싱크대를 설치해야 한다. 돔 설치할 때 배관공사를 하려고 미리 구멍을 뚫어 놓았지만 도시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배관에 대해 신경을 쓴 적이 없어서 막막했다. 서울에서 배관자재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답십리(황물로)로 무작정 찾아가서 어느 점포에 들어갔는데 나의 설명을 듣고 상담할 수 있는 그런 여유로운 곳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기분이 상했다. 엄연히 고객인데 홀대를 하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나 같은 문외한의 이야기를 듣고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 분주하게 제품을 찾고 따른 손놀림으로 택배 포장을 하는 엄청 바쁜 곳이었다.
소개해준 상점을 찾아가서 이런저런 설명을 한 끝에 PB배관으로 필요한 부품을 선택하면 골라주겠다고 했다. 급하게 손으로 설계도를 그려보고 몇 가지 자재와 부품을 구매했다. 사전에 유튜브에서 공부도 조금 했지만 모르는 세계에 첫발을 딛는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대로 부품을 준비해서 아예 DIY로 주변 정리를 깔끔하게 처리하겠다는 마음으로 4박 5일 일정을 잡았다. 돔이 있으니 텐트를 치지 않아도 된다. 글램핑을 마음껏 할 수도 있다는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우복동 도착했다.
이미 온 산은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청화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이 즐겁게 느껴졌다. 나도 등산을 하고 싶은데 이번은 작업을 해야 한다. 수도 배관 공사는 땅을 파고 배관을 묻어야 하는 일은 미니 굴삭기와 작업 인부의 도움을 받고 돔 내부 배관은 직접 했다. 지하 매립을 위해 굴삭기가 땅을 파는 데도 힘들 정도로 지난번 다져놓은 땅이 많이 굳어 있었다. 관정에서 농지를 가로질러 돔 옆의 수도까지는 작업 인부가 준비해온 엑셀관으로 묻었다. 바깥 수도에서 돔으로 연결하는 부분부터 돔 안의 수도까지 PB관을 돔 밑으로 그것도 직각으로 꺾어지기 때문에 애를 먹었다. 물을 틀었을 때 물이 새서 다시 설치하기를 몇 번 반복한 끝에 완성했다. 쉬운 게 없다는 말이 참 말이다. 여기에 비해 밖의 싱크대에 수도관을 연결하는 것은 식은 죽먹기였다.
혼자 왔기에 북 치고 장구치고 다 해야 한다. 버너와 코펠로 식사를 준비하고 막걸리도 한 잔 하면서 쉬엄쉬엄 작업을 이어갔다. 아침, 점심, 저녁이 후다닥 바뀌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은 나만의 식사가 되었다.
돔을 설치할 때 맨땅에 올려놓을 수 없고 방부목 데크는 비용이 너무 과하고 시멘트는 고정시설이 되기 때문에 불법이 되어 대안으로 파렛트를 사용했다. 돔의 지름이 5.5미터였기 때문에 파렛트(110*110)를 6개 * 6개를 놓고 그 위에 돔을 설치했다. 그러나 나니 남는 공간과 마루 역할을 할 공간에 추가적으로 파렛트를 놓으니 구멍 송송이 되어 보기도 좋지 않고 벌레들도 다닐 것 같아서 점토블록으로 덮기로 했다. 괴산 국도를 지나면서 우연히 골재를 파는 업체를 발견하고 마침 B급 제품이 있어서 개당 340원으로 200장을 SUV 트렁크에 실어서 왔다. 점토벽돌로 데크를 만드니 한결 있어 보인다. 앞으로 괴산을 지날 때마다 여러 번 이런 운반을 통해 전체를 덮을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내의 특별요청에 의해 수돗가를 만들기로 했다. 직접 만들어볼 요량으로 레미탈 등 소요 자재에 대한 수량 계산까지 하고 미장에 대한 공부도 했지만 아직은 단계가 아니라는 생각에 전문가에게 작업 의뢰를 했다. 역시 미장은 전문가의 손길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내가 했으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 같다. 30-40년 전 시골 동네에서 어른들이 시멘트 바르던 것을 지켜본 것이 다였기에 이번 선택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곳은 농지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지번 주소로 되어 있다. 여기는 조선십승지 우복동인데 우복동이라는 것을 내세울만한 것이 없었다. 동네를 지나면서 이 도로가 우복동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동네 집집마다 도로명 주소로 우복동길 몇 번지로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무척 부러웠다. 그래서 검색을 하니 도로명 주소 신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문경시에 문의하니 건물이 있어야 도로명 주소가 가능하다고 했다. 비록 가건물이지만 돔이 있고 도로에서부터 사진을 찍어 제출하면서 신청을 했다. 드디어 도로명 주소가 확정되고 표지판이 나왔으니 찾아가라고 했다. 문경시청까지는 30분 소요되고 실제 그쪽으로는 갈 일이 많지 않아서 농암면 사무소에 찾을 수 있는지 물었고 가능하다고 하여 오는 길에 15분 거리의 농암면 사무소에 들려 찾아왔다. 이 표지판을 돔에 붙였다. 도로와 많이 떨어져 잘 안 보이지만 지금은 여기밖에 붙일 공간이 없다. 나중에 대문을 세우면 그때 옮겨야겠다.
이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것 같다. 물도 나오고, 전기도 들어오고, 잠도 잘 수 있고, 밥도 해 먹을 수 있고, 테이블도 있고, 데크도 있으니 한결 마음이 훈훈해진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소소한 즐거움이 있고 어떤 일의 결과가 흡족하면 그게 행복 아닐까?
그리고 홀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집필에 집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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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깊어가는 만산홍엽을 그저 바라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