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7-09.
어느덧 가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도 주변 정리가 덜 되어 있는데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마음이 급하다. 돔을 설치하고 수도와 전기도 넣고 나니 어느 정도 기반 시설이 된 듯한데 뭔가 부족한 점을 발견했다. 여에는 백두대간 청화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있다. 속리산에서 청화산으로 넘어가는 백두대간의 늘재에서 출발한 등산객이 청화산에 오른 후 원적사로 내려오면 바로 이 땅을 지나 늘재로 연결된 우복동길을 따라 원점 회귀하는 등산로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오지 중의 오지로 생각했다. 그런데 원적사로 배달 가는 우체국 집배원과 택배차량을 간혹 보게 되고, 경찰 순찰차도 간혹 지나간다. 동네 주민과 스님들도 종종 산책을 한다. 주말에는 앞에서 말한 등산객들의 이동이 종종 목격된다. 문제를 느낀 것은 약초꾼들 때문이다. 가을이 되지 송이버섯을 채취하기 위해 우리 밭과 윗집 밭을 가로질러 등산로가 없는 산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산 중턱이고 지키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알만한 사람은 쉽게 채취하러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주말에 우리가 있을 때도 문제지만 주중에 우리가 없을 때는 주인 없는 테이블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불안한 마음에 대문을 달기로 했다. 배관공사를 해주신 분에게 부탁했다. 메모지에 설계를 하고 견적을 냈다. 대충 눈대중으로 그렸다. 도로를 따라 울타리와 철 대문이 완성되었다. 끝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하다. 한쪽 끝은 비었고 반대쪽 끝은 비탈로 인해 다리만 들면 바로 넘어갈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곳곳이 허점인 울타리와 대문이 되었다. 틈틈이 손을 봐야 할 것 같다. 그래도 마음으로는 안심이 된다.
우리 농막이 어느 정도 틀을 잡는 동안 윗집은 이동식 농막 주택을 주문하고 땅을 평탄화하고 농막을 놓을 장소에 기초석으로 기초공사를 했다. 정화조도 묻었다. 드디어 농막을 설치하는 날이다. 배송해 오는 과정에서 마을의 끝집 도로 옆 나무가 차량에 걸려서 나무를 잘랐다. 주인을 찾아도 없어서 그냥 잘랐는데 나중에 주인에게 보상을 따로 했다. 동네분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요구하는 데로 보상을 했다고 한다. 가능하면 문제없이 즐거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는 돔이지만 윗집은 주거가 가능한 고급형 농막을 제작했기 때문에 모든 시설이 다 있다. 싱크대, 화장실, 다락방, 냉장고 등 부러운 품목들이다. 농막 외부에 데크도 설치했다. 별도로 창고도 지었다. 윗집은 주말마다 와서 쉬고 텃밭농사도 짓고자 준비하고 있다. 나머지 땅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내년에 아로니아를 심을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밤 많이 추웠다. 돔 내부 바닥은 전기난방필름으로 공사를 했기 때문에 이것을 틀고 잠을 잤다. 당연히 따뜻할 것으로 생각했다. 예상하지 못한 것은 돔 내부에 따뜻한 공기가 없으면 얼음골이 된다는 사실이다. 몽골의 겔 같은 경우는 중앙에 화로를 피우는데 돔에서 화로를 피울 수도 없고 다른 전열기를 추가로 사용하면 전기가 차단된다. 몇 번 두꺼비집에 가서 내려간 전기를 올렸었다. 아침에 수돗가에 가서 지난밤 많이 추웠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받아둔 물이 살얼음이 낄 정도였다. 아직 11월 초인데.
모든 게 새로운 경험이다. 시행착오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이 너무 자주 일어난다. 하나의 도전이라 생각하고 즐기고자 마음먹는다. 나는 이게 되는데 아내는 힘들어한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래도 함께 동행 해준 아내가 고맙다. 행복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추위에 약해서 따뜻한 남쪽 나라를 찾았는데 그 남쪽이 아닌 것 같다. 본격적인 겨울이 되면 얼마나 추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