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산속 화이트 크리스마스

2020.12.24-27.

by 구자룡

지난번 약간의 겨울채비를 했지만 그것 만으로는 어렵겠다는 생각으로 추가 준비를 했다.


돔 구입 시에 제품 개발사 대표로부터 실내에 냉온풍기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지만 비용을 고려해서 제외했었는데 도저히 겨울 추위를 견딜 수 없어서 냉온풍기를 구매했다. 문제는 돔의 형태 때문에 어떻게 설치해야 안전할지에 대해 설치기사님과 사전에 조율을 하고 나름 준비를 해서 오도록 요청했다. 사용하면서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둥근 형태는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집이나 사무실이 직각과 평면으로 이루어진 이유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돔으로 알게 되었다.


에어컨을 설치할 때 보통은 벽에 부착하면 된다. 시멘트벽은 벽걸이형인 경우에 그냥 고정하면 되는데 돔의 패널은 고밀도 폴리에틸렌 재질이고 이중 구조라서 못으로 고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냉온풍기를 돔에 부착할 수 있도록 나무판을 덧대는 방안을 찾았고, 여분의 나무를 이리저리 톱질하여 맞추는 과정을 상당한 시간 동안 작업한 끝에 뒤판을 만들고 실리콘으로 붙여 설치를 완료했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설치기사님 덕분에 무사히 설치를 했다. 다음에 집을 지으면 꼭 다시 에어컨 설치를 요청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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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몇 가지 세간살이를 들여왔다. 방문 규격(폭 65센티미터)으로 인해 돔 안으로 들여올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는데 많은 제약을 받는다. 거의 2센티미터 정도의 여유를 갖고 냉장고를 들여올 수 있었다. 냉장고 옆에 조리대 겸 수납장, 그리고 싱크대도 이케아에서 구입한 다음 돔 안에서 조립했다. 조립된 상태로는 돔으로 들여올 수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던 TV도 가지고 왔다. 책상도 하나 장만했었기 때문에 이제 어느 정도 살림을 살 정도로 갖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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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거짓말 같이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었다. 아침에 방문을 열었는데 벽돌 데크 위로 소복이 눈이 쌓여있었다. 아침 햇살에 눈이 빛난다. 눈 밭을 거닐어본다. 도로에는 자동차의 바퀴 자국이 선명하다. 이른 아침에 누군가 지나간 모양이다. 만약 눈이 많이 내렸다면 차량 이동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눈을 치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 밖으로 나갈 일이 없는데 굳이 치울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며 그대로 두었다.


아침 먹고 느긋하게 밖으로 나왔을 때는 도로의 눈이 말끔히 치워져 있었다. 일부는 햇볕으로 녹았겠지만 나머지는 누군가 치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스님들이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빗자루를 하나씩 들고 있는 것을 보고 저 멀리 원적사에서 눈을 치우고 내려왔구나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살던 아파트의 두 모습이 교차했다. 평지의 아파트는 겨울 내내 눈이 얼음이 되어 주차장과 길바닥이 미끄러웠다. 그런데 언덕에 있는 아파트는 동네 주민들이 합심하여 눈을 치웠다. 언젠가 폭설이 내리는 날에는 나와 아이들까지 합심해서 눈을 치우고 또 치웠던 기억이 난다. 계속 내리기 때문에 치우지 않으면 이동 자체가 어렵다. 경비원들만으로 불감당이라는 것을 아는 주민들이 함께 했던 것이다. 그 당시 평지의 그 아파트 주차장은 엉망이 되었고, 고생하는 주민들을 많이 목격했었다. 다음에 만약 우복동에 눈이 내리면 먼저 도로의 눈을 치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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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어닥친 코로나19로 한 해 동안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 얼떨결에 구입한 우복동 토지로 인해 다양한 새로운 경험과 아울러 힐링을 하는 행운을 얻었다. 마침 내려온 다음날 눈이 내려 황량할 것 같던 허허벌판을 흰색으로 덮어주어 색다른 풍경 선물도 받았다. 이곳에서 불편함은 있지만 아내와 신혼살림을 다시 차린 마냥 행복하다.


KJR_20201225_Mungyeong-IMG_1561.jpg 우복동 © 2020. 구자룡
KJR_20201225_Mungyeong-IMG_1558.jpg 우복동 © 2020. 구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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