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7-03.01.
우리나라 좋은 나라!
대한민국은 세계가 인정하는 인터넷 강국이다. 여기는 산 속이다. 해발 420미터. 우리보다 위쪽인 해발 700 미터 정도에는 원적사가 있다. 우리 밭을 지나가는 도로 옆에는 전봇대가 있어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원적사로 가는 전주다. 우리 땅에 떡하니 있으니 가볍게 설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신청을 했다. 그러나 설치하는 과정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문제들이 있었다. 고압선이라서 여기서 연결할 수 없단다. 결국 아래 마을에 있는 변압기에서부터 저압선을 끌어와서 전기가 연결되었다. 전봇대가 있었기에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봇대 옆에는 통신선만 연결되어 있는 전봇대가 따로 있어서 역시 쉽게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모두 KT선이다. 인터넷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2020년 1월부터 산간 지방이나 비닐하우스 등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요청하면 통신사들은 무조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초고속 인터넷 보편적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 전봇대는 원적사로 가는 전화선이기 때문에 아예 인터넷을 설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설치를 원한다면 마을에서 여기까지 약 500미터의 광케이블을 새로 설치해야 하는데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략 몇 백만 원이 드는 비용이다. 몇 차례의 민원성 문제제기를 한 후 담당 직원과 여러 번에 걸친 협의와 논의 끝에 특별지원사업으로 방법을 찾았다. 여러 가구가 집단으로 신청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결재를 받을 수 있는 최소 회선 수로 4회선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협상을 하여 3회선으로 합의를 했다. KT 내부 결재를 받는데 담당자가 애를 많이 써주었다. 실제 필요한 2회선이 아니라 3회선을 만 2년 이상 가입 조건이었다. 주말마다 여기에 오는 윗집에서 2회선을 부담하고 우리가 1회선을 부담하는 것으로 내부 정리를 했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SKT 고객인데 이동통신 기지국이 마을 쪽에 있어서 감도가 많이 낮아 접속 장애가 많았다. 전화는 그럭저럭 되지만 인터넷 사용은 불편했다. 불편신고를 해 봤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앞으로 여러 상황을 고려한다면 인터넷을 설치하는 편이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줌으로 회의나 강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드디어 인터넷 설치가 되었다. 그것도 기가 인터넷으로 최대 500M급이다. 그리고 전망과 추가 전봇대 설치 등을 고려하여 추가 전봇대 없이 지중화로 공사를 했다. 전선관을 미리 구입하여 준비를 했다. 설치기사와 협의하여 필요한 장비를 가지고 오게 했다. 전선관에 광케이블을 삽입하여 파쇄석 아래 잡초 매트 밑에 보이지 않게 묻었다.
인터넷이 되니 자연스럽게 TV에서 직접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볼 수 있게 되었다. 간혹 오기 때문에 IPTV는 필요치 않다는 생각으로 결합상품 요청이 있었지만 참았다. 여기까지 와서 TV를 자주 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할인 적용 후 월 비용은 33,000원 정도다. 실제 이용하는 날이 월 5-6일 정도이니 매우 비싼 요금이 되지만 최소한의 문명생활을 할 수 있다는데 위안을 삼는다. 이 산골에 인터넷이 된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