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3.25-28
농지 구입 후 첫 봄을 맞이한다. 무엇을 심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여기는 해발 420미터 높이 산골이고 이전에는 지역 주민이 깨를 심었던 흔적이 남아있다. 토양은 한마디로 척박하다. 삽이나 괭이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다. 큰 돌과 잔돌이 많아도 너무 많다. 고향 의성의 절대농지에서 맨발로 밭과 논에 들어가 일하던 그런 땅이 아니다.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는 것은 아니기에 토양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심고 작물이 생존해야 하니 고심이 많았다.
작물 선택과 재배 방법에 대한 공부도 나름 하고, 자주 들리기 어려운 현실적인 여건도 생각하며 실제 농사를 짓고, 농지원부도 만들고, 농업경영체 등록도 하려면 어느 정도는 생육이 가능한 작물을 선택해야 하고 나중에는 수확의 기쁨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과수나무 중심으로 관리가 쉬운 묘목을 정했다. 농업경영계획서에 아로니아를 재배하겠다고 신고했으니 아로니아를 밭 전체에 반 이상 심을 수 있는 정도로 하고, 나머지는 부수적으로 나중에 산촌생활을 본격적으로 할 때 수확할 수 있는 호두, 밤, 뽕, 대추, 감, 매실나무를 몇 그루씩 심기로 했다. 그리고 조경 차원에서 철쭉을, 조경과 울타리 조성 차원에서 개나리를 구입했다.
묘목시장으로 유명한 시장이 충북 옥천의 묘목시장이다. 우복동과는 대략 1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다. 잘 모르기 때문에 직접 방문해서 고르면 되는데 복잡할 때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아서 기본적인 묘목(위의 자료)은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택배 발송도 가능하지만 직접 방문해서 수령하고 추가적으로 더 구매할 예정이다라고 판매자와 통화까지 했다.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혹시나 해서 전화를 했는데 이미 발송했다고 한다. 직접 수령한다는 말을 잊고 택배 발송을 했다고 한다.
옥천에 가야 할 이유 하나가 사라지면서 아예 포기하고 우복동으로 바로 이동했다. 우복동에는 택배가 잘 오지 않는 곳이다. 이미 식재 작업에 필요한 조치를 한 상황인데 식재할 묘목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번거롭게 된 것이다. 배송 조회, 택배기사와 통화 등을 거쳐 광정에 있는 마을회관 앞에 두면 찾아가는 방식으로 협의했다. 배달사고는 없겠지만 이렇게 중요한 물건을 수령하는데 불안한 상황은 별로 원하지 않는 성격인데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 오지 않게 하려고 직접 방문 수령하려고 했었는데...
여기 땅이 굳어 있어서 삽이나 괭이로 나무 심을 땅을 파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것도 170그루 정도다. 작년에 굴삭기로 평탄작업을 하는데 도와주었던 동네분에게 굴삭기 작업이나 인부를 구할 수 있는지 다시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외국인 인부 2명을 구해주었다. 하루 동안 여유 있게 작업할 수 있는 정도의 작업량으로 생각되었고 일당을 생각하면 굴삭기로 하는 방법보다 비용이 덜 들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작업지시를 해야 할지 난감했다. 한 명은 대학생인데 일은 잘하지 못했지만 시키는 데로 잘해주었고 왠지 친근감이 들었다. 한때 대학에서 겸임교수와 시간강사로 마케팅 관련 과목을 강의할 때 외국인 학생들이 많이 수강했는데 그때의 애처로움이 남아 더 잘해주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꼭 생수를 병으로 준비해야 하고 새참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점심은 각자 준비해온다고 했다. 나 역시 대량으로 나무를 심어본 적이 없기에 처음에는 조금 어려웠지만 금세 방법을 찾고 예정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작업을 마쳤다. 이런 일을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리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아로니아는 밭 중앙에 심었다. 그 사이에는 잡초 매트를 깔았다. 한 때 인기 품목이었던 아로니아가 현재는 시장에서 거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생과를 바로 먹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상주에는 샤인 머스캣이 유행이라고 하고 문경에는 오미자가 특산물이지만 우리는 감히 엄두를 내기 어려운 품목이라서 큰 고민 없이 심어 놓기만 하면 잘 자라는 품목인 아로니아가 딱이라는 생각을 했다.
개나리는 나중에 담장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선택했다. 담장이나 도로에 조경수로도 많이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 옛날부터 노란 꽃이 피는 개나리를 무척 좋아했었다. 담장용으로 화살나무도 생각을 했었는데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 것 같아서 제외했다. 개나리는 촘촘하게 심어야 하기에 골을 타듯이 전체 길이로 땅을 파고 심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파쇄석 밑의 부직포를 들고 그 밑에 전선을 넣어 나름 지중화 작업을 병행했다.
과실수는 2미터 이상의 간격을 뛰워 대문 쪽과 계곡 쪽 공터, 그리고 동쪽에도 심었다. 동쪽은 감나무, 호두나무, 뽕나무 등 나무가 자라면 그늘 역할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매실나무는 관정 주변에 심었다. 도로를 지나가는 사람들도 봄철에는 매화꽃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3월 말 야산에는 생기가 돌기 시작했지만 잎이 없는 나무들을 심었어도 표시가 거의 나지 않는다. 나무의 연생이 1년생 혹은 2년생 정도라 크지도 않다. 나중에 자랐을 때의 공간을 생각해서 적당한 거리를 두고 심었기 때문에 더욱 휑한 느낌이 든다. 여름쯤 되면 잎이 나서 과실나무를 심은 표가 나야 하는데... 그리고 죽지 않고 잘 자라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