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11-14.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심상치 않다. 정부에서도 설 연휴를 가능하면 이동 자재를 권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고향을 떠나 객지로 나간 이후 딱 한 번을 제외하고 명절에는 항상 고향을 방문했었다. 딱 한 번은 1998년 말 김대중 정부에서 진행한 정부 경영진단의 연구진으로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4시간 정도의 수면으로 4개월 중 2개월을 보냈다. 초인적인 일정과 과업으로 공무원 30%를 감원하는 프로젝트였다. 결과적으로 당시에 작은 정부를 실천하는데 일조를 했었다. 개인 과제로 고객만족도(CSI) 연구책임을 맡았으며 이후 행정 만족도, 공기업 고객만족도 등의 제도로 정착되었다.
이번 설에는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에 동참하면서도 고향을 방문하는 방법으로 설 이틀 전에 고향에 가서 어머님과 하루를 보내고 설 전날 형님 가족이 도착하기 전에 고향을 떠나는 방안을 형님에게 설명하고 아내와 함께 이동했다. 고향인 의성을 방문하여 어머님을 뵙고, 형님이 농사를 지으려고 새로 비닐하우스를 지었다고 하여 구경을 갔다. 이 밭 옆에서는 사촌형님의 오이 재배 비닐하우스도 있어서 사촌형님도 뵙고 사정 이야기도 했다.
내가 고향으로 돌아가서 귀농이든 귀촌이든 할 생각이 없는 이유가 바로 이와 같은 특수작물 농사를 짓고 있는 옆에 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고향에 가면 형님이든 사촌형님이든 농사일을 하고 있는데 카메라를 들고 사진 작업을 한다고 한가하게 놀러 다닐 수 없다. 나는 사진 작업이지만 형님들이 보기에는 농사철에 도와주지 않고 놀러 다닌다고 할 수 있다. 핑계 아닌 핑계로 오래전부터 고향 마을이 아닌 지역으로 낙향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마침 작년에 땅을 살 기회가 있었고 바로 이곳 우복동이다.
고향에서 어머님과 하룻밤을 보낸 다음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복동으로 왔다. 이곳은 코로나 청정지역이다. 윗집도 와서 완전체로 4명이 신축년 설날을 함께 보냈다. 비록 차례를 지내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고향 하늘에 두었다.
지난번에는 광정 마을로 산책을 갔었기에 이번에는 우복동길을 따라 늘재 방향으로 갔다. 일부 등산객들이 늘재에서 출발하여 청화산을 오른 다음 원적사로 내려와서 우리 밭을 지나 우복동길을 따라 늘재까지 산행하는 원점회귀 등산을 한다. 길을 확인할 겸, 산책 코스도 개발할 겸, 그리고 나중에 눈이 올 때 썰매를 탈 수 있는 장소도 물색할 겸, 겸사겸사 가벼운 마음으로 걸음을 옮겼다.
늘재로 가는 이 길은 원적골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간간히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골짜기에 갇힌 느낌의 우리 땅과는 달리 여기는 확 트인 느낌이다. 만약 이곳의 땅을 볼 기회가 있었다면 여기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 같다.
우복동 마을과 늘재의 중간 정도쯤에 큰 규모의 밭이 있어서 올라가 봤다. 농사를 짓는 땅으로 어림잡아 2천 평은 됨직했다. 겨울철이라 작물은 없지만 경사가 어느 정도 있고 넓기 때문에 만약 눈이 쌓인다면 썰매를 타기 좋은 장소 같았다. 친구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모임에서 예전에 대관령의 어느 펜션에 간 적이 있다. 당시 혹시나 해서 눈썰매를 두 개 준비해서 갔는데 그 동네의 어느 경사진 밭에서 신나게 눈썰매를 10여 명이 함께 탄 적이 있다. 그때 분위기를 이곳에서도 언젠가 가능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리고 발을 멈추게 하는 멋진 능선을 발견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바로 백두대간 속리산 종주 능선이었다. 2018년에 등산을 했었던 그 구간이 한눈에 들어왔다. 오른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문장대이고 왼쪽으로 신선대를 지나 왼쪽 가장 높은 봉우리가 천왕봉이다. 당시에 찍은 사진을 찾아오니 문장대에서 찍은 사진 중에 오늘 우리가 있었던 장소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속리산 종주 기행문)
앞으로 기회를 만들어 속리산 종주 능선을 장엄하게 사진으로 담아보아야겠다. 이 장소도 좋고, 청화산 정상이나 시루봉 정상도 뷰가 좋을 듯하다. 속리산 능선이 실루엣으로 보이는 일몰 때 풍광이 더 장관일 것 같기도 하다. 나의 버킷리스트에 하나 올려본다. 속리산 종주 능선 일몰 사진 찍기(청화산 혹은 시루봉 정상에서)
*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번 설 연휴기간 전후에 고향에서 2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탑산온천 방문객이 코로나19에 확진되고 이를 매개로 누적확진자가 53명으로 늘어났다. 당시에 선택이 현명한 의사결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발의 차이로 감염을 모면한 것 같다. 동네 주민도 여러명 검사를 받았지만 다행히 고향 동네도 무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