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도솔봉 트레킹 기행문

[백두대간 트레킹 기행문 : 길 위의 길]

by 구자룡

[백두대간/백계 11차] 소백산 도솔봉(단양 사동리-묘적령-묘적봉-도솔봉-죽령) 트레킹 기행문


일자 : 2017년 8월 12일(토)-13일(일)

코스 : 단양군 대강면 사동리-묘적령-묘적봉-도솔봉-삼형제봉-죽령(12.5km)

야영지 : 도솔봉 아래 헬기장

참가대원 : 구자룡, 김근식, 이경화, 김양수, 이근수


8월 12일(토) 10시 25분 풍기역에서 대구팀과 서울팀이 만나서 죽령으로 이동 후 단양군 대강면 택시를 불러 사동리로 이동

사동리 감내골에서 11시 45분 트레킹을 시작하여 작은 폭포수 옆에서 점심 먹고(12:02-13:09) 다시 트레킹을 시작하여 묘적령 도착(16:08)

백두대간 길인 묘적령에서 묘적봉을(17:06) 지나 도솔봉 아래 헬기장 도착(18:41) 및 야영, 저녁식사


8월 13일(일) 6시 기상 및 아침 먹고 8시 37분경 출발하여 도솔봉 지나 삼형제봉을 돌아 죽령에 12시 40분경 도착 후 경화 차량으로 풍기읍내 사우나장에서 가볍게 몸을 씻고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고 해산


에피소드(Episode) #1 우여곡절

전통적으로 하계와 동계는 2박 3일로 계획했으나 폭염이 계속되고 안전한 트레킹을 위해 1박 2일로 결정했다. 특히 1박만 가능한 대원들도 있고,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포기해야만 하는 대원도 있고, 일정을 맞추기 어려운 대원들도 많아 다양한 시도 끝에 결정했지만 결과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그동안 늘 함께 했던 용상이가 휴가 일정을 맞추지 못한 아쉬움, 그로 인해 책사를 읽은 우리는 여러 보이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장교 출신으로 작년 우두령에서 바람재까지의 고난의 행군에서 물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던 제호의 부재로 물관리에 실패하는 아쉬움을 주었다. 약방의 감초 같이 항상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해 주었던 진원이의 빈자리는 더 컸다. 폐 염증 진단을 받고 안정을 취하면서 치료를 해야 하는 그 심정 얼마나 아플까? 마음은 아마도 우리와 함께 트레킹을 하고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행히 큰 문제없다 하니 다행 중 다행이다.

이런 여러 정황으로 인해 이번 하계 백패킹을 중단할까? 연기할까? 그냥 원래 계획대로 가야 할까? 아니면 1박으로 줄여야 할까? 번민과 고민의 긴 터널을 지날 때 경화가 결정적으로 이견을 제시해 주었고 지금 후기를 쓸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런 연유로 앞으로 백계의 원칙을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KJR_20170812_Dosolbong-IMG_9823.jpg


에피소드(Episode) #2 알탕

작년 김천 삼도봉-우두령-바람재(황악산) 백패킹에서 직지사로 내려오는 길에 알탕을 하자고 조르던 진원이의 소원을 들어주고자 했다. 백계 1차 설악산에서부터 백패킹을 하면서 물과 친하지 못했다. 백두대간이 원래 능선이니 물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만 그래도 간혹 계곡 옆으로 지나가는 경우들이 있었지만 국립공원은 입수 금지이고 나머지는 여름철임에도 계곡에 물이 없어서 이루지 못한 소원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번 사동리 감내골은 충분히 알탕을 할 수 있는 조건이었다. 그런데 그 알탕을 소원했던 진원이가 불참했다. 감내골에서 임도를 따라 조금 걸은 이후 본격적으로 묘적령으로 올라가는 트레킹 코스 바로 옆에 폭포가 보였다. 점심시간이 된 관계로 점심해 먹고 잠시 쉬기 안성맞춤인 계곡으로 내려가서 라면으로 첫끼를 준비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아무도 알탕을 즐기는 사람이 없다. 아마도 하산길이었으면 모두 알탕을 했을 텐데. 사우나 비용도 절약할 겸… 진원아 다음에 하자.


에피소드(Episode) #3 뺑뺑이

맛있게 점심 먹고 다시 트레킹을 시작했다. 햇빛도 없는 숲 속 깊은 길에 오직 근식이만 선글라스를 멋있게 착용하고 길을 앞서 갔다. 그런데 갈수록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가파른 길에 작은 물길을 서너 차례 가로지르고 전진과 후진을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겨우 임도를 찾았다. 그런데 그 임도에서 왼쪽 길인지 오른쪽 길인지 분간할 수 없는 상태였다. 지도와 나침반이 있었지만 산속이라 측량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 곳은 이동통신 불능지역이라 스마트폰 지도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여기에 앞서 가던 양수가 화들짝 놀라는 바람에 함께 가던 우리 모두 놀랐다. 뱀이 출몰하는 지역이라는 경고가 감내골 입구에서 보았지만 갑자기 마주친 뱀은 두려움 그 자체였다. 그것도 벌써 두 마리 째다. 독사에 물린 경험이 있는 근식이가 사경을 헤매었던 무용담(?)을 들으며 진퇴양난의 길을 걸었다. 원래 계획했던 길은 감내골에서 묘적령으로 바로 올라가는 길이다. 2.2킬로미터로 보통은 1시간, 우리 걸음으로는 2시간이면 충분한 시간이었다. 무려 3시간이 소요되었다. 스마트폰 궤적으로 확인해 본 결과 적어도 1시간 30분 정도 뺑뺑이를 돌았다(13:25-15:07).

묘적령으로 가는 바른 길을 두고 어느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가야 할 것을 오른쪽으로 안내한 멋쟁이 아저씨를 뒤따르는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용상이가 있었다면 의심했을 텐데… 이제 임도에서 다시 묘적령으로 올라가는 길을 찾고 나니 모두 안심이 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백두대간 주능선인 묘적령에서 마시기로 했던 정상주를 미리 마시기로 했다. 양수가 차게 해본 캔맥주로 건배를 했다.

KJR_20170812_Dosolbong-IMG_9963.jpg


에피소드(Episode) #4 생수 샤워

이번 트레킹은 여름이긴 해도 1박 2일이기 때문에 사전 준비사항으로 각자 생수 3리터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제시했었다. 중간에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없고, 작년 김천 우두령에서 바람재로 가던 생각을 한다면, 그리고 2015년도 두타산-청옥산-이기령 백패킹에서 생수 부족으로 인한 고통을 생각한다면 물을 충분히 준비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사람이 무려 500리터 12병 즉 6리터를 가지고 왔다. 여기에 첫끼를 계곡에서 먹었기 때문에 6리터나 가지고 온 사실을 모른 우리들은 라면물을 계곡물로 해결했다. 아무리 민중의 지팡이인 폴리스가 해도 이 무게를 묵묵히 감당한 그 노고를 치하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남는 물을 해결하기 위해 그 아저씨 스스로 알탕이 아니라 알몸으로 500리터 샤워를 했다. 우리 이외에 아무도 없는 자연에서 완전한 누드 샤워를 멋있게 해치웠다. 덕분에 나는 생수 1병을 풍기에서 서울로 오는 버스에서, 나머지 1병은 집에 와서 냉장고에 넣어서 시원하게 마실수 있었다.


에피소드(Episode) #5 곰돌이

도솔봉은 1300미터가 넘는 곳이라 아무리 여름이라 해도 저녁에는 싸늘해질 수 있다고 미리 예고했었다. 각자 나름 여름 추위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 지난겨울 태백산 바람의 언덕에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 한 아저씨는 그곳에서 지난밤 추위에 떨게 했던 텐트를 버렸다. 이번에 빨간색으로 멋진 텐트를 하나 준비해서 자랑했다. 그 추위를 잊지 못한 이 아재가 겨울 내복을 입었다. 겉 옷을 입지 않으니 한편으로는 죄수복 같고, 또 한편으로는 곰돌이 같았다. 저 빈티지스러움에 모두 놀렸다. 그러나 이때까지는 이 내복의 진가를 모두 알지 못했다. 근식이는 굳이 럭셔리를 보여주겠다고 해변에서 사용하는 타울 인지 담요인지 하나를 덮어쓰고 비교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반주에 취기가 오를 때쯤 헤드렌턴 불빛에 반사되는 구름 속 습기가 얼굴을 스쳐 지나가고 바람이 불 때마다 한기가 들기 시작했다. 바람막이 재킷으로는 불감당이 이었다. 아직 술과 안주가 많이 남아 있었다. 겨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추위 때문에 자리를 파할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때까지도 곰돌이 아저씨는 그저 씩씩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에피소드(Episode) #6 몸보신

대구팀에서 전날 저녁에 만나 어떤 음식을 준비할 것인지 논의를 했었다고 한다. 나름 조정을 했다지만 막상 저녁식사를 하는데 경화가 불고기를, 근수가 족발을, 그리고 양수가 어묵탕을 준비해왔다. 여기에 근식이가 직접 재배한 오이 고추와 반찬으로 과하게 저녁을 먹었다. 매번 고마운 일이지만 경화 부인이 불고기와 반찬을 준비해 주었다. 양수는 어묵과 두부를 얼음팩으로 냉장을 해서 가지고 오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습하고 찬바람에 온몸이 한기를 느낄 때 어묵탕으로 잠시나마 몸을 녹였다. 여기에 대용량 맥주를 가져와서 소맥으로 반주를 했다. 근수는 서울 한복판 동네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는 식당에서 족발을 특별히 준비해서 따뜻하게 데워서 그 맛 그대로 재현해서 먹었다. 서울팀만 고대하는 것 중 하나는 근수가 새벽에 직접 말아 온 김밥을 기차에서 먹는 즐거움이다. 아예 집에서 아침을 먹지 않고 나온다. 후배들 덕분에 항상 과식을 하게 되지만 그래도 그대들이 있어 행복하다. 다음에는 양을 조금만 줄여도 몸이 좀 더 편할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다. 갈수록 나이 들어가니 무릎을 조심하게 다루어야 하지 않을까.


에피소드(Episode) #7 봉침

트레킹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뒤쪽에서 갑자기 악소리가 났다. 근수가 벌에 쏘였다. 코카콜라에서 사용하는 작업용 장갑이 좋다고 얻어서 여벌로 가지고 온 것을 미쳐 준비를 하지 못한 나에게 한 벌을 주기도 했던 그 장갑을 끼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쏘였다. 간단하게 약을 바르고 옛날 내가 소 풀 먹이러 갔다가 땡비에게 물렸던 이야기, 왕벌에게 물린 사람들 이야기 등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잊고 있었다. 그로부터 3일째인가 근수가 부어오른 손 사진을 밴드에 올렸는데 많이 부은 모습이었고 간지러움이 더한다고 하니 이제 서서히 나아지려는 것 같았다. 이것을 보고 누구는 돈을 주고 봉침을 맞으러 간다느니 하니 쏘인 근수는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아니 백패킹 하는 중에 한 번도 벌에 쏘인 것에 대해 아프다고 말하지 않아서 잊고 있었는데 혼자 아픔을 참았다는 것인지 마음이 아프다. 나는 하산하면서 바위에 쓸린 팔의 찰과상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약을 바르고 붙여준 밴드를 아직 붙이고 있다.


에피소드(Episode) #8 전신 문신

예정보다 40여분 늦게 죽령에 도착하여 풍기읍내로 나와서 알탕이 아닌 사우나탕에 가서 가볍게 사워를 하고 점심을 먹고 해산하기로 했다. 풍기에는 온천이 있지만 우리는 온천을 할 여유로운 시간이 없어서 읍내 조그마한 목욕탕이라도 좋다는 생각으로 목욕탕을 검색해서 풍기관광호텔 사우나장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왠지 분위기가 심상찮다. 온몸에 문신을 한 청년들이 작은 목욕탕 안에 우글거렸다. 우리도 다섯 명이었지만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대체로 앳된 얼굴들이었다. 샤워기마다 죽 서서 있는 모습이 영화의 한 장면 같기도 했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조심해야지. 괜히 비눗물 튀겼다고 시비가 붙으면 우리만 봉변을 당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조용히 사워하고 나왔다. 문신에 대해 어느 누구도 한마디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리고 모두 경화 차에 올라타고 한숨 돌렸다. 경화의 경험으로는 애들 별것 조폭이 아니라 그냥 배달일을 하는 그런 애들이라고 했지만 그들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서열 관계와 깍듯한 선배 대접에 우리 청년들의 현실이 겹쳐져 마음이 편치 않았다. 아마도 풍기 깍두기들이 다 모였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수의 젊은이들이었다.


에피소드(Episode) #9 결국 공수표

이번 백패킹의 하이라이트는 도솔봉(1314미터)에서 야영하며 소백산 주능선(연화봉-비로봉-국망봉)을 배경으로 일몰과 일출 구경, 그리고 탁 트인 조망에서 별을 구경하는 것이었다. 도솔봉에서 야영한 것 말고 다른 모든 것은 예상했던 것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 결국 공수표가 되고 말았다. 옛날에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몰이나 일출을 보려면 3대에 덕을 쌓아야 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나는 언제가 박성호와 후배 몇 명과 함께 간 산행에서 일몰을 보고 다음날 새벽 일출을 보았다(그 당시에는 천왕봉 조금 아래에서 야영을 했다). 물론 이때가 세 번째 지리산 종주였었다. 조상님 덕분에 그 멋진 광경을 보았는데 이번에는 아직 덕이 부족한 모양이었다. 지난봄 제2 연화봉 대피소에서 잤을때 일어나서 일출을 보러 갔어야 했는데. 이번에는 아예 텐트 안에서도 볼 수 있는 장소였는데…. 첫날은 그나마 조망이 되었지만 저녁부터 도솔봉에는 구름이 꽉 찼고 이런 상태로 죽령까지 내려오는 길 내내 같은 상황이었다. 소백산 신령님이 우리들을 아직 받아들이지 않으신 것 같다. 2015년 1월 4차 백패킹에서 고치령에서 출발하여 죽령까지 가려했던 계획은 눈에 막혀 늦은맥이재까지 밖에 가지 못했었다. 그때 만약 무리를 했다면 안전에 문제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의 안전한 산행 원칙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다음에 보면 되지 뭐.


KJR_20170812_Dosolbong-IMG_9945.jpg

[백계 운영 원칙 변경]

이번 백패킹을 하면서 여러 의견들을 수렴했다. 무리한 코스, 2박 3일, 강행군 등에 대한 부담을 들었다. 아직은 2박 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대원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래서 이런 의견들을 바탕으로 원칙을 다시 정리했다.

봄, 여름, 가을 정기적으로 1박 2일, 겨울은 2박 3일에 1박만 야영하고 1박은 민박으로 백패킹

평균적으로 10킬로미터/10시간 정도의 트레킹 코스로 계획

이벤트로 울릉도(2박 3일), 몽골 및 바이칼호 등 백패킹 계획(추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동설한 영동 민주지산 트레킹 기행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