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트레킹 기행문 : 길 위의 길]
[백두대간 13차] 영동 민주지산 트레킹 기행문
일자 : 2018년 1월 26일(금)-28일(일)
백계 13차는 오대산(진고개-동대산-두로봉-비로봉-상원사) 백패킹 계획을 세웠으나 한파와 소수 참여로 민주지산으로 변경하여 진행했다. 비록 백두대간길을 조금 벗어났지만 그 덕분에 백두대간의 주 능선을 조망할 수 있었다. 오대산은 여름에 가는 것으로 잠정 결정했다.
원래 산행 계획은 도마령-각호산-무인 대피소(1박)-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2박)-물한계곡 코스였다. 첫날 너무 추운 관계로 2박 야영을 포기하면서 민주지산에서 자연휴양림으로 바로 하산하는 코스로 변경했다. 민주지산(岷周之山)은 충청북도 영동군, 전라북도 무주군, 경상북도 김천시의 경계에 있는 높이 1,242m의 산이다. 예로부터 이 일대 주민들은 삼도봉에서 각호산까지 산세가 민두름(밋밋하다)해서 '민두름산'이라고 불렀는데, 일제 강점기에 한자로 표기하면서 민주지산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동국여지승람》과 《대동여지도》에는 백운산(白雲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출발일인 2018년 1월 26일은 5일째 계속된 강추위로 한파경보가 내려졌다. 예보한 민주지산의 기온은 영하 16도, 체감온도 영하 22도였다. 오래전 계획한 일자이며 휴가 일정을 조정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계획대로 진행하게 되었다. 먼저 대전역에서 함양에서 올라온 용상이와 만나 가락국수 한 그릇 하고 황간으로 가는 무궁화호 열차를 탔다. 대구에서 출발한 진원이가 영동역에서 탑승하여 짧게나마 황간까지 완전체 열차 여행을 했다. 추운 날씨로 밖에서 끓여먹기 어렵다고 외식하자는 의견에 의해 황간역 바로 앞 식당에서 올갱이국과 막걸리로 가볍게 목을 축이고 택시를 타고 도마령에 도착했다.
12시 40분경 간단하게 몸풀기 운동을 하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강추위와 함께 불어닥치는 바람으로 일보 일보 전진하는데 힘이 들었다. 특히 용상이가 컨디션 난조로 힘들어했다. 약 2시간 산행하여 첫 번째 목표지인 각호산에 도착했다. 각호산 정상에서 민주지산이 저 멀리 보였으며, 가는 길도 그리고 오늘의 최종 목표지인 무인 대피소도 보일 듯 말듯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서 특정할 수는 없었지만 짐작으로 맞을 것 같았다. 각호산에서 민주지산으로 향하는 첫 번째 이자 이번 산행에서 가장 난코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밧줄을 설치해 놓긴 했지만 아무리 봐도 줄이 짧은 것 같고 가파른 암벽이라 무게중심을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모두 무사히 내려왔다. 다리가 짧은 게 이때는 원망스러웠다. 조금 더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 정도의 난코스는 더 이상 없었다. 조령산의 수없이 이어지던 밧줄을 생각하면 여기는 난코스라고 할 수도 없는 그런 정도였다.
이후 2시간 정도 더 산행을 한 5시경 무인 대피소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도착하면 좋겠다고 생각 했었는데 평이한 능선 코스여서 그런지 크게 힘들이 않았다. 바람만 불지 않았어도 민주지산 정상까지 가서 일몰을 보았을 텐데 여태껏 아쉬움이 남는다. 무인 대피소는 98년 4월 1일 천리행군 중이었던 특전사 대원들이 갑자기 불어닥친 눈보라로 탈진과 추위에 의해 6명이 사망한 사건 이후 생겼다. 사망한 장소에는 위령비가 있고 5미터 정도 아래에 무인 대피소가 있다. 잠깐 묵념을 하고 대피소 안으로 들어갔다.
도마령에서 여기까지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다. 금요일이라서 그런지 우리 이외에 등산객은 없었다. 내부는 10여 명이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관리자가 없는 곳이라 그런지 관리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우리에게는 너무나 절실한 장소였다. 온기가 없는 대피소 안은 입김이 날 정도의 기온이었다. 우리 외에 다른 사람들이 오지 않았기에 침상에 가지고 간 텐트 2동을 쳤다. 이제야 집에 온듯한 하여 마음이 놓였다. 그냥 침상에 침낭만 펼치기에는 뭔가 부족해 보였었다.
무인 대피소가 있고 페치카도 있다는 정보를 파악했었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휴대용 톱을 소지했는데 매우 요긴하게 사용했다. 진원이가 열심히 불을 피웠는데 그리고 가솔린도 사용했는데 불이 잘 붙지 않았다. 이제 내가 나서야 할때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이 잘 붙지 않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난로의 밑 통풍구가 꽉 막힌 것을 살피지 못하고 계속 불을 지피려고 했던 불찰이었다. 어느 정도 불을 붙이니 용상이가 빼당이야기를 했다. 그 옛날에는 군대에서 빼치카 당번의 책무가 막중했었다. 오늘 내가 그 책무를 어느 정도 완수했다. 저녁을 해 먹고 술 한 잔 할 때까지는 그나마 추위를 녹일 수 있는 최소한의 온기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용상이가 가지고 온 오리고기와 함께 막걸리와 매실주와 소주로 한 잔 두 잔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고 마지막 오리고기와 김치를 넣고 볶음밥으로 저녁식사를 마쳤다. 일명 페치카 덕분에 실내온도를 영하 5도 정도로 유지할 수 있었다. 한쪽에서는 요리와 술을 먹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톱으로 통나무를 썰었다. 산중에서 이럴 경우는 아마도 앞으로 없을 것 같다. 진원이가 통나무 썬다고 애 많이 썼다.
페치카의 불이 커져갈 때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이때가 9시경 되었다. 이제부터 텐트 안 침낭에서 밤을 보내야 한다. 바람을 막고 바닥의 냉기를 차단해서 그런지 침낭 안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겹겹이 옷을 입고 핫팩까지 준비했기에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내일을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진원이는 텐트에 들어간 지 2-3분도 되지 않아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 믿을 수 없었지만 이 소리는 새벽까지 계속되었다. 특히 용상이는 2일 차 일정 때문에 꿈을 꾼다고 잠을 설쳤다고 했다. 나 역시 2일 차 산행코스와 야영, 그리고 옆 텐트의 코 고는 소리에 선점을 잤다. 아침 7시에 일어날까 생각도 했다. 정상까지 10분 정도 소요된다고 하니 일출을 사진으로 담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잠을 청했다. 5시경 용상이와 진원이가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들었지만 텐트 밖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시 잠이 들었고 8시 넘어 일어났다.
오늘 2일 차 산행과 야영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해야 했다. 대구의 후발팀이 물한계곡에 도착하기 전에 조치를 해야 했다. 문제는 대피소 근처에서는 통화가 되지 않아 밖의 정보를 수집할 수 없었다. 일아난 김에 능선 위로 올라가니 통화 가능지역이 되어 집으로 문자 보내고 경화와 통화를 시도했다. 용상이와 진원이의 의견, 그리고 여러 고민을 종합하여 야영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을 후발팀에게 통보했다. 야영장비를 차에 두고 가볍게 올라와서 함께 움직이자고 양수에게 전하고 다시 대피소로 와서 함께 아침을 먹었다. 그 사이 점검차 진원이가 통화를 하니 후발팀이 삼도봉을 먼저 간다고 해서 후발팀 선임자인 근식이와 통화를 하니 이번 산행의 중요 목적이 삼도봉이라 하여 각자 진행하고 저녁에 만나는 일정으로 마무리했다. 그 사이 2일 차 저녁은 민주지산 자연휴양림으로 양수가 예약했다. 자연휴양림 예약 확정 후 대구팀은 삼도봉을 먼저 오른 다음 석기봉과 민주지산을 돌아 물한계곡으로 원점회귀 산행을 하기로 했다. 우리는 민주지산 정상에 오른 후 무인 대피소 위쪽에서 자연휴양림으로 바로 하산하는 길을 선택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와중에 벌써 11시가 되었는데 갑자기 대피소에 등산객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아마도 물한계곡 쪽에서 올라온 것 같았다. 그런데 덥다고 한다. 몸 곳곳에 땀으로 범벅이 된 모습이다. 우리는 추위가 염려되어 트레킹과 야영을 일부 포기했는데... 8시경에는 많이 추웠고 일기예보를 접할 수 없었기에 포기했었는데... 원래 계획은 여기서 점심을 해 먹고 출발하기로 했었다. 분위기상 대피소에서 계속 버티기 어려워 점심은 나중에 먹기로 하고 짐을 싸서 정상으로 등산을 시작했다. 민주지산 정상은 사방팔방으로 모두 조망이 되어 덕유산 설천봉에서 석기봉, 삼도봉 그리고 황악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였다. 석기봉과 삼도봉 사이로 저 멀리 가야산도 보였다. 확인은 어렵지만 지리산도 보이는 것 같았다. 2016년 8월 19일에서 21일까지 폭염 속에서 진행된 백계 8차 백패킹 코스인 김천 부항령-삼도봉-우두령-바람재 코스가 조망되었다. 강추위에 가시거리가 매우 높아진 결과로 이는 행운이 따른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일출 시간에 올라왔으면 멋진 장면을 찍었을 것 같은데 추위에 지레 겁을 먹었다 생각하니 이제 나도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기회를 만들어 출사 트레킹을 한번 하면 좋겠다. 기념 촬영을 하는 중에 갑자기 정상으로 등산객들이 일려들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적체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사람들이 운집하게 되어 더 있을 수 없어서 하산길에 들어섰다. 정상 주위에는 데크가 설치되어 있어서 식사나 급 할 경우에는 비박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상과 무인 대피소 사이에 자연휴양림으로 바로 하산할 수 있는 길이 있었다. 아마도 민주지산의 주 코스는 아니라서 그런지 사람들의 발자국이 많지 않았다. 일부 음지라서 눈이 쌓인 상태라 조심조심 길을 내려갔다. 어느 정도 눈 덮인 계단을 내려가니 계단은 사라지고 멋진 눈썰매 코스로 적당한 길이 나타났다. 이미 일부 사람들이 엉덩이 썰매를 탄 흔적도 있었다. 용상이와 진원이에게 그 자리에 기다리게 하고 먼저 눈썰매를 타고 내려갔다. 대학생 때 설악산 봉정암에서 타던 썰매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용상이와 진원이도 차례대로 눈썰매로 내려왔다.
1시간 정도 하산한 지점에 산판 도로 만났다. 이정표에 자연휴양림까지 3.6 킬러 미터로 표시되어 이상하게 생각되었지만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2시경이라 여기서 라면을 끓여 먹기로 했다. 이번 산행에서 처음으로 라면을 먹게 되었다. 산판 도로가 음지라 아직 눈밭이었고 라면에 김치와 햄을 넣은 맛은 천하일품이었다. 그 사이 2명의 등산객이 올라왔다. 용상이가 자연휴양림에 대해 질문하니 여기서 25분 거리에 있다고 한다. 3.6킬로미터가 남았다는 이정표와 배치되는 상황이라 등산객의 설명을 듣고 이해되었다. 차가 다닐 수 있는 산판 도로를 따라가면 그렇고, 등산로로 중간에 질러 들어가면 25분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한시름 놓고 느긋하게 하산주를 마시며 여유를 부렸다. 산판 도로를 따라 자연휴양림으로 내려와 도착하니 4시가 조금 지났다.
대구팀이 도착한 8시까지 머리도 감고, 텐트도 말리고, 장비도 정비하고, 햇반도 데워놓고, 휴식도 취하는 시간을 보냈다. 대구팀은 삼도봉에서 거의 2시간을 고기까지 구워 먹으면서 놀다가 석기봉과 민주지산을 거쳐 물한계곡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근식이와 양수는 가볍게 다닌 것 같고 몸이 무거운 경화는 따라다닌다고 고생한 것 같았다. 경화가 땀 흘리려고 내복을 입고 산행을 했다고 하는데 이는 대단히 위험한 행동이라고 알려주었다. 마침 날이 따뜻해서 별 탈이 없었지만 만약 어제 우리가 걸었던 그런 정도의 날씨였다면 저체온 사고가 날 수도 있는 행동인데 이제는 느끼고 미리 대비를 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양수가 준비해온 어묵탕으로 반주와 저녁을 먹고 담소를 나누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대구팀의 하루 일정이 힘든 코스였다. 원래 계획대로 삼도봉에서 야영을 했어도 될 것 같은 기온이라 아쉬움은 있지만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그동안의 취지에 맞게 의사 결정한 것은 잘 했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았다. 경화가 새로 준비한 침낭을 테스트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다음에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미안함을 전한다.
3일 차 아침은 생략하고 김천으로 나와서 김천역 앞에 있는 평화시장에서 돼지국밥과 수육으로 아점 식사를 하고 김천구미역 앞 스타벅스에서 커피로 이번 백패킹을 마무리했다.
2박 3일 참가 : 구자룡, 박용상, 이진원 / 영동 도마령-각호산-무인 대피소(1박)-민주지산 정상-자연휴양림(2박)/전체 7.8km 트레킹
1박 2일 참가 : 김근식, 이경화, 김양수 / 영동 물한계곡-삼도봉-석기봉-민주지산 정상-물한계곡-자연휴양림(1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