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 도덕산
폭염과 열대야를 뚫고 어느덧 아침에는 이불을 덮어야 하는 계절이 되었다.
이제 가을로 진짜 접어드는 걸까?
오랜만에 카메라를 둘러메고 동네 한 바퀴 돌아보고 싶었다.
아마 올 초 폭설이 왔을 때 뭔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던 그 기분이라고 할까?
스마트폰 카메라와는 분명 다른 감성으로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었다.
마음은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무게인데 이 무게감이 내가 뭔가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자각을 일으킨다.
광명 도덕산은 30년 동안 수없이 오르내린 산이다.
그야말로 동네 뒷산이다.
집 옆에 이런 산이 있다는 것이 내겐 행운이다.
아니 이런 곳을 찾았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 안주한 지 30년 동안 몇 번의 이사를 했지만 반경 500미터 이내이다.
오늘 다시 산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았다.
바로 뜻밖의 발견을 몇 가지 했다.
요즈음 맨발 걷기가 대유행이다.
이곳 구석진 곳(하안 5단지 옆 소공원 내)에도 황톳길이 새로 만들어졌다.
나는 어릴 적 맨발로 밭에서 논에서 일하던 생각이 나서 절대로 맨발로 걷고 싶지 않다.
물론 갯벌에서 걷는 것은 좋아한다.
이런 꽃을 처음 보았다.
검색을 해보니 '새깃유홍초'라고 한다.
새의 깃과 같은 잎에 붉은색의 별모양 꽃잎이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새깃유홍초는 열대 아메리카 원산의 덩굴성 한해살이풀이라고 한다.
하안 5단지에서 도덕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텃밭농사를 하는 어느 밭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이곳 주변이 한순간 매우 지저분해지고 있는 가운데 유독 이곳만 아름답게 꾸며 놓았다.
아마도 씨를 뿌려 이렇게 키운 것 같다. 덩굴이 기둥을 타고 올라가 아치를 이룬다.
마침 오늘은 새깃유홍초가 나를 기다린 듯하여 예쁘게 찍어주고 싶었다.
이름도 모르지만 주인장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다.
길가에 지천으로 널려져 있지만 정작 이름은 모르는 꽃들이 많다.
어쩌면 나만 모르고 있지 않나 생각하며 열심히 검색하면서 하나씩 이름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개여뀌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개여뀌는 동아시아가 원산인 귀화식물로 밭이나 빈터에서 흔히 자라는 한해살이풀이다.
그냥 발길에 차일 정도다.
개여뀌는 여뀌와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여뀌는 작은 열매가 엮어져 있는 형상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추정 된다.
‘개’는 원본에 비해서 질이 떨어짐을 나타내는 식물의 이름 앞에 붙이는 경향이 있다.
개나리, 개복숭아, 개살구, 개망초, 개비름 등등
그렇다고 예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늘을 향해 분홍색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잡초지만 야생화로 당당히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도덕산 공간 중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인공물이 바로 이름 없는 원두막 정자다.
계절마다, 볼 때마다 모습이 다르게 느껴진다.
나의 산책로에서는 어정쩡한 위치라 원두막에 걸터앉아 휴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도덕산에서 구름산으로 이동하는 등산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의 휴식처일터다.
누군가 주변을 잘 정리 정돈해서 언제나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다.
숨은 누군가의 노력에 감사할 따름이다.
지나는 길가에 백색의 꽃이 군락을 이루어 활짝 피었다.
서양등골나물.
원산지는 북아메리카 원산의 귀화식물로 서울을 중심으로 중부지방에 분포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그런데 식물체에는 트레마톨(trematol)이라는 성분이 있어서 유해식물로 지정되어 있다.
직접 먹을 일은 없지만 이 풀을 먹은 소의 유제품을 가공하지 않고 먹으면 구토와 변비 등의 증상이 있다고 한다.
인간이 그동안 수없이 죽음을 넘어 실험한 결론은 알지 못하는 나물이나 버섯은 절대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혹시 이 꽃을 본다면 그냥 감상만 하는 것으로...
도덕산에 생긴 명물(?)이라고는 하지만 도덕산에 있는 인공물 중에서 가장 부자연스럽고 불필요한 시설물이라는 생각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이름하여 도덕산 출렁다리다.
다리는 건너야 하는데 건너야 할 이유가 없는 곳에 있다.
관광상품, 글쎄다.
언젠가부터 고소공포증이 생긴 것 같다.
이 다리가 처음 설치되었을 때는 자연스럽게 3 꼭짓점을 왔다 갔다 하면서 구경한 적도 있는데,
이번에는 사진 찍은 이곳에서 앞으로 다섯 발걸음 정도 가서 되돌아왔다.
왜 굳이 두려움을 느끼며 가고 있는지 잠깐 후회하면서 미련 없이 돌아섰다.
설령 더 좋은 촬영 포인트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후회는 없다.
도덕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을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이 메타세쿼이아길이라고 추천할 것이다.
현대아파트와 가림터널 사이에 있는 공간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에 아주 멋진 곳이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여기에 메타세쿼이아를 줄지어 심는 조경기획을 한 공무원(?)에게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아마도 가림터널(2001년 완공) 공사 이후에 심어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터널공사 이전에는 왕래가 불가능한 언덕이었다.
대략 20년 정도 지났으니 이제는 숲길이 된 것이다.
소실점에 여성 두 분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우연한 결과이지만 나의 풍경사진에는 이렇게 사람이 들어간 경우가 많다.
이것도 하나의 패턴이 된 것 같다.
초상권 염려도 없다.
사람이 없으면 좀 밋밋했을 것 같은 순간, 사진에 힘을 실어준 두 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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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봄엔가 이 촬영 포인트 뒤쪽에는 흰색 의자가 여러 개 설치되고 나무와 나무를 이은 조명등이 설치되었다.
야간에 와보지 못해 조명등이 켜진 상태는 보지 못했다.
처음에는 나무에 철 와이어를 칭칭 감아서 설치되었었는데 나 역시 문제제기를 했었다.
지금은 대나무로 엮어 났지만 고정물은 살아 있는 나무에 좋을 것이 없을 것이다.
원상복구가 필요한 공간이라는 생각은 여전하다.
옛날 갈색 의자 몇 개 있었는데 딱 그 정도가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래 사진은 '메타세콰이아길'이라는 명칭조차 없던 2017년 5월에 찍은 사진이다.
누군가는 위의 구조물이 있는 공간을 좋아할지 모르지만 나는 아래 공간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