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18차]
[백두대간 18차] 지리산 종주(천왕봉-벽소령) 트레킹(1차) 후기
글/사진. 구자룡
일정 : 2019.08.15-17(목-토)/2박 3일
코스 : 중산리 경남환경교육원-로터리대피소-천왕봉-제석봉-장터목대피소(1박)-연하봉-촛대봉-세석대피소-영신봉-칠선봉-덕평봉-벽소령대피소(2박)-음정마을
산행 구간 : 22.9Km
참가 대원 : 구자룡, 이경화, 이진원
열여덟 번에 걸친 백두대간 트레킹 중에서 사연이 없었을 때가 없었다. 이번 지리산은 그 어떤 산보다 의미가 크고 중요한 산행이라 고심이 많았는데 여건이 잘 조성되지 않아 실행에 난관이 많았다. 여러 차례 기획을 했지만 기필코 이번에는 실행해야겠다는 생각이 앞섰던 트레킹이다. 작년 겨울에 동계 트레킹을 준비하다 말고 올 하계로 옮겼고, 7월에 확정을 했는데 장인어른께서 갑자기 입원하는 바람에 8월로 연기했고, 마침 태풍 ‘크로사’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의사결정이 싶지 않았다. 특히 지리산은 야영을 할 수 없고 장거리이기 때문에 무조건 대피소 예약이 되어야 산행을 할 수 있는 조건이라 대피소 예약이 또한 관건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1박은 장터목대피소에, 2박은 연하천 대피소를 4명으로 예약했다. 출발 3일 전까지 3명이라 1명을 취소했는데 그러부터 몇 시간 후 용상이가 1박 2일이 가능하다고 연락이 왔지만 더 이상 대피소 예약이 되지 않아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원래 계획한 2박 장소에 도착하지 못하고 벽소령에서 2박 하고 더 이상 종주 진행을 하지 않고 하산하는 결정을 했다. 많은 아쉬움을 남기면서….
그동안 수많은 기획을 해보았지만 가장 즐거울 때는 실제 산행 중일 때보다 준비할 때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했을 것이다. 트레킹을 준비하는 과정 역시 흥분되는 시간이다. 어느 산, 어느 코스로 잡아야 할지, 서울과 대구에서 각각 출발하고, 각각 돌아가는 교통 편을 어떻게 고려해야 할지, 일정과 날씨는 어떨지, 그리고 누가 참여할 것인지 등을 고려하며 계획을 공지할 때의 즐거움은 기획을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재미이기도 하다. 이번 지리산은 나 역시 여름 종주 2번, 겨울 종주 1번, 천왕봉 산행 1번 등 지금까지 4번은 가본 산이지만 백계를 결성한 다음 백두대간의 의미를 두고는 처음이라 처음부터 중산리에서 출발하고 싶었다. 백두대간의 남쪽 끝 천왕봉에서 남한의 북쪽 큰 진부령까지 연결된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고 그래서 이번 계획은 의미를 살릴 것인가 트레킹의 편의를 추구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많았다. 만약에 7월에 진행했다면 윤재호 형님의 추천에 의해 성삼재에서 출발하여 중산리까지 종주에 성공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연하천과 장터목 예약을 했었다. 이번에는 대피소 예약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중산리에서 출발하게 되었다.
공무 수행으로 바쁜 경화가 이번에는 어찌 되었는지 출발 직전까지 태풍을 핑계로 연기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산행 중에 고백한 사실은 해운대에 럭셔리한 호텔에서 호캉스를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마다하고 왔다고 했다. 역시 영원한 백계 대원으로 든든한 후배라 칭찬을 아낄 이유가 없었다. 어쩐 일로 항상 이런저런 의견을 제시하던 진원이는 무조건 출발을 외쳐 놀랐다. 마음속으로 진원이가 망설이면 연기할 생각도 있었는데. 진원이 덕분에 이번 트레킹은 성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특별히 현대자동차의 코나 전기자동차를 기사 대동(71회 후배) 하여 원지버스터미널까지 마중 나와 주니 이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코나 전기차를 처음 탔는데 중산리로 가는 도중에 지방도임에도 불구하고 자율 주행을 멋지게 하는 모습에서 조만간 자율 주행 자동차의 시대로 접어들지 않을까 기대해 보기도 했다.
지리산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곳곳에 물이 있어서 생수를 많이 준비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도 의심이 되어 각자 2리터를 준비하고 혹 생수가 부족하면 대피소에서 구매하는 방향으로 했는데 추가적으로 구매하지 않아도 충분하게 물을 사용할 수 있어서 배낭의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 다만 술은 기본적으로 마실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보온병으로 병 갈이를 하고 몰래 마시는 꼼수를 둔 점은 옥에 티라 할 수 있다. 각자 준비한 물, 식량, 술 등 모두 적정량으로 잘 준비한 것도 이번 트레킹의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항상 오류가 있는 법인데, 우리 차량이나 택시로 중산리에서 경남환경교육원까지 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계획을 세웠는데 중산리에 도착하니 허가되지 않는 모든 차량은 진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이럴 거면 차량을 가지고 올 필요가 없었는데. 마침 셔틀버스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어서 얼떨결에 짐을 챙겨 탑승해서 교육원까지 점프를 했다. 항상 느끼지만 정보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본격적인 산행에 앞서 진원이의 간곡한 청에 의해 점심을 먼저 먹고 출발하게 되었다. 원래 점심 계획은 로터리 대피소였는데. 첫 번째 계획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박성호와 이진원과 함께 백두대간 종주를 결의한 설악산에서부터 덕유산, 소백산의 대피소를 이용하면서 다음에는 대피소를 이용하지 말자 했지만 이곳 지리산은 대피소를 피할 방법이 없어서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대피소를 낭만이 가득한 장소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름다운 영상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피소는 있는 그대로 대피하는 장소이다. 국립공원 중에서도 당일 산행이 어려운 곳, 사고의 위험이 있는 곳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해둔 곳이다. 어느 누구는 산장이나 펜션 정도로 알고 대피소에 샤워시설이 없다고 항의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니 어처구니없는 경우라 하겠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볼 때 대피소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왜 그럴까? 대피소 생활 수칙에는 일정 시간에 소등을 하고 취침을 할 수 있도록 배려가 되어 있다. 최근 건축한 대피소는 개인당 면적도 넓어지고 편의성도 좋아졌다.
하지만 도저히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코골이와 부스럭 거림이다. 종일 산행에 지쳤으니 누구나 코를 골수 있다. 문제는 진짜 심한 사람들로 인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라는 점이다. 장터목대피소에서는 바로 옆에 수면 무호흡증 환자 같은 분이 주무셨는데 그분은 잘 주무셨지만 나는 한숨도 못 잤다. 그리고 한국인들이 진짜 부지런하다는 것을 산에서 새삼 느끼게 되는데 새벽 4시면 일부 등산객들이 일어나서 배낭을 꾸리고 산행을 떠날 때까지 잠을 깨우는 부스럭거림이 심하다. 거의 4부터 7시 정도까지 계속된다. 우리는 이때쯤 일어나서 보통 9시 출발하는 패턴이니 고스란히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세면이나 화장실 문제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산에 왔고 그 또한 산행의 묘미라고 생각하면 큰 문제가 없다. 잠을 못 자면 다음날 산행에 여파가 미치기 때문에 이것만 해결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다행인 것은 이제 대피소 이용은 만약 남은 지리산 구간을 가게 될 때 한 번뿐이라는 사실이다. 백두대간 중에서 대피소가 있는 구간은 다 지나갔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로 일찍이 백패킹을 선택하고 대피소가 없는 구간은 지구에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야영을 했었다.
들머리인 경남환경교육원은 자동차로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는 점과 천왕봉까지 가는 방법 중에서 중산리에서 출발하는 것보다 1시간 정도 단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곳을 정했다. 진원이가 가지고 온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11시 50분 산행을 시작했다. 태풍의 여파가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맑은 날씨에 산행하기 적당한 기온이었다. 천왕봉에서 내려온 부자(父子) 등산객은 비를 많이 맞았다고 했다. 방학을 맞은 아들과 함께 둘만의 추억을 쌓는 등산도 참으로 좋은 모습으로 보였다. 최근 산에서 자주 목격하는 가족 산행의 모습이다. 우리 집에서는 기대할 수 없기에 더 좋게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어떤 경우는 아이들을 혹사시키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모습도 간혹 보게 되는 데 이는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함께 교육원 앞에 내렸던 등산객 중에서 일부가 우리보다 일찍 올라갔었는데 중턱에서 그분들을 만났다. 전문 등산객은 아니라 쉬면서 가는 정도로 보였다. 그런데 이번 지리산에서 우리가 추월한 유일한 경우다. 수많은 등산객이 우리를 지나쳐 앞서가도록 편의를 봐주었다. 예상한 2시간 정도 소요되어 로터리 대피소에 도착했다. 이미 가랑비를 조금씩 맞으며 올라와서 잠시 쉬었다. 장터목대피소에 예약이 되어 있지 않으면 천왕봉 산행이 금지되어 있었다. 만약 장터목대피소에 예약이 되어 있지 않은 용상이를 데리고 왔으면 여기서 하산해야 되는 용상이의 뒷모습을 차마 못 볼뻔했다. 용상이의 선견지명에 박수를 보낸다. 빗줄기가 굵어지기도 하고 위에서 하산하는 등산객들이 비에 젖어 있는 모습에서 심란한 시간이 30여 분 지났다. 하산하는 학생들이 떠나고 난 자리에 초코파이 빈 봉지가 널려 있었다. 인솔교사도 있은 것 같은데 자기 자리는 자기가 깨끗하게 치워야 하는 기본적인 소양도 갖추진 못한 학생들이 안타깝게 여겨졌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어서 2시 40분경 다시 출발했다. 비가 오면 가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던 경화도 이제는 어쩔 수 없이 한배를 타게 되었다. 실은 옷이 젖지 않을 정도의 비라 정주행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할 걸로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한발 한발 전진하여 5시경 천왕봉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늦지 않았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천왕봉은 구름과 안개비에 가려 10미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천왕봉에서 일몰과 일출을 본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번 산행은 백두대간을 찾은 것이기에 꼭 전체 산하를 조망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을 떨쳐버리기 어려웠다. 다시 삼대에 덕을 쌓아야 하나.
등산객들로 넘쳐나서 표지석에서 기념사진조차 찍기 어렵다는 천왕봉에 우리 세명 이외에 그 누구도 없는 자유를 만끽하기에는 날씨가 허락해주지 않았다. 비와 바람과 낮은 기온으로 몇 장의 사진만 찍고 장터목대피소로 하산을 시작했다. 6시 30분경 제석봉을 지날 때 장터목대피소로부터 전화가 왔다. 언제 입실하는지 어디쯤인지 물었고 제석봉이라고 말할 때 올라오는 사람을 발견하고 지금 올라오는 사람이 있다고 말하니 그 사람들을 꼭 데리고 내려오라 한다. 이 시간에 설마 천왕봉으로 가는 사람은 아니고 대피소에서 심심해서 산책하러 나왔는데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사진 찍고 놀기에 전달만 하고 우리는 내려왔고 7시경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했다.
둘째 날 8시 40분경 장터목대피소를 출발했다. 가랑비인지 이슬비인지 안개비인지 모르지만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의를 하기에는 덥고 바람막이를 하기에도 덥고 그냥 가기에는 이상한 그런 애매한 상황이었다. 걷고 또 걸어 11시 30분경 세석대피소에 도착했다. 여기까지는 계획대로 되고 있었다. 대피소 화장실을 수리하는 관계로 대피소 주변 전체가 역겨운 냄새로 고통을 안겨주고 있었다. 비와 냄새를 겨우 피할 수 있는 조용한 곳에 자리를 펴고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었다. 대피소마다 식수를 공급할 수 있어서 지리산에서 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산신령님께 감사를 드렸다.
문제는 오늘 목적지인 연하천 대피소까지는 아직 10km가 남았다는 것이다. 벌써 1시인데 우리 걸음으로 6시간 생각하면 또 7시가 넘어가는 상황이 된다. 서둘려야 하는 상황이다. 1시경 다시 출발하여 영신봉을 지나 칠선봉 가는 중간 정도쯤에 있는 어느 봉우리에 1시 30분경 도착했는데 이때 처음으로 하늘을 보았고 해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천왕봉이 구름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20여 분 휴식을 취하고 다시 출발했다. 5시 40분경 벽소령에 도착했다. 맑고 푸른 하늘에 살랑거리는 바람을 맞으며 여유롭게 저녁을 준비하는 대피소의 분위기에 산행은 원래 지금쯤 끝나야 되는데 하면서 다시 짐을 챙겨 떠나야 하는 우리는 잠시 간식을 먹으며 연하천까지 적어도 2시간은 더 산행을 해야 하는 상황에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 연하천까지 가면 내일 노고단까지 갈 수 있고 종주를 하는 상황이다. 만약 벽소령에 머물면 종주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벽소령대피소 관계자에게 빈자리가 있는지 물었다. 예약이 완료되었고 빈자리는 없으니 빨리 연하천으로 이동하라고 한다. 바늘 하나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다. 대피소 관계자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절박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었다. 6시에 예약 시스템이 오픈되면 침상 배정이 있고 그때쯤 되어야 여유가 있는지 알 수 있지만 예약이 되어있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숙박이 되지 않는다고 재차 확인해 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6시가 넘었다.
갑자기 수렴동 대피소에 예약하고 도움을 받았던 일화가 생각났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공룡능선을 통과하여 수렴동 대피소까지 산행을 하는 것이었는데 오후 7시 넘어서 마등령을 내려가고 있을 때 수렴동 대피소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온 적이 있었다. 그때 아직 2시간 더 내려와야 하는데 위험하니 오세암에 전화를 해서 요청해 놓을 테니 거기서 숙박하라고 했다. 수렴동 대피소는 취소하겠다고 했다. 그때 그 관계자분의 조치에 감동을 받았었다. 오세암에 도착하니 이미 상황을 알고 스님께서 안내해 주었고 우리는 여유롭고 안전하게 산행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연하천 대피소에 전화를 했다. 대피소 팀장님이 우리의 상황을 확인하고 우선은 벽소령에서 대기하고 나중에 조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어차피 지금 벽소령을 출발해서 연하천에 도착하면 야간산행으로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 주었다. 연하천 대피소의 예약을 취소하면 위약금도 있다는 말도 했다. 모든 조건을 흔쾌히 수용하고 절대로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드렸다. 대피소 관계자 입장에서는 원칙에 벗어나서 결정을 할 수 없으니 벽소령의 상황이 다 정리되면 혹 자리가 없더라도 중앙 통로에 여유 공간이 있으니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짧지만 지루한 시간이 흐르고 벽소령 관계자가 불렀다. 마침 예약 취소가 있어서 자리가 있다고 했다. 오 예! 다시 결제를 하고 연하천 대피소 팀장님께 전화해서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을 두세 번 전했다. 역시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 막히면 뚫는 방법도 있다는 교훈을 얻으며 고통스러운 야간산행의 어려움을 날려버렸다.
항상 일반 등산객들의 산행 소요 시간보다 1.5배 정도 여유 있게 코스를 잡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2배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이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계획과 실행의 차이가 나고 있다. 처음 설악산에서부터 지금까지 백두대간을 다니면서 항상 여유롭게 즐기는 산행을 하자고 강조했었다. 안전을 최우선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맛있는 음식도 해 먹으며 새로운 추억을 하나씩 쌓아가고자 했다. 이번 지리산 트레킹 역시 계획은 계획으로 끝내고 상황에 맞추어 안전하고 여유롭게 산행을 했다. 벽소령대피소에서 숙박을 하니 이제 내일은 더 이상 백두대간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고 궁리 끝에 음정 마을로 하산하여 남원으로 함양으로 나가는 코스를 잡았다. 셋째 날이 밝았는데 너무 좋은 날씨여서 그냥 갈 수 없어서 가볍게 역주행으로 이동하여 사진을 찍고 7시 40분경 하산을 시작했다. 9시경 연하천 삼거리를 지날 때 이 길로 올라오는 등산객들이 몇 팀 있었다. 중간 기점으로 이곳을 통해 남은 지리산 종주를 다음에 기획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판 도로를 걸어내려오면서 대원들에게 산티아고 길 같지 않나고 물었다. 의미는 다르지만 길의 느낌은 비슷할 것 같았다. 나도 산티아고 길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알고 있는 정보로 딱 그 느낌이 들었다. 이 산판 도로를 내려오며 자녀들의 근황을 공유하는 가운데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덧 마을 어귀에 도착했다. 10시 30분이다. 작렬하는 햇살을 맞으며 시멘트 길을 걸어내려가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가운데 지나가는 택시를 타고 지리산을 벗어났다. 안전하게 여류롭게 놀면서 쉬면서 지리산 트레킹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