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아니라 지금 들어서 다행이다
"제목이 왜 이래? ㅋㅋㅋㅋ"
이 노래의 제목을 접하고 처음 든 생각이다. 제목에 민물장어라는 게 들어가 있는 것도 웃기고 마왕이라고 불리는 그 독설가의 노래라는 것이 당시 고등학생이던 나에게는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별 관심 없는 옛날 가수의 그 노래는 약 10년이 지난 20대 후반이 된 내 마음을 아프게 찌르고 인생을 살아가게 만든다.
일찍 접하면 뭐 하나 받아들이기 어렸는데
2011년, 당시 MBC [나는 가수다]의 선풍적인 인기가 흥했던 시기였다. 자우림이 신해철의 <재즈카페>를 불렀는데 너무 맘에 들었다. 이런 가사와 제목이 있는 게 유독 신기했고 이름만 알던 가수인 신해철의 노래를 찾아봤다. 고등학생이던 나에게 내용과 감성을 이해하기에는 깊었던 제목들이 많았는데 눈에 들어온 제목이 있었다. <민물장어의 꿈>이라는 제목이었는데 뭐지? 하는 생각과 함께 비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제목이 왜 이래? ㅋㅋㅋㅋ" 뭔가 폼도 안 나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피식거렸고 자연스럽게 내 기억 속에서 조그마한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원래도 노래를 좋아했는데 [나는 가수다]를 통해 태어나기 전이나 어릴 때의 노래 중 몰랐던 노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기였지만 그 곡을 '한번 들어봐야지'하는 생각까지는 미치지 못했다. 사랑, 이별에 관한 노래나 그저 신나는 댄스곡 정도가 내 관심사였고 가사에 담긴 인생에 대한 이야기는 크게 관심 없었기 때문에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 들었어도 무미건조하게 들었을 거 같다. '일찍 접하면 뭐 하나... 받아들이기에는 어렸는데'라는 생각을 하지만 그때 듣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때 듣지 않아서 외면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수가 커버곡을 부르는 게 중요한 이유
시간이 흘러 전역을 하고 미래를 생각하며 어려운 자격증 공부를 하던 때였다. 모든 게 다 그렇듯이 준비하는 그 기간 동안 고독과 고통의 시간을 함께 하기 마련이다. 그 시간을 버텨내며 보냈는데 유독 더 힘든 날이었다. 지금도 좋아하는 한 가수가 콘서트에서 라이브 부르는 영상을 보며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있었는데 알고리즘에 그가 불렀던 <민물장어의 꿈>이 떠있는 걸 발견했다. 뭔가에 홀린 듯 클릭하고 들었는데 그 가수는 부르면서 울컥했고 나는 울고 있었다.
그가 왜 이 곡을 부르면서 울컥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서 찾다 보니 신해철과 그 가수의 인연을 알게 됐고 그 노래가 가진 의미도 알게 되었다. '울컥할만했구나'라는 판단이 서면서 커버곡이 아닌 원곡을 듣는 용기를 냈다. 그 용기는 살면서 잘했다고 생각하는 몇 안 되는 케이스 중 하나다. 내 생각과 가치관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수가 커버곡을 부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이 노래를 나도 잘 소화할 수 있어!'라는 실력 뽐내기도 있을 테고 요즘 추세에 따르면서 이목을 끌기 위함도 있다. 이 곡을 부름으로써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거나 원곡 가수에 대한 존경의 의미도 있을 거다. 그 어떤 이유 든 간에 커버곡을 통해 대중과 팬이 판단을 하게 되고 어떻게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늦게 들어서 다행이다
어떤 목표가 있다면 준비가 필요하고 노력이 필수가 된다. 그 시기를 헤쳐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제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그렇다. 그 목표에 도전하는 사람은 나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그 입구는 좁고 좁다. 들어가기 위해서는 내 지난날의 습관과 관성을 버려야 하고 걷어내야 한다. 1년에 단 한번 있는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자존심과 자존감이 떨어졌다는 걸 목표를 위해 내려놓은 것이라고 생각을 바꿨고 이는 많은 위로가 되었다. 떨어져 버렸다는 표현과 내려놓는다는 표현은 다르기 때문이다.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지금 있는 강물에서 바다라는 목표를 향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다에서 내가 살 수 있을지는 몰라도 가보고 싶다면 가기 위해 몸도 만들고 바다에 대한 조사와 공부도 하고 그래야 한다. 설령 가서 내가 죽어버릴지라도.
목표라는 것은 어쩌면 내가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도달하고 싶은 곳인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하고 도전해 보는 거고. 여기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그 목표가 내 목표가 맞는지에 대한 확신이다.
듣다 보니 '그 자격증을 따서 전문직이라는 직업을 가져서 돈을 잘 벌고 싶고 명예도 가지고 싶은데 지금 심장이 터질 때까지 노력하고 있는가?' 이런 자기반성도 하고 '진짜 내가 원하는 게 뭘까?' 하는 근본적인 의문도 들었다. 그렇게 내가 생각하는 목표하는 내 목표가 맞나?라는 걸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이 곡의 마지막 가사가 가장 큰 울림을 줬다. '내 인생은 내가 살아가는 건데 진짜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있는 건가?', '지금 생각하는 목표가 내 목표인가?' 등 노래를 들으면서 들었던 의문의 시작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지금 달려가고 있는 길이 내가 원하는 길인지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만들어줬고 그 시간을 통해 공부했던 경험을 뒤로하고 이렇게 이 글을 끄적이는 도전을 하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 대학교 진학을 위해 발버둥 치던 것도 고된 경험이다. 하지만 한 발짝 앞에 있는 일에 대해 고민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멀리 보지는 못했던 경험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 노래를 늦게 들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관심 없는 옷을 만드는 생각이 들지만 완성하면 예쁘다니까 만들어보자라고 느끼던 찰나에 들었던지라 그 메시지가 가슴 깊이 남았기 때문이다. 모든 건 맞는 타이밍이 존재한다.
여러분은 진짜 내가 누군지 알고 있는가?
내가 가고 싶은 바다가 진짜 원하는 바다가 맞다는 생각을 하는가?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다. 그 바다가 진짜 가고 싶었던 바다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다. 아직 진짜 내가 가고 싶은 바다를 찾지 못한 사람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노래다. 지금 살고 있는 강을 떠나고 싶은 마음만 있고 가고 싶은 바다를 찾지 못했다는 후회 속에서 들었던 이 노래가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아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원하는 바다를 찾았다는 행복으로 추천의 끄적임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