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신이 든다면 시작하길 바란다
처음부터 바로 듣고 좋았던 노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중에 그 노래가 좋아진 경우가 많다. 이번에 소개할 노래도 그런 경우 중 하나인데 이 상황에 놓이면서 공감했던 노래라서 의미가 있다.
여유가 없을 때는 들리지 않는다
발매 당시 공부하면서 인생의 쓴맛도 보고 고립되어 있을 때였다. (당연하게도) 솔로의 자격으로 있었는데 이 곡이 발매된 걸 알게 되었다. 인디 가수에 대해서는 많이 알지 못하기 때문에 가수는 몰랐고 솔로인 상황이라서 제목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고 음원차트를 보니까 이 곡이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도 듣지 않았다.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신곡을 듣는 건 사치라는 생각도 들었다. 심지어 내가 모르는 가수니까 더더욱.
'예전이었다면 들어봤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괜히 미워지기도 했다.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다 싫었고 미웠다. 하지만 '합격하고 어떤 노래인지 내가 한번 들어봐야지'라며 건방진 생각도 하면서 지금에 집중하며 잊혀진 노래였다.
인생의 쓴맛을 삼키다가 무심코
그렇게 1년이 지났다. 호기롭게 도전했던 공부는 원치 않은 결과를 만들었고 처량함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버리고 있었다. 그때 함께했던 두 친구가 있었다. 소주 640ml라는 친구와 음악 라이브 영상이라는 친구였다. 사회로 진출한 친구들이 많았던지라 더 주눅 들고 숨게 된 나에게 위로가 되어준 두 친구였는데 라이브 영상 친구가 알고리즘으로 이 노래를 추천해 줬다. 나도 모르게 '한번 들어볼까?'라며 내 손가락은 재생버튼을 향해 가고 있었다.
잔잔한 베이스가 곡의 시작을 알렸고 시대가 지났다고 생각했던 테리우스 머리를 한 보컬이 첫 소절을 불렀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음색이었고 나도 모르게 끝까지 다 듣게 만들었다. 중간에 나오는 색소폰 소리가 촌스럽지 않았고 끝부분에 나오는 애드리브도 귀를 사로잡았다.
이걸 왜 이제 들었지?
인생의 쓴맛을 삼키며 무심코 눌렀던 영상에서 달달한 사랑을 꿈꾸게 되었다. 평소에도 가사에 집중해서 듣는데 취기까지 오른 상태에서 듣다 보니 그 의미가 더 남달랐다. 잊고 있던 이 노래와의 만남에서 가졌던 건방진 생각이 떠올랐고 그때 듣지 않은 걸 후회했다.
가사에 공감하는 순간이 찾아오다
음치인 나에게 그나마 도전해 볼 만한 노래가 되었고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지게 만든 노래를 알게 되었다는 소소한 기쁨도 잠시 현실의 벽을 마주해야 했다. 하루빨리 사회로 나가야 했고 돈을 벌어야 했다. 그 노래는 내 마음속에 숨겨두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했다.
한없이 부족하지만 사회로 첫발을 내디뎠고 돈을 벌었다. 그 돈의 약 70%는 내 돈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더 상황이 심각했고 돈을 벌어도 좋아지는 게 없다는 현실이 서글펐다. 연애는 물론이고 내 친구였던 술도 만나지 않아야 했다. 그렇게 버티는 하루가 반복되고 약 1년이 지난 어느 날 우연히 마주한 장소에서 인연이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만났다.
내게 긴 여운을 남겨줘요
사랑을 사랑을 해줘요
할 수 있다면 그럴 수만 있다면
새하얀 빛으로 그댈 비춰 줄게요
대화를 나누고 알게 되면서 연애를 하고 싶다는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 사람도 나에게 관심 있어 보이는데 모른척할 수밖에 없었다. 사랑을 해준다면 누구보다 더 열심히 빛나게 해 줄 수 있는데 시작할 수 없었다. 내 상황은 작은 여유조차 허락되기 쉽지 않았고 그 사람이 힘든 사랑을 하게 되지 않았으면 하는 욕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자라나는 마음을
못 본 채 꺾어 버릴 순 없네
미련 남길 바엔 그리워 아픈 게 나아
서둘러 안겨본 그 품은 따스할 테니
또 만나게 되면서 내 마음은 물론 그 사람의 마음도 어떤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마음속에서는 두 가지 인격(?)이 다투기 시작했다. 감정은 그냥 솔직한 그대로 고백해라는 의견을 냈고 이성은 그 사람이 너 때문에 힘든 사랑을 하게 하지 말라는 의견을 냈다. 두 의견은 너무 치열해서 결정하지 못하게 했고 부끄럽지만 그 사람의 선택에 맡기기로 부담을 떠넘겼다. 먼저 고백하게 만들었고 내 상황을 설명했다. 괜찮다는 말을 들었지만 미안해서 고민했다. 하지만 자라난 내 마음을 못 본 채 꺾어 버리지는 못했고 따스한 그 품을 안았다.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
그럼에도 꾸던 꿈을
난 또 미루진 않을 거야
우리만의 비밀을 만들어가고 있다. 상황이 주저하게 만들었지만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 한다. 내 상황은 더 나빠졌고 '왜 이렇게 지내야 할까?'라는 의문을 항상 품게 만드는데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더 움직이게 만들고 나아가게 해주기 때문이다.
자주 만나지 못하기 때문에 매 순간은 추억이 되고 남몰래 펼쳐보며 살아가는 행복을 만든다. 이 노래를 들으면서 꿨던 사랑의 꿈도 이루고 어두운 현실에 살고 있는 지금 위로를 준다.
사랑을 시작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별의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도 사랑의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도 두려움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연애라는 것이 사치처럼 되어버린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보다 더 쉽지 않은 건 인연을 만나는 것이다. 인연이라고 생각한다면 주저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시작하기를 바란다.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건 없지만 지금 상황을 이겨내고 살아가는 큰 의미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가사에 공감하고 이 노래의 메시지가 그대로 와닿게 되면서 느낀 바를 이렇게 끄적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