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러운 욕심을 가져보다
"이윽고 내가"
처음 들었을 때 낯설었던 '이윽고'라는 표현은 어느새 제목으로 착각할 정도로 익숙해져 버렸다. 본 제목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이윽고'라는 표현이 제목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도 한다. 시간이 흘러가면서 킬링포인트는 바뀌기 때문이다.
드라마는 안 보는데 OST는 어떻게 알아요?
군입대를 앞두고서 드라마를 보고 있는 건 사치라고 생각했던 시점이다. 엄청난 인기와 센세이션을 일으킨 드라마일지라도 내게는 사치였다. '차라리 전역하고 몰아봐야지'라는 생각이었고 하루라도 더 놀고 더 쉬어야 했다. 그 못지않게 더 해야 할 것이 있었다. 바로 최신 노래를 하나라도 더 듣고 가는 것이었다. 모든 노래는 다 못 들어도 유명한 노래는 다 듣고 가야지라고 다짐하고 있던 그때 순위권에서 볼 수 있던 노래가 <너의 모든 순간>이다.
성시경 노래에 빠졌던 적이 있었고 당시 방송에서 폭발하는 입담으로 '욕정 발라더'라는 별명까지 얻고 있었던 때라서 더 반갑게 재생하려는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었다. 바로 내가 안 보고 있는 드라마의 OST라는 점이다. OST 특성상 드라마 내용이 조금 담겨 있기 때문에 고민이 됐다.
하지만 군입대를 앞두고 있고 들어가면 적어도 당분간은 못 들을 거라는 현실을 파악하고 나니 고민보다는 행동을 하게 됐다. 고민하기에는 내게 시간이 없었다.
괜히 들었다...?
노래가 너무 좋았다. 첫 도입부부터 말 그대로 별빛이 날아오는 느낌이 들었고 성발라라는 별명에 맞는 음색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니 안 좋을 수가 없었다. '누가 만들었길래 이렇게 좋은 거야?'라고 찾아보니 심현보 작사, 성시경 작곡이라는 걸 보고 끄덕여졌다. 두 사람의 조합은 내가 아끼는 조합 중 하나기 때문이다. 여하튼 명곡을 하나 알게 돼서 엄청 좋았다.
자대 배치를 받으면 입대곡을 물어본다던데 나는 뭐가 유행할 때 입대할까?라는 생각은 당시에 꽤나 깊은 궁금증 중 하나였다. 걸그룹 노래면 살고 아니면 죽는다는 낭설도 들어본 적이 있던지라 걱정도 됐다. 적어도 이 노래는 내 입대곡이 아니라서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괜히 들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좋은 노래를 몇 달간은 못 들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아찔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몰랐다면 이런 걱정(?)도 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도 군생활을 당시에는 잊고 지냈다. 불현듯 익숙한 멜로디와 가사가 떠오르긴 했지만 말이다.
지금은 2014년이 아니야!
그렇게 좋다고 생각했던 노래였지만 전역을 한 뒤로 가끔 찾아 듣는 정도의 노래가 되었다. 언제 들어도 좋고 모든 가사를 다 외울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노래. 시간이 흘러 흘러가고 어느 순간 음원 차트 탑 100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유튜브에서도 불쑥 추천되곤 했다. 달력을 봤다. 분명히 지금은 2014년이 아니다.
이윽고 내가 한눈에 너를 알아봤을 때
모든 건 달라지고 있었어
내 세상은 널 알기 전과 후로 나뉘어
네가 숨 쉬면 따스한 바람이 불어와
네가 웃으면 눈부신 햇살이 비춰
들어는 봤지만 자주 사용하지 않는 표현이 몇 개 있다. 나에게 그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이윽고'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표현이지만 당시에 이 표현은 꽤나 충격이었다. 앞으로 진행될 가사에 대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어서 나온 가사를 통해서 그 표현은 신의 한 수라는 걸 알 수 있게 된다.
거기 있어줘서 그게 너라서
가끔 내 어깨에 가만히 기대주어서
나는 있잖아 정말 빈틈없이 행복해
거기 있어줘서 그게 너라서
가끔 나에게 조용하게 안겨주어서
나는 있잖아 정말 남김없이 고마워
1절과 2절에 나오는 가사가 아주 조금 바꿔서 나오는데 감정은 하나다. 너라는 사람이 별다른 걸 하지 않아도 나는 정말 행복하고 고맙다는 거다. 저렇게 충만한 사랑을 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소중한 시간이라는 걸 느끼는 요즘 저 가사가 더 예뻐 보인다.
물끄러미 너를 들여다보곤 해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
너를 보는 게 나에게는 사랑이니까
너무나 소중해서 그저 바라보고 지켜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것이 상대를 얼마나 존중하는지 보여주는 가사다. 구어체로 말하기 어려운 대표적 표현인 '소중하다'를 있는 그대로 보여준 감성에 경의를 표한다.
너의 모든 순간
그게 나였으면 좋겠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차올라
나는 온통 너로
내가 그렇듯 너의 모든 순간에 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런 작지만 과한 욕심이 부담스럽지 않은 이유는 뭘까? 앞선 가사들 속에 진심이 가득 담겨있기 때문이다. '오직 나만 생각해야 해'라는 과도한 요구가 아니라 '매 순간 나를 떠올리며 사랑해 줘'라는 소소한 바람이 예쁘게 표현되어 있는 진정한 킬링 포인트가 바로 이 부분이다.
소중한 사람을 만나고 오직 그 사람만을 떠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생활의 공간에 진짜 위치해있지 않아도 항상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면 감히 축복받은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내 일상에 함께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욕심을 가져보는 가사가 달달해서 끄적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