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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억과기억 Nov 22. 2023

살아가는데 도움 되는 왕

군생활을 하던 시절 후임을 혼내는 일이 있었다. 나름 예쁨을 많이 받고 책임 있는 자리에도 오래 있었던지라 그런 일이 꽤 많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지막에 붙이는 말이 있었다.


"너 (후임)는 군생활을 하고 싶어서 왔니?"

"아닙니다."

"나도 그렇거든? 아니 여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무라서 온 거지 가고 싶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 없을 거야"

"..."

"그런데 기왕 온 거 이렇게 혼나고 다른 사람들한테 미움받으면서 하고 싶지는 않잖아?"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열심히 해보자. 한 번 하는 군생활 예쁨 받으면서 하는 게 좋지 않겠니?"


그렇다. 한번 주어진 생활 잘 해내서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이 잘 지내는 게 여러모로 좋다. 그러기 위해서 가지면 좋을 마인드가 있다.

인간은 항상 선택을 강요받으면서 살아간다. 누군가 강제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선택의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선택하는 순간 그에 따른 상황이 펼쳐지고 그중에는 내 기대와 다른 것도 존재한다. 아니 대부분이 그러하다. 그래서 그 선택을 후회하기도 하고 마주한 상황에 대해 회피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 우리 마음속에 있는 왕을 끌어들여야 한다. 바로 '기왕'이다.

'기왕'이라는 말 뒤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말들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기왕 하는 거~'라는 마인드가 마음에 자리하면서 선택에 대한 후회를 뒤로 미루고 주어진 상황에 대해 집중하게 만든다.


'기왕'은 책임감을 만드는 매력도 있지만 신뢰감을 주는 매력도 있다. 선택한 일에 대해 책임지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에 대한 신뢰감을 보내게 된다. 그러면서 그 믿음에 상응하는 기회도 찾아올 수 있다. 이를 악용하는 일부의 사람들도 있겠지만 아직은 따뜻한 세상이지 않을까.

비록 지금 하는 일이 무의미한 거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언젠가는 커다란 건축물로 완성되겠지만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건 그 파편들로 인해 더러워진 땅, 손에 생겨가는 굳은살뿐이니까. 그래도 기왕 시작한 거 조금만 더 참고 오래 해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다. 근처를 지나가던 사람이 포크레인으로 도와줄 수도 있고 더 튼튼한 곡괭이를 줘서 빨리 탈출할 수도 있다. 아니면 그동안의 경험이 노하우로 쌓여 기존의 건축물이 아닌 다른 랜드마크가 완성될 수도 있다.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을 위해 시작했다면 기왕 시작한 거 나아가보자. 아님을 깨닫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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