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서른, 축구하기로 결심하다.

내 생각대로 우리 의지대로.

by 이축구

축구에서 많은 약팀들은 수비위주의 역습전략을 구사한다. 축구에서 이런 전술을 '내려 앉아 경기한다'라고 하는데, 교원대학교 축구부는 매년 매 경기 이 전술을 구사할 수 밖에 없었다. 특기자 선수들로만 뭉쳐있는 팀들을 상대하다보면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내가 답답했던 것은 '공격 의지' 였다. 내가 주장으로 팀을 이끌었을 때에도 이런 점을 완벽하게 개선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09학번을 필두로한 축구부 후배들은 '질때 지더라도 우리 축구를 하겠다.' '몇 골을 먹든 자기 축구를 해보겠다.' 라는 의지가 상당했다. 선배로서 참 고맙기도하고 배울점도 많았다. 실력적으로도 선수앞이라고 위축되는 법이 없었고 당당했다. 자기 축구를 구사했다.


5시간을 운전하고 곧바로 들어간 첫경기부터, 이틀간격으로 있었던 세 경기는 결국 8년이 다되가는 지금도 그 순간들이 선명히 기억난다.

내가 왼쪽윙이었던 이원이에게 연결해 주는 장면.


이원이는 다시 재욱이에게 패스했고 재욱이는 드리블 후 다시 이원이에게 긴 스루패스를 연결했다.


이원이는 이 공을 끝내 잡아 패널티 박스 근처에 있던 나에게 패스해줬다.
자신있는 자리 였기 때문에 오른쪽으로 드리블을 친후 슛을 날렸으나 공에 빗맞았다.


내 축구를 해보겠다는 각자의 의지들, 끊임없이 몸을 날려 수많은 슛들을 막아내고도 많은 골을 내 주어야만 했던 키퍼 형진이의 끝없는 화이팅. 내가 선수들에게 살짝 위축된 모습을 보이자 이대로 돌아 갈거냐고 선배를 호되게 질책해 줬던 포워드 의영이, 선수보다 빨랐던 주장 진영이, '형 드리블 더 끌어도 돼! 통하잖아 쟤들 별거 없어'라며 응원해주었던 재욱이..


이런 09학번 말고도 너무나 뛰어났던 10,11학번 축구부 후배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물론 3경기 43실점 이라는 숫자로는 조금 민망한 결과 이지만,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해보고, 각자의 의지대로 각자의 축구를 했다는 것에 만족했다. 그리고 그렇게 대학에서의 내 축구가 완전히 마무리 되는가 싶었다.


대회가 끝나고 돌아오는길에 무심코 말을 던졌다.

"얘들아 이젠 뭐하냐 난 축구할라고 학교다녔는데..."


그런데 후배들이

'황소컵 우승해야죠 형!'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황소컵???황소컵이 뭐지?? 내가 주장일때까지만 해도 아마추어 대회는 참가하지 않았고, 또 그런 대회가 있는지도 몰랐다. 황소컵은 정식 축구부가 참여할 수 없는 아마추어 대회였다. '한국교원대'는 선수등록이 된 정식 축구부이기는 하지만, 따지고보면 아마추어 팀이었기에 주최측에서 허락을 해준다고 했다. 청주지역 대학 아마추어 대회 황소컵이 남았다.


선수대회가 나에게 큰 의미가 있지만, 아마추어 대회에서라도 득점 그리고 승리를 하고 싶었다. 지는데 너무 익숙해져서 이기는 법 자체를 잊어버린것 같았다. 그라운드 위에서 환호와 희열을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선수대회가 끝나고 얼마 안있어 아마추어 대회 황소컵에 참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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