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서른, 축구하기로 결심하다.

이가 없다면 잇몸으로.

by 이축구

던지다 시피 써내고 나온 자퇴서는 부모님의 동의와 지도교수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아주 다행히도 처리되지는 않았다.(난 그때 자퇴서에 이런 것들이 필요한지도 몰랐다.)


결국 부모님의 도움으로 병 휴학 처리 되었다.


이 때가 2008년말이었고, 방황하는 20대 초반의 한국청년들이 으레 그렇듯 나는 2009년 3월 군입대를 하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축구에 별 관심없는 군부대에 배치되었고 군대에서도 방황을 하며 2년이 지났다. 방황이 끝나지 않은채 다시 2011년 사회로 나오게 되었다.


휴학처리가 되어 복학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나는 군대에서 갓 전역한 호기로운 예비역 병장이었기에 몇번의 뻘짓을 연속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부모님을 포함한 주변에서 복학을 제안했다. 사실, 달콤한 제안이었다. 이제까지의 뻘짓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복학을 결심했다.


복학할 수 있는 시점은 3학년 2학기 부터였다. (3학년 2학기 도중에 휴학을 했기 때문에...) 내가 복학을 마음먹은 시점은 학부생들의 1학기 중간즈음 이었다. 역시나 나도 모르게 슬슬 축구부의 근황과 상황에 대해 궁금해 지기 시작했다. 시기가 추계대학 축구연맹전 준비를 위한 여름방학 축구부 합숙 전이었다. 억지로 함께 할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그 자리를 함께하고 싶었다.


09학번이 주축인 축구부는 내가 주장이었던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시크한 표정으로 09학번 주장은 내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혹시 자리가 있다면 나도 뛸 수 있을까?

'실력만 있다면, 당연히 주전으로 뛸 수 있죠.'

-그럼 여름합숙 전에 몸만들어 들어갈게! 그럼 여름합숙 끝나고 추계 대학 축구연맹전 도 뛸수 있어?

'되겠죠?'


난 다시 한 번 축구를 할 수 있다는것에 흥분을 느꼈고, 합숙 2주전부터 미리 학교에 내려가 몸을 만들기 시작했다. 2주만에 5~7키로 정도를 감량하고 날 처음 접하는 후배들과 여름방학 합숙을 시작했다.


처음만난 09학번 축구부 친구들은 다들 하나같이 개성이 강했다. 그들은 내가 어려웠을지라도 난 금방 그 친구들이 좋아졌다. 왜냐면, '축구'를 진짜 좋아했고, 축구를 잘했다! 동기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이때가 내 현역시절 축구부보다 더 재밌었다.

(물론 내가 당시 축구부의 최고학번이라 크게 잔소리 들을 일이 없어서 였을 수 있다.)


하루종일 축구했고, 밤에는 후배들과 축구이야기를 하다 잠이들었다. 그렇게 대회를 준비했다.


대회를 앞두고 여러 잡일을 준비하던 09학번 주장이 뜻밖의 말을 건냈다. 이번해에는 학교버스를 쓰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교수님과 논의하다 여러 대안중에 나온 최선의 방도는 운전이 가능한 2명의 학생이 스타렉스2대를 렌트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이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나와 또 한명의 복학생이 스타렉스2대를 끌고 대회가 열리는 영광으로 직접 선수를 싣고 달렸다.


가는데만 5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에, 경기 전날 출발하여 숙소에서 잠을 자고 경기에 참가하는게 맞지만, 숙소에 하루 더 머물 여윳 돈이 없었다. 그래서 경기 당일 아침 나는 유니폼을 입은채 축구부를 직접 싣고 영광으로 달렸다.


아침부터 5시간을 달려 경기장에 도착해 30분 몸을 풀고 바로 첫 경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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