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은 넥스트 미디어플랫폼이 될 수 있을까?
첫날 숙소로 돌아가니, 어떤 아주머니가 거실에서 파스타를 먹고 있었다. 나는 이 집의 사모님인가 하여 인사를 했다. 대화를 나눠보니 이 분도 다른 방을 빌려 쓰는 게스트이며 CES 스태프로 일하시는 분이라고 했다. 나는 출품자나 기업직원이 아닌 단순히 방문자이고, VR에 관심이 크다고 말하니 CES 행사장 구역에 대해 자세히 말해 주었다.
핸드폰으로 CES 홈페이지를 보여주며 관심분야를 검색하면 부스번호가 나온다고 했다. 부스번호에 따라 부스가 설치된 구역이 다르니 잘 찾아가라고 조언해 주었다. 자신의 명찰 뒷면을 보여주며 핸드폰으로 찍어가라고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우버택시를 불러 행사장으로 향했다. 첫날 우왕좌왕하며 고생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크게 헤매지 않고 VR 섹션으로 향할 수 있었다.
나는 VR이 넥스트 미디어플랫폼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VR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고 내가 좋아하는 '축구'와 VR을 연결시키고 싶다는 추상적인 꿈을 가지고 있다. CES 방문을 결정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2023년 애플사가 출시를 예고한 VR기계 '비전프로' 때문이다. 지금까지 다양한 회사들이 앞다투어 여러 VR기기들이 출시하였지만, 애플은 지금까지 조용히 있었다. 2023년 비전프로를 출시하며 본격적으로 VR(XR-확장현실이라고 애플이 주장함) 시장에 뛰어들었다. 내 확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과 함께 VR 최신기술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를 CES로 이끌었다.
하지만.. 애플이 CES에 불참한다는 소식과 함께 비전프로를 출시해 버렸다. 그것도 바로 CES 개막 전 날에..
맥이 빠졌지만, 그래도 VR 섹션에 큰 기대를 걸고 행사장으로 향했다. 내가 인터넷으로만 접해왔던 기술들을 실제로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와 새로운 기술들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고무되었다. 하지만, 기대가 곧 실망이 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구석구석 뒤져봐도 이미 온라인에서 접했던 기술이었다. 직접 시현해 보니 신기한 기술도 있었지만 대단한 진전은 없어 보였다. VR기술이 우리 삶에 넥스트 미디어플랫폼으로 들어오기에는 아직 꽤 긴 시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되었다.
왜 이런고 가만히 추측해 보니, 바로 'AI' 때문이었다. 챗지피티를 필두로 한 'AI' 기술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기울어져 있었다. 이는 곧 자본의 쏠림도 예상해 볼 수 있다. 24K 정도의 화질을 라이브 스트리밍 가능한 통신기술의 발전과 VR머신의 초 경량화 거쳐 VR기술이 우리 삶에 들어오기까지 7년에서 8년 정도를 예상했지만, 이번 CES를 계기로 10년을 예상하게 되었다. '코비드-19'와 같은 대단한 사건이 있지 않은 한 말이다... (다만, 개인용 VR 카메라나 AR 글라스에 쓰이는 초 경량 렌즈 기술은 상용화 단계까지 기술이 발전된 것을 확인했다.)
이렇게 2024, CES VR 섹션의 모험은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