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CES
1월 10일 오전 7시 30분, LA 공항에 도착했다. 스탑오버 때문에 몇 번 들려보았지만 그 짧은 순간에도 좋은 기억이 없다. 불친절한 직원들, 끝없는 입국 수속 대기, 비효율적인 일처리 등. 이런 이유로 라스베가스행 비행기표를 5시간 뒤로 잡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생각보다 입국수속 대기줄도 길지 않았고, 입국수속 절차도 간단히 끝났다. 왜 LA에 왔냐는 질문에 CES 보러 왔다는 말을 끝으로 입국수속은 끝났고 여유 있게 라스베가스행 비행기를 기다릴 수 있었다.
LA에서 출발하는 라스베가스 비행기표는 25000원 정도로 아주 저렴했다. 그런데 수하물에 대한 추가구입 칸이 없길래 분명 이거 추가 결제가 필요하긴 하겠다 싶었다. 따로 캐리어를 들고 온 것도 아니고 큰 배낭 하나라 많아봐야 50달러 정도 예상했는데 웬걸, 89달러를 추가 결제 했다. 요즘 저가 항공사들이 이런 식으로 돈벌이를 하는구나 싶었다. 라스베가스에 도착하자마자 우버택시를 불러 예약해 놓은 에어비앤비 숙소로 향했다. CES전시장과 그리 멀지 않은 단독주택이었는데, 봤던 사진과 다르게 분위기가 오묘했다. 골프장 바로 옆에 붙어있는 집이었는데 미국 공포영화에 나오는 집처럼 스산한 면이 있었다. 다행히 지내는 동안 아주 편하게 지냈고 호스트들도 쿨했다.
짐을 대충 풀고 시간을 보니, 3시 30분 정도 되었다. 6시까지 전시시간이니 서둘러 가면 분투 중인 섬세이 팀은 만날 수 있겠다 싶었다. 다른 전시야 이틀이 더 있으니 그때 집중하기로 하고 창혁이 형의 섬세이 팀을 만나러 CES전시장으로 출발했다.
섬세이팀이 (베네치아) west hall에 있다길래 '베네치아'를 빼먹고 우버를 타고 '그냥'west hall로 향했다. CES전시장이 거대해 돌아다니기 힘들다는 건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지만, 전시장이 셔틀을 타고 움직여야 할 정도로 따로 떨어져 있을 줄은 몰랐다. CES전시장은 센터홀, 웨스트홀, 노스홀 등으로 이뤄진 구역과 베네치한 호텔에 웨스트홀, 이스트홀 등과 같은 구역이 따로 있었다.
섬세이팀이 있는 곳이 베네치아 구역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베네치아 구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안내요원들 및 배지를 목에 메고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베네치아 구역에 도착했다. 시간은 6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기천명쯤 되는 사람들은 썰물처럼 전시장에서 빠져나오고 있었다. 연어처럼 그 사람들을 거슬러거슬러 베네치아 구역 west홀에 도착하고, 섬세팀의 상징인 나무를 찾기 시작했다.
진행상황은 중간중간 듣긴 했지만 확실 CES에 참여한 다른 업체와 확연히 이질적이었다. 어떻게든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해 사방으로 오픈하고, 있어 보이기 위해 번쩍이는 조명과 큰 글씨로 도배한 다른 전시장과 달리 섬세이팀은 출구 쪽 작은 홍보공간 외에는 벽으로 둘러싸여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또한 둘러싼 외벽에도 SUMSEI라는 글자 외에는 별다른 장식이 없었다. 그런데 소개하는 직원들은 아주 유니크한 유니폼을 똑같이 차려입고 맨 발로 부스를 지키고 있었다. 확실히 개성 있었고, 별생각 없이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출만했다.
저녁식사 자리에 껴준다기에 흔쾌히 함께 하겠다고 했다. 간단히 먹을 줄 알았건만 너무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시져스 팰리스 호텔'의 뷔페에 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온갖 맛있는 음식에 눈이 돌아가서 사진 한 장 제대로 남기지 못했다. 숙소로 돌아와 일기를 쓰는데 위기감 비슷한 것이 몰려왔다. 저들은 저렇게 전투 중인데 난 그저 놀고 있는 것 같았다.
내일부터는 나도 어떻게든 나의 전투를 하리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