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독서를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책을 읽어야 한다고 아우성친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여러 가지 답을 생각할 수 있다. 문해력을 길러야 하니까. 마음의 양식이니까 등. 그런데 과연 독서란 무조건 좋은 일인가?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 읽는 것이 더 좋다면 어떤 부분에서 좋은가? 만약 그것이 진정 마음의 양식이라면 어떻게 섭취해야 하는가? 독서하기 전에 이런 질문들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해 보라.
책이란 어떤 상황 속에서 문제의식을 느낀 사람이 어떤 의도로 자기 생각하는 바를, 일정한 형식과 내용을 갖추어 글(그림)로 써낸 것이다. 그렇다면 ‘독서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책을 이루는 여러 요소를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서 몇 가지 답변을 생각할 수 있다.
첫 번째, 독서란 ‘저자의 생각을 읽는 일’이다. 아무런 이유 없이 책을 써내는 사람은 없다.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기 생각의 한 토막을 잘라내어 책을 쓴다.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살아 움직이는 생각을 토막 내어 단단하게 붙잡아두고 글로 다듬어 쓰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자기 생각을 다른 이에게 전하기 위해 책을 낸다. 이렇게 보면 책은 저자의 생각이 단단하게 뭉쳐있는 단단한 물건이다. 독서는 일차적으로 저자가 단단하게 뭉쳐놓은 생각을 풀어 읽는 일이다.
두 번째, 독서란 ‘내 생각을 읽는 일’이기도 하다. 독서는 단순히 저자의 생각을 읽고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니다. 저자의 생각을 읽으면서 동시에 내 생각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저자의 생각을 읽으면 거기에 반응하는 내 생각도 함께 떠오른다. 책을 읽으면서도 도무지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그것은 단지 그것은 기계적으로 ‘글자’를 읽는 일에 불과하다. (책의 배경과 맥락을 모르고 읽을 때, 자주 겪는 일이다) 책은 정신의 거울이다. 얼굴을 거울에 비추어 보듯이, 생각을 책에 비추어 볼 수 있다.
세 번째, 독서란 ‘저자와 내가 만나 대화하는 일’이다. 그것은 단지 저자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고, 평소의 내 생각을 비추어 확인하는 일에 그치는 것도 아니다.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만나고 부딪혀서, 혹은 얽히고 얽혀 새로운 생각이 일어나는 과정이다. 저자의 생각은 굳어진 활자에 머물러 있지만 나는 그 생각을 읽고 달라진다. 동의하면 동의하는 대로, 비판하면 비판하는 대로 정신은 자라난다.
여기서 우리는 저자의 생각을 읽고 나의 생각을 확인하는 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저자와 나의 대화를 함으로써 정신의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려고 한다. 우리는 이를 ‘만남으로서 독서’라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