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확장된 자신의 입장과 생각을 붙잡아서 하나의 완결된 형식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내 안이 비어 있다면 글을 쓸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내 안에 없는 것을 억지로 내 것인 양 가져와서 쓰면 안 된다.
제대로 글을 쓰려는 사람은 자신의 안이 비어 있다는 사실부터 깨닫는다. 그리고 글을 잘 쓰는 규칙(형식)을 익히는 동시에 자기 생각(내용)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글을 잘 쓰는 규칙은 단지 규칙일 뿐이다. 내용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이 글에 나와 있는 규칙들, 그리고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을 참고하여 몇 번 연습하면 규칙은 금방 익힐 수 있다. 작문 훈련은 규칙을 익히는 일이 전부가 아니다. 자기 내면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것이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이다.
작문과 관련하여 자신의 내면을 채우는 일에 필요한 덕목은 ‘정직함’과 ‘생각하는 힘’이다. 먼저 정직함에 대해 생각해 보자. 사람은 근본적으로 자신을 드러내어 남들로부터 ‘잘남’을 인정받고 싶어서 몸부림치는데, 슬프게도 남들은 웬만한 일은 인정해 주지 않는다. 그들에게 인정받으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을 더욱 부풀리고 꾸민다. 이것이 참된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된다. 자신의 출발점이 어딘지 모르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말로 쉽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아무리 자신의 ‘잘남’을 뽐내려 해도 사람들은 거기에 헛된 꾸밈이 있는지, 없는지를 본능적으로 안다. (학창 시절, 교단에서 돌발질문에 답하는 교사가 그 내용을 알고 설명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모르면서 대충 뭉개는 것인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정직한 글이 읽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까닭이다.
다음으로, ‘생각하는 힘’은 특정 사태를 꿰뚫어 본 뒤, 이를 합리적인 틀로 재구성하는 능력이다. 인간의 모든 능력이 그렇듯이 이는 단번에 길러지지 않는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골똘히 생각하고, 주위 사람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책을 읽어보고, 글도 이리저리 써보면서 생각을 해야 한다. 즉, 앞서 우리가 이야기했던 만남으로서의 독서, 함께 성장하는 토론하기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활동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생각의 폭과 깊이를 더욱 확장할 수 있으며, 글쓰기를 통해 이렇게 확장된 자신을 갈무리하여 붙잡아 둘 수 있다.
그리하여 정직한 글쓰기는 결국 ‘나를 닮은 글쓰기’로 나아간다. 글이란 그 자체로는 문자, 기호로 이루어진 체계이지만, 좋은 글을 만나면 마치 살아있는 사람과 대화하듯이 그 사람만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생각의 방식이나, 문체, 다루는 내용 등 글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 그 사람을 닮아있는 것이다.
좋은 글이란 저자가 살아 숨 쉬는 글이다. 이런 글이야말로 저자의 입장에서는 헛된 꾸밈이 없이 정직하게 저자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했기에 되돌아보고 곱씹어보면서 생각을 밀어붙일 수 있으며, 독자의 입장에서는 무미건조한 정보를 전달받는 것이 아니라 글에 담긴 진정성으로 인해 마음이 움직이며, 인격적인 만남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제시한 작문 규칙들은 ‘만남으로서의 독서’, ‘함께 자라나는 토론하기’와 함께 맞물려 내 안에 있는 것만을 쓰는 ‘정직한 글쓰기’, 더 나아가 ‘나를 닮은 글쓰기’를 지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