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웨인 존슨 대선에 출마하다

출마 선언의 정치학

by 아이호퍼

선거에서 출마 선언의 타이밍은 매우 중요하다. 타이밍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정치적 임팩트는 물론, 법률적 함의, 선거운동 전략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출마 선언의 방법도 중요하다. 유튜브로 할지, TV 프로그램에 나와서 할지, 아니면 전통적 방식인 대중연설로 할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 SNL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 온 드와인 존슨과 톰 행크스의 2020대선 출마 선언 포스터

드웨인 존슨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다.

방송 출연을 통한 출마 선언과 관련해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 드웨인 존슨이 2017년 5월 20일, <Saturday Night Live>라는 유명한 오락 프로그램에 출연해 2020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러닝메이트로는 톰 행크스를 택했다.


존슨은 진지한 표정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내용으로 출마의 변을 대신했다.

“전엔 대통령으로 출마한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어요. 자격이 있다고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자격을 지나치게 갖췄다는 생각에 걱정이 될 정돕니다.”


행크스도 출마 선언에 유머를 곁들였다.

"사실, 미국이 우리를 필요로 하고 있어요. 사람들은 두 가지를 빼고 도대체 동의하는 일이 없어요. 피자와 우리 둘을 제외하면 전혀요."


두 사람은 이날 방송 출연 며칠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대선 출마는 현실성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존슨이 2020년 대선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다면 도널드 트럼프를 제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온 적도 있었다. 아쉽지만, <SNL> 오프닝 모놀로그 끝에 "대선 출마 선언은 농담일 뿐"이라는 말로 유쾌한 에피소드는 마무리됐다.


출마 선언의 중요성

미국인이라면 대통령 선거에 누가 출마할지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후보자는 ‘왜’, ‘굳이’ 출마 선언이라는 의례적 이벤트를 하는 걸까? 유권자는 듣고 싶기 때문이다. 무엇을? 후보자의 생각을!

“왜 출마하려는 것인지, 무엇이 다른 후보와 다른지”를 말이다.


2007년 2월 버락 오바마는 에이브러햄 링컨이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한 일리노이 스프링필드의 옛날 주 의회 의사당에서 출마 선언을 했다. 영하의 추운 날씨에 운집한 수천 명의 지지자와 수백 명의 기자는 오바마가 무엇을 발표할지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바마의 이 말을 듣고 싶었다.

“저는 미국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기 위해 오늘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 스프링필드에서 2008년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오바마 후보자


출마 선언은 실제의 뉴스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정교하고 세심하게 연출된 이벤트이자 의식이다. 그리고 후보의 장점을 보여줄 최고의 기회다. 광고효과로도 더할 나위 없다. 후보가 출마 선언을 하는 1시간 남짓은 세계인의 이목을 끌 수 있는 터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출마 선언은 ‘청혼’과도 같다.

무조건 유권자를 감동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어떻게 극적으로 발표할 것인가를 두고 후보자와 참모들은 몇 달 동안 고심하며 계획을 세운다. 영화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은 친숙한 TV 연설로 출마 선언을 했고, 연설의 대가인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은 군중을 흥분시키는 대중연설로 출마 선언을 했다.


출마 선언은 대선 레이스의 승패를 가를 정도의 결정적인 사안은 아니다. 하지만, 선거운동 초기에 후보자의 역량을 테스트하는 무대임에는 틀림없다. 만약 출마 선언에 임팩트가 없다면, 선거운동의 동력을 얻지 못한 채 연기처럼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 그래서 출마 선언은 메시지와 상징이 분명해야 한다. 냉엄하기 그지없는 대선이라는 정글에서 잘 연출된 출마 선언이 이뤄지지 않으면 유권자에게 준비가 덜 된 후보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출마 선언에서 연설은 너무도 중요하다. 단순하지만, 중요한 몇 가지 질문에 명쾌하게 답해야 한다. “왜 출마하는가?” “당신이 왜 다른 후보자보다 나은가?” 이런 질문에 진정성 있는 이유를 밝히지 않고선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유권자들은 나름의 거짓말 탐지기를 갖고 있으니까!

출마 선언의 방식

출마 선언의 방식은 후보자가 생각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택할 뿐 정해진 방식은 없다. 여전히 대중연설을 선호하고 있지만, 갈수록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2004년부터 2020년까지 한 차례 이상 대선 토론회에 참가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주요 대통령 후보 57명의 출마 선언 방식을 보면, 군중연설이 29명, 방송 출연이 13명, 온라인이 10명이다. 아직까진 SNS 등을 활용한 디지털 방식보다는 대중연설과 같은 아날로그 방식을 택한 후보가 압도적으로 많다. 유권자와 직접 눈을 마주치고, 같이 호흡하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 페이스북에 2016년 출마 선언을 한 힐러리 클린턴

최근으로 눈을 돌리면 디지털 방식의 출마 선언이 확연히 많다. 2012년 대선에서 뉴트 깅그리치는 자신의 웹사이트에 트위터를 링크하는 방식으로 출마 선언을 했고, 게리 존슨 역시 트위터를 통해 출마 선언을 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선거 웹사이트와 페이스북에 출마 선언 동영상을 올렸고, 테드 크루즈는 트윗으로 출마 선언을 했다.


2020년 대선에선, 5명의 주요 후보 중 대중연설 방식을 택한 사람은 트럼프 후보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자신의 선거 웹사이트에, 바이든은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출마 선언 동영상을 올렸다, 샌더스는 지지자에게 보내는 e메일로 출마 선언을 대신했다.

잘 알려진 후보일수록 판에 박히지 않은 방법으로 출마 선언을 하는 경향이 있다.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향을 찾아 성조기를 손에 들고 운집한 지지자 앞에서 연설을 통해 출마 선언을 하는 것은 멋진 이벤트임은 분명하지만, SNS와 같은 디지털 출마 선언 방식을 택하는 후보가 갈수록 늘어날 거라는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출마 선언의 시기

출마 선언의 방식 못지않게 시기도 매우 중요하다. 유력 후보에게 출마 선언 자체는 중요하지 않다. 단지, 시점을 저울질할 뿐이다. 가장 결정적이고 극적인 순간을 기다리며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정치에서는 4년 내내 선거운동이 한시라도 멈추는 법이 없다. 선거운동의 일상화는 미국 정치의 전형적 특성이다. 연방 의원은 물론 대통령까지도 지지자들에게 후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정기적으로 보내고 정치자금 모금행사를 수시로 개최하는 것은 워싱턴 정가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선거가 있는 해에만 선거운동을 하고, 나머지 임기 동안은 선거와 무관한 입법이나 행정에 에너지를 쏟는 것은 고전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어쨌든 백악관을 차지하기 위해 언젠가는 대중 앞에서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는 순간이 반드시 도래한다. 재밌는 것은, 출마 선언 시점이 선거자금 모금액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출마 선언을 하는 순간 해당 후보자의 선거사무소는 분기마다 선거자금 모금 결과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따라서 후보자의 선거캠프는 선거자금 모금에 가장 유리한 시점에 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다른 후보자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어쨌든, 그 시기는 선거 전략에 달렸지만 중간선거가 치러진 해 연말까지는 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분위기 파악에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연말 휴가 기간 동안 가족과 지인들을 만나 최종적인 출마 결정을 하기 때문이다.


출마 선언 시기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버니 2020년 대선에서 샌더스는 선거일로부터 22개월 전인 2019년 2월 19일, 조 바이든은 그보다 조금 늦은 2019년 4월 25일 출마 선언을 했다. 2016년 대선에서도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이 가장 먼저인 2015년 3월 23일에 출마 선언을 했고, 이어서 힐러리 클린턴이 선거일 약 20개월 전인 2015년 4월 12일, 버니 샌더스가 19개월 전인 2015년 5월 26일, 그리고 한 달 뒤인 6월 16일에는 도널드 트럼프가 차례로 출마 선언을 했다.


출마 선언이 빨라진 것은 예비선거 일정 때문이다. 각 당의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는 예비선거 일정은 선거일 기준 최소 일 년 전에 확정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후보자들은 과거보다도 훨씬 일찍 출마 선언을 할 수밖에 없고 선거운동 기간도 그만큼 길어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