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 탈락 후 무소속 출마가 가능한가?
2015년 12월 도널드 트럼프는 TV 대담프로에 나와 “공화당 지도부가 자신을 공정하게 대하지 않는다면 제3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공언한 적이 있다. 며칠 후 벤 카슨도 “만약 공화당 경선에서 탈락하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도 있다”며 경선 결과에 불복할 의사를 내비쳤다.
그러면, 예비선거에서 탈락한 후보가 무소속 또는 다른 정당 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가능할까?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실행에 옮기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그 이유는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50개 주와 D.C에 각각 후보자 등록을 마쳐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예비선거를 모두 치른 후에 사퇴한다면 상당수의 주는 후보자 등록 마감일이 이미 지나버릴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주별로 후보 등록 마감일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2016년 예를 보면, 후보자 등록 마감일이 가장 빠른 주는 텍사스로 5월 9일이었고, 가장 늦은 주는 9월 9일로 로드아일랜드, 미시시피, 켄터키, 애리조나 등 4개 주였다.
50개 전체 주와 워싱턴D.C로 넓혀 보면, 후보등록 마감일이 9월인 주는 5개, 8월인 주는 32개, 7월인 주는 9개, 6월인 주는 4개였고, 5월인 주는 1개였다. 만약 전당대회를 모두 치른 후 결과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최소 10개 이상의 주에서 이미 후보자 등록이 마감되기 때문에 이들 주에서는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설령 후보자 등록 마감일을 놓치기 전에 일찍 사퇴하고 무소속으로 후보로 등록을 한다고 하더라도, 일명 ‘찌질한 패자 방지법a sore-loser law’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대부분의 주에서 “어느 정당의 예비선거 후보자로 등록한 사람은 다른 정당의 후보나 무소속 후보로 그해에 열리는 대통령 본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 주의 후보자 등록 마감일을 지키지 못했거나 ‘찌질한 패자 방지법’에 따라 본선거에 출마를 못 한다고 하더라도 출마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바로 ‘기명후보’ 제도를 이용하면 된다. 기명후보 제도란 정식으로 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아 선거용지에 후보자의 이름이 인쇄되지 않았더라도, 유권자가 투표용지의 가장 아래쪽에 있는 빈칸에 지지하는 사람의 이름을 적으면 유효한 투표로 인정을 하는 제도다.
투표용지에 자신의 이름이 없더라도 선거운동을 통해 유권자가 투표할 때 용지에 자신의 이름을 직접 기입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다. 8개 주를 제외한 42개 주와 D.C는 기명후보를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제도를 활용하여 대통령 본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정당개혁 운동가들은 이 법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이 법은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제3 정당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령 이 법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정치환경이나 선거제도 아래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의 주는 정당 소속의 후보자보다 무소속 후보자의 등록 요건을 한층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소속으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할 우 선거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가 주요 정당의 후보와 동등한 경쟁을 펼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선거비용을 지출해야한다.
<참고>
‘sore loser는 사전적으로 ‘아픈 패배자’라고 해석될 수 있는데, 그 안에는 ‘패배하고도 인정할 줄 모르는 사람’, ‘승자에 대해 생트집을 잡는 찌질한 패배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따라서 ‘a sore-loser law’는 ‘찌질한 패배자 방지법’ 정도로 해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