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슨가족, 트럼프 당선을 예측하다?

16년 전, '심슨가족'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을까?

by 아이호퍼

30년이 넘도록 방영되고 있는 TV 애니메이션 시리즈가 있다. 바로 ≪심슨 가족≫이다.

한심하고 멍청하며 무능력하기까지 한 가장(家長) '호머 심슨'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애니메이션이다.

"≪심슨가족≫이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예언했다"라고 하여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


정말 일까? 그것도 16년 전에?

팩트체크를 해보자! 단서는 2000년 3월에 방송된 ‘미래로 간 바트(Bart to the future)’편에 있다.

'미래로 간 바트'편은 미국 최초의 ‘이성애자(異性愛者) 여성 대통령’(straight female president)이 된 리사 심슨이 취임 직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참모들과 대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정을 엄청나게 적자 상태로 만들어놓고 퇴임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안 좋나요?”

“우리는 파산했습니다.”

“나라가 파산했다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도널드 트럼프를 '나라 재정을 파탄시킨 전직 대통령'으로 묘사하고 있다.

실제로 ≪심슨가족≫의 감독이나 작가는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까?

이들의 인터뷰를 보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예언했거나 믿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해당 에피소드의 작가였던 댄 그리니(Dan Greaney)는 2016년 3월 ≪The Hollywood≫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 에피소드는 미국을 향한 경고였다. 미국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한 결과다.


그리고, 대선을 불과 2주 앞둔 2016년 10월, ≪심슨가족≫의 크리에이터인 맷 그레이닝(Matt Groening)은 ≪Guardian≫과의 인터뷰에선, “당시 그런 설정을 넣은 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에 가장 어이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며, 지금도 그런 것이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2000년 당시엔 트럼프는 제3당인 개혁당(Reform Party)의 후보 경선에 나섰다가 중도 사퇴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연방정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자들에게 1회성 거액의 세금을 징수한다거나, 동성애자 병사를 군대에 입대시키는 것과 같은 급진 좌파적인 주장을 했었다. 자신의 지나온 삶의 궤적과 전혀 다른 주장을 하는 트럼프가 허황된 사람으로 비쳤을 수도 있다.

당시로선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만화적 상상력에서나 가능했던 것이지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탄생을 예상한 것이 그레이닝의 설명이다.


심슨가족은 힐러리 편?

16년이 지난 2016년에는 만화적 상상력이 두려운 현실이 되어버렸다.

≪심슨가족≫ 작가는 “만화 속 예언이 현실화되고 있는 데 대해 걱정스럽다”는 우려를 하면서, 2016년 7월 30일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영상을 만들어 내보내기도 했다. 이 영상의 내용을 잠시 소개해본다.

영상은 “새벽 3시, 백악관에서 전화벨이 울리면, 당신은 누가 전화받길 원하는가?”라는 내레이션이 흐르는 대선광고를 심슨 부부가 TV로 시청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힐러리 클린턴이 백악관 상황실의 전화를 받는 장면

백악관 상황실로부터 긴급 전화를 받은 힐러리 클린턴은 "당장 갈게요"라며 민첩하고도 책임 있는 대응을 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백악관에 가기 위해 보톡스를 맞는 장면


반면, 트럼프는 상황실 전화가 울리자, “지금 트위터 중이잖아”라며 전화를 끊어 버린다. 결국 가야 하긴 해서 트위터를 마저 끝내고 메이크업을 받은 후 얼굴에 보톡스까지 맞으면서 한껏 여유를 부린다.

정오가 다 돼서야 외출 준비를 마친 트럼프에게 다시 백악관에서 전화가 걸려온다.


“상황이 종료됐습니다.”

“너무 늦었다고? 중국 함대가 진군하고 있다고?

그냥 장벽 하나 더 지으면 되잖아, 바다에 말이야! 한심한 놈들!”


트럼프는 신경질을 낸 뒤 다시 트위터 삼매경에 빠지는 모습으로 광고는 끝이 난다.


대선 광고를 지켜본 호머(Homer)의 부인 마지(Marge)는 “마음을 정했어. 당신도 그렇지?”라며 묻는다.

이에 호머는 “당연하지, 트럼프한테 투표하면 되지?”라고 눈치 없이 대답하자, 마지는 “그러면 당신이랑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라고 정색을 한다. 결국 “제가 이래서 민주당원이 됐답니다”라는 클린턴 지지를 시사하는 호머의 대사로 마무리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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