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가끔 황당할 때가 있다. 2016년 공화당 전당대회가 그랬다. 뉴저지 주지사인 크리스 크리스티는 연설 도중 “힐러리를 구속하라!”를 연신 외쳐댔다. 나가도 너무 나갔다. 크리스티는 더욱 기세 등등한 목소리로 “힐러리는 유죄입니까, 무죄입니까?”를 연신 외칠 때마다, 전당대회장은 “유죄”라는 함성으로 뒤덮였다. 전당대회장은 마치 종교집회 같은 광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트럼프의 입장
트럼프는 쇼맨십에선 극강의 정치인이다. 트럼프는 전당대회 첫날부터 아주 요란하게 등장했다. 배경음악은 퀸의 대표곡인 <We Are the Champions>이었고, 조명을 한가득 뒤로 안고 등장하며 신비감을 더했다. 마치 미국 프로레슬러 '언더테이커(Unertatker)'의 입장 장면을 연상시킨다. 당연히 이 장면은 반대 진영에게 좋은 먹잇감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일주일 뒤,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트럼프의 입장 장면이 풍자의 소재로 활용됐다. 영화 <Catch Me If You Can>과 <스파이더맨 3>에 출연한 엘리자베스 뱅크(Elizabeth Banks)는 힐러리의 찬조연사로 나와 같은 배경음악으로 트럼프를 조롱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논란의 멜라니아 연설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는 전당대회 첫날 마지막으로 연설을 했다. 200년 만에 외국 태생 퍼스트레이디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연설 내용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연설이 있은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표절 의혹이 일제히 제기됐다.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의 2008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 내용과 상당 부분 흡사하다는 것이다. 공화당 전당대회는 큰 흠집이 났다. 트럼프 진영은 <CNN>에 출연해 “미셸 오바마의 연설을 베끼지 않았다. 멜라니아가 사용한 단어는 매우 흔한 단어다”라며 표절 의혹을 전면 부인했지만, 결국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과의 당사자는 멜라니아가 아니었다. 메레디스 매카이버라는 이름의 연설문 작성자가 모든 잘못을 뒤집어썼다. 이 여성은 성명을 통해 “자신은 트럼프그룹 직원이며 멜라니아와 전화로 연설문에 대해 논의하던 도중 멜라니아가 미셸 오바마 여사의 연설 문구 몇 가지를 예시로 들었고, 그 내용을 실수로 받아 적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매카이버는 사교 댄서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나 14세에 포드재단의 무용 장학생으로 뉴욕으로 거주지를 옮겼고 아메리칸 발레학교'를 다닌 발레리나 출신이다. 유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도널드 트럼프가 저서를 집필할 때 도움을 주면서 트럼프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참고>
6대 대통령(1825-1829년) 존 퀸시 아담스의 부인도 영국 출신이었다. 그는 2대 대통령인 존 아담스의 아들로 미국 역사상 최초의 부자(父子) 대통령이다. 퇴임 후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노예제 폐지 등에 힘써 지미 카터와 더불어 퇴임 후의 업적이 임기 중의 업적보다 더 높게 평가받는 대통령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