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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호퍼 Mar 13. 2021

왜 헌법이 문제인가?

민주주의를 담는 그릇이자 정치제도를 형성하는 틀

앞에서 미국 헌법의 제정 과정을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그 이유는 막 독립을 쟁취한 신생 국가가 대통령제라는 인류 최초의 대담한 실험을 하게 된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다.


두 번째 이유는 선거인단 제도 때문이다. 외계인이 알려줬을 법한 기상천외한, 미국인조차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제도를 왜 고안해냈는지, 아직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다.


마지막으로, 예비선거 제도 때문이다. 6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다이내믹하게 펼쳐지는 대통령 후보 지명절차가 탄생한 배경과 이유 역시 헌법에 담겨 있다.


헌법 제정 과정의 독특한 배경을 이해하면 복잡하고 어려운 대통령 선거제도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지도와 나침반을 갖고 여행을 떠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 "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로 시작하는 미국의 헌법(Getty Images)

미국식 민주주의의 주춧돌이라고 할 수 있는 헌법은 “우리들, 미합중국의 인민은 We, the People of the United States 이렇게 시작한다. 미국은, 물론 소수에 불과했지만, 인민(people, 人民)이 국가를 직접 설계하고, 스스로 그 나라의 국민이 되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는 인민들이 국가권력으로부터 자유와 권리를 빼앗아오는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가 건설되었다면, 미국은 인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가 일정 부분 되돌려 받고 이를 토대로 지금의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했다는 차이가 있다. 


프랑스의 문학가이자 역사가인 앙드레 모루아André Maurois 미국의 역사는 나라의 질서를 잡고 안정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국가가 되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은 영국의 60개 식민지 중에서 전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한 유일한 국가다. 모든 식민지 국가가 20세기에 들어서 독립국으로서의 깃발을 올릴 수 있었지만, 미국은 이미 18세기인 1783년에 독립을 쟁취했다는 점 또한 차이가 있다.


새롭게 출발한 미국의 질서를 바로잡고 안정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 바로 헌법을 제정하는 것임은 지극히 당연하다. 미국은 헌법을 통해 ‘대통령’이라는 행정수반을 발명해내고, 더 나아가 대통령을 선출하는 독특한 방식까지 발명해 냈다. 대통령을 선출하는 방식, 즉 ‘선거제도’는 미국 정치의 속살을 제대로 보여주는 거울이자 역사적 진화의 산물인 것이다.


권력구조, 선거제도, 정당제도 등 정치제도의 요체는 바로 ‘헌법’ 또는 ‘헌정체계’에 담겨있다. 헌법은 정치의 틀을 제공하고, 더 나아가 정치에 상시 영향을 주는 ‘젖줄’이기 때문이다. 헌법을 ‘정치법’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2016년 대선에서 일반투표에서 지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선거인단 제도에 항의하는 모습(필라델피아, Getty Images)

헌법은 국가를 운영하는 기본원리다.

미국식 민주주의를 담는 그릇이자 정치제도를 형성하는 큰 틀 역시 미국의 헌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대통령제와 관련해서 의문이 생긴다.

 헌법 입안자들은 “왜 의회중심제가 아닌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했을까?” “단원제가 아닌 양원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왜 선거인단 제도라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제도를 고안해냈을까” “상원 임기는 6년이면서 하원 임기는 2년으로 정한 이유는?” “상원의원은 각 주에 2명씩 균등하게 배분하면서, 하원은 인구비례로 의석을 배분하는 이유는?” “왜 헌법에 정당 조항이 없을까” 등의 의문점들 말이다.


이러한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서는 1787년 당시 헌법제정 회의에 참석한 55명의 대표가 어떠한 경제적, 사회적 배경과 정치적 입장을 갖고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의 배경과 입장을 이해하면 위에서 제기한 제반 의문점들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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