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첫사랑의 기억

[주말 휴재 안내]

by 춘식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주말 동안 연재를 잠시 쉬어가려 합니다. 억해와 서영의 이야기를 조금 더 깊이 있게 풀어내기 위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월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첫사랑은 왜 이렇게 오래 남는 걸까요?

누군가는 말합니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서 아름답다"고.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첫사랑이 오래 남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가 처음으로 배운 '설렘의 언어'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이름을 공책 귀퉁이에 몰래 적어보던 떨림, 복도에서 마주칠까 봐 두근거리던 심장, "안녕"이라는 인사 한마디를 위해 머릿속으로 백 번도 넘게 연습하던 그 순간들.

그때의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동시에 가장 순수하게 사랑할 줄 알았습니다.

조건도, 계산도, 손익도 없이 그냥 좋아서 좋아했던 시절.


김치볶음밥은 참 평범한 음식입니다.

냉장고에 남은 김치와 밥으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

하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만들어준 김치볶음밥은 세상 어떤 요리보다 특별합니다.


그 사람이 앞치마를 두르던 모습, 김치 볶는 냄새, "맛있어?"라고 묻던 목소리, 노른자를 터트리며 함께 웃던 그 순간.

그 모든 것이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기억이 됩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평생 우리의 입맛 어딘가에 남아있습니다.

서영이 말했습니다.

"첫사랑을 기억하는 건 좋지만, 거기에만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고.

이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우리는 때때로 과거의 아름다운 기억에 갇혀버립니다.

"그때가 좋았지" "그 사람만큼은 없어"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없을 거야"

하지만 과거에 머무는 것은 과거를 존중하는 게 아니라 현재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첫사랑을 기억하되, 새로운 사랑을 위한 자리도 남겨두어야 합니다.

과거의 사랑이 소중한 만큼, 미래의 사랑도 소중할 수 있으니까요.

과거를 사랑했던 사람,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 그리고 미래에 사랑할 사람.

그 모든 사랑의 이야기이니까요.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다시 만나요.

그리고 오늘 저녁, 사랑하는 사람과 평범한 김치볶음밥 한 그릇 어떠세요?

전 오늘 아내와 먹었습니다.

그 평범함 속에 특별함이 숨어있을 테니까요.

기억요리사의 주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