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요리사 ep.11-계란말이

떠난 사람은 우리가 슬퍼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by 춘식


토요일 저녁 이후로 일주일이 지났다.

서영과는 매일 문자를 주고받았다. 요리 학원 이야기, 일상 이야기, 별것 아닌 이야기들.

"억해야, 니 요즘 맨날 웃노?"

"그래?"

"응. 핸드폰 보면서 싱글벙글."

"...그런가."

월요일 오후, 가게 문이 열렸다.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성이 들어왔다. 깔끔한 정장 차림이었지만, 표정이 어두웠다.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예약 없이 와도 되나요?"

"네, 괜찮습니다. 앉으세요."

그가 자리에 앉자마자, 나는 그의 기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의 기억 속에는 군복을 입은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더 이상 이 세상에 없었다.

"손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김태양이라고 합니다."

"드시고 싶은 음식이 있으신가요?"

태양씨는 잠시 망설이더니 조용히 말했다.

"계란말이요."

"계란말이요?"

"네. 근데... 특별한 계란말이예요."

그는 가방에서 낡은 사진 한 장을 꺼냈다. 두 명의 젊은 남자가 군복을 입고 활짝 웃고 있는 사진.

"이 친구가... 제 절친이었어요. 박민우."

"...이었어요?"

"네. 5년 전에... 군 복무 중에 떠났어요."

태양씨의 목소리가 떨렸다.

"민우는 요리를 정말 좋아했어요. 군대에서도 짬짬이 요리를 배웠죠. 그리고 휴가 때마다 저를 자기 집으로 초대해서 요리를 해줬어요."

"그중에 계란말이가 있었군요."

"네. 민우가 만든 계란말이가... 정말 맛있었어요. 지금까지 먹어본 계란말이 중에 제일 맛있었어요."

태양씨는 사진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이 민우 기일이에요. 5년째예요."

"..."

"그래서... 민우가 만들어주던 그 계란말이를 다시 먹어보고 싶어서 왔어요."

나는 그의 기억 속으로 들어갔다.


2002년 여름, 민우의 휴가 날.

태양은 민우의 집으로 초대받았다. 민우의 부모님은 여행을 가셔서 집에 없었다.

"태양아, 오늘 내가 특별한 거 해줄게."

"뭔데?"

"계란말이!"

"계란말이? 그게 뭐가 특별해?"

"야, 내가 만드는 계란말이는 달라. 진짜 맛있어."

민우는 부엌으로 들어가서 요리를 시작했다.

민우의 계란말이

계란 5개를 볼에 깼다.

"태양아, 계란말이의 비법은 뭔지 알아?"

"뭔데?"

"우유야. 우유를 넣으면 부드러워져."

우유 3큰술을 넣었다.

소금 1/3작은술, 설탕 1/2작은술을 넣었다.

"설탕을 넣으면 은은하게 달아서 더 맛있어."

다진 파 2큰술, 다진 당근 1큰술을 넣었다.

"야채를 넣으면 식감도 좋고 색감도 예뻐."

젓가락으로 계란물을 풀었다. 너무 세게 풀지 않고, 노른자와 흰자가 살짝 섞일 정도로.

"너무 세게 풀면 거품이 생겨서 안 예뻐."

팬을 중약불로 달궜다. 기름을 두르고 키친타월로 골고루 펴 발랐다.

"기름을 골고루 발라야 계란이 들러붙지 않아."

계란물의 1/3을 부었다. 팬을 기울여서 얇게 펴졌다.

"첫 번째 층은 얇게 깔아야 돌돌 말기 좋아."

가장자리가 익으면 앞쪽부터 돌돌 말았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은 계란을 팬 한쪽으로 밀어두고, 다시 기름을 살짝 두르고 계란물을 1/3 부었다.

"이미 만 계란 밑으로도 계란물이 들어가야 해."

젓가락으로 말아둔 계란을 살짝 들어서 밑으로 계란물을 흘려보냈다.

다시 돌돌 말았다.

같은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했다.

"완성!"

계란말이를 도마에 옮겨서 한입 크기로 썰었다. 단면이 예쁘게 보였다.

"자, 먹어봐."

"오..."

태양은 계란말이를 한 입 먹었다.

"미쳤다. 진짜 맛있어."

"그치? 내가 뭐라고 했어."

"야, 너 전역하면 요리사 해라. 진짜 잘한다."

"그럴까? 사실 나도 요리사 되고 싶긴 해."

"진짜로 해. 너 재능 있어."

민우는 환하게 웃었다.

"그래. 전역하면 요리 학원 다녀볼게. 그리고 나중에 작은 식당이라도 차리면, 너 맨날 공짜로 먹여줄게."

"오케이. 약속이다."

두 친구는 계란말이를 먹으며 미래를 꿈꿨다.

하지만 그 미래는 오지 않았다.

두 달 후, 민우는 훈련 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태양씨의 기억을 보며 가슴이 먹먹했다.

"태양씨."

"네."

"제가 만들어드릴게요. 민우씨의 계란말이를."

"...정말요?"

"네. 기다려주세요."

나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억해씨!"

서영이었다.

"서영씨? 오늘은 무슨 일로..."

"그냥 지나가다가 들렀어요. 혹시 바쁘세요?"

"아니요, 손님 한 분 계시긴 한데..."

나는 태양씨를 가리켰다. 서영은 태양씨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혹시... 제가 도와드릴까요?"

"네?"

"사장님 요리하시는 거요. 저도 이제 좀 배웠으니까, 거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잠시 생각했다.

"...좋아요. 함께 해요."

우리는 함께 주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은 무슨 요리예요?"

"계란말이요."

"계란말이? 간단하네요."

"간단하지만... 마음이 많이 담긴 계란말이예요."

나는 서영에게 태양씨의 이야기를 간단히 설명했다.

"...그렇구나. 그럼 더 정성스럽게 만들어야겠네요."

"네."

계란말이 만들기

"서영씨, 계란 5개 깨주실 수 있어요?"

"네!"

서영은 조심스럽게 계란을 볼에 깼다.

"우유 3큰술 넣어주세요."

"우유요? 계란말이에 우유를 넣어요?"

"네. 그러면 더 부드러워져요."

"와, 몰랐어요."

소금 1/3작은술, 설탕 1/2작은술을 넣었다.

"설탕도 넣는구나..."

"은은한 단맛이 나면 더 맛있어요."

"저도 나중에 이렇게 만들어봐야겠어요."

다진 파 2큰술, 다진 당근 1큰술을 준비했다.

"서영씨, 이거 섞어주실래요?"

"네!"

서영은 정성스럽게 계란물을 풀었다.

"너무 세게 풀지 마세요. 거품이 생기면 안 예뻐요."

"알겠어요."

팬을 중약불로 달궜다. 기름을 두르고 키친타월로 골고루 펴 발랐다.

"서영씨, 계란물 좀 부어주세요. 1/3 정도만요."

"네!"

서영이 계란물을 부었다. 나는 팬을 기울여서 얇게 펴졌다.

"와, 진짜 얇게 펴지네요."

"첫 번째 층은 특히 얇아야 해요."

가장자리가 익으면 젓가락으로 앞쪽부터 돌돌 말았다.

"서영씨, 보이세요? 이렇게 말아요."

"네, 신기하다."

말은 계란을 팬 한쪽으로 밀어두고, 다시 기름을 살짝 두르고 계란물을 부었다.

"이제 서영씨가 말아보세요."

"제가요?"

"네. 천천히 하면 돼요."

서영은 조심스럽게 계란을 말았다. 조금 삐뚤삐뚤했지만 정성스러웠다.

"잘하셨어요."

"정말요?"

마지막 계란물을 부어서 나는 마지막으로 말았다.

"완성!"

계란말이를 도마에 옮겨서 한입 크기로 썰었다.

"우와, 예쁘다."

서영이 감탄했다.

단면이 노랗고 예뻤다. 파와 당근이 박혀있는 모습이 마치 꽃무늬 같았다.

접시에 담아서 테이블로 가져갔다.

"계란말이 나왔습니다."

태양씨는 계란말이를 보더니 눈물을 흘렸다.

"이거... 이거예요. 민우가 만들어주던 그 모양이에요."

"드셔보세요."

태양씨는 젓가락으로 계란말이 한 조각을 집었다.

입에 넣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한참 후 눈을 뜨더니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이 맛이에요... 민우가 만들어주던 그 맛이에요."

나와 서영은 조용히 그 옆에 앉았다.

"민우가... 여기 있는 것 같아요. 옆에서 '맛있지?'라고 물어보는 것 같아요."

태양씨는 계속 울면서 계란말이를 먹었다.

"민우야... 미안해. 너 전역하면 식당 차린다고 했잖아. 나 공짜로 먹여준다고 했잖아."

"..."

"근데 난... 한 번도 못 먹어봤어. 네 식당에서."

태양씨의 어깨가 흔들렸다.

서영이 조용히 물티슈를 건넸다.

"태양씨."

내가 말했다.

"민우씨는 태양씨가 우는 걸 원하지 않으실 거예요."

"...하지만..."

"민우씨는 태양씨가 행복하게 사는 걸 원하실 거예요. 그리고 가끔 이렇게 자신을 기억해주는 것만으로도 기쁘실 거예요."

태양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우씨의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그 꿈을 태양씨가 기억하고 있잖아요.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요."

"...네."

서영도 말했다.

"저도 남편을 잃었어요. 그래서 태양씨 마음 조금은 알 것 같아요."

"...그러셨구나."

"처음엔 정말 힘들었어요. 근데 이 사장님이 알려주셨어요. 떠난 사람은 우리가 슬퍼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고. 우리가 행복하게 사는 걸 원한다고."

"..."

"그래서 저는 이제 남편을 기억하면서도, 제 인생을 살아가려고 해요. 그게 남편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태양씨는 눈물을 닦았다.

"감사합니다. 두 분 다."

"천천히 드세요."

태양씨는 계란말이를 다 먹고 일어났다.

"이거... 얼마예요?"

"받지 않겠습니다."

"그럴 순 없죠."

"오늘은 민우씨 기일이잖아요. 민우씨를 위한 거예요."

태양씨는 한참을 나를 바라보다가 깊게 고개를 숙였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잘 가세요. 그리고... 행복하게 사세요. 민우씨를 위해서라도."

"...네. 그렇게 할게요."

태양씨가 나간 후, 서영이 나를 바라봤다.

"사장님."

"네?"

"오늘... 제가 도움이 됐나요?"

"물론이죠. 서영씨가 없었으면 혼자 했을 텐데, 함께 해서 더 좋았어요."

"다행이다. 저도 사장님처럼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서 기뻤어요."

서영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사장님."

"네?"

"우리 잘 맞는 것 같지 않아요? 함께 요리하는 거."

"...그러네요."

"다음에도 손님 오시면 저 불러주세요. 같이 하고 싶어요."

"그럴게요."

서영은 앞치마를 벗으며 말했다.

"저 이제 가볼게요. 오늘 학원 가야 해서요."

"네, 조심히 가세요."

"사장님도!"

서영이 나가려다 문 앞에서 돌아봤다.

"사장님, 이번 주 금요일 저녁에 제 집으로 올래요? 제가 직접 만든 요리 대접하고 싶어요."

"...좋아요."

"약속이에요!"

서영은 손을 흔들며 나갔다.

서영이 나간 후, 해한이가 주방에서 나왔다.

"억해야."

"응."

"서영씨 완전 니 좋아한다."

"...알아."

"니는?"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슴은 이미 대답하고 있었다.

나도... 서영이 좋았다.

작가의 이전글기억요리사 ep.10-토요일 저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