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아내가 쓸개 빠진 이가 되지 않도록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사실 지난 글(과 이번글의 일부)은 ㅇㅇㅁㅁ병원 종합건강검진센터의 대기장소에서 아내를 기다리며 쓰여졌다.
(오랜 만에 앉아서 길게 글 쓸 시간이 있었던 거죠)
작년 건강검진 후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5개월 만의 건강검진.
작년 가을 아내의 건강검진 결과에서 처음 보게 된 '담석', '담낭벽 비후' 라는 단어.
특별한 증상이 없었기에 별도 검사를 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러다 최근 저녁식사 후, 찬물을 마신 걸 계기로 상복부 통증을 호소하는 일이 있었다.
잠깐 아프고 끝난게 아니라 새벽 내내.
원래 아이들의 잠꼬대, 몸부림에 잠이 깊게 들지 못한 나.
아내의 뒤척임까지 더해 잠이 오지 않을 때 담석, 담낭벽 비후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이 때 짧은 시간 내 많은 정보를 취합하기 위해 AI를 활용했다.
지난 글에 언급했듯이 나는 여러 실험과 사례를 통해
생성형 AI에게 진정한 의미의 ‘지능’- 특히 판단력이나 예측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수많은 텍스트를 처리하고 수집하고 분류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는 것은 부정하지 않는다.
바른 인지적 전제만 가지고 있다면 사용자가 빠른 판단을 하는 것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적절한 정보를 요구하고, 활용 자료 범위의 구체화, 다양한 해석 가능성 등을 수집한 후 선택지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AI에게 의사를 대신하여 처방을 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 눈, 코, 입, 귀, ‘감’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신체기관들의 기능을 활용해 판단을 하는 의사에 비해, AI는 텍스트화 정보를 가지고 관련 정보를 제안의 형식으로 제공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아내의 증상, 작년 건강검진 상의 소견, 또 여러 검사 상의 수치를 입력한 후, 여러 가능성을 확인해볼 때는 도움이 되었다. 특히 의료계 전문인을 만나기 전에 예습하기로는 충분하다. 의사라는 전문인의 권위에 무분별한 신뢰가 아닌 'informed decision 합리적 결정'을 할 수 있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거다.
나는 출근해서 올해 진행하지 않은 건강검진을 배우자만 최대한 빨리 할 수 있는 날짜로 예약을 했고, 추가비용이 드는 검사로 간MRI를 선택했다. 그리고 ㅇㅇㅁㅁ병원에 유선으로 최대한 빠른 검사를 할 수 있는 날짜가 어딘지 아내에게 연락이 가도록 온라인으로 예약했다.
다행히 건강검진 일정보다 더 빠른 날짜가 잡혔다. 그렇게 예약이 된 ㅇㅇㅁㅁ병원 소화기내과에서는 배우 빰치게 생긴 미남 의사선생님께서 작년 10월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해석을 해주고, 바로 CT와 초음파내시경을 예약하라고 했다.
왜 오늘은 상복부 초음파 검사를 해서 변화가 있는지 안 봐주는 거지?
거의 6개월 전 결과인데?
이 의문을 던지지는 못했다.
사전 예습을 통해 현재 의사의 판단이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효율적인 건지는 충분한 예습이 되어있다.
담낭을 절제 할 필요가 있을지 가장 가까이 가장 선명하게 보고자 하는 방법.
하지만 초음파내시경 비용은 90만원+ CT는 20+만원.
아무 것도 모른 채 병원에 갔다고 생각해보자.
담낭(쓸개)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보편적인 프로토콜로 ‘"예방적 절제술"을 권유 받는다.
담석만 제거해도 담석은 재발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담낭 자체를 제거하는 게 좋단다.
그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인지 의문을 갖기도 전에 의사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신뢰하는 것이 환자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였을 것이다.
“어차피 담즙은 간에서 생성되는 거라서 괜찮아요.
담낭은 그냥 저장해두고 필요할 때 쓰는 곳이라 몸이 적응해요”
수술을 쉽게 권유하는 이유는 그게 리스크 대비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결론에 근거한다.
보존적 관리와 유사시 리스크를 비교하면 '담즙 저장소' 역할 밖에 하지 않는 담낭에 대한 선택지는 '절제'라는 결론에 더 쉽게 도달 할 수 있게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20-30여년전 '맹장은 퇴화한 기관'라는 해석은 진화론의 편견이 영향을 미친 안좋은 사례 중의 하나가 되었다. 현재는 장내 유익균을 보관하는 저장고로 면역체계를 유지하는데 기여하는 기관으로 알려진다.
담낭 역시 그렇다.
그저 없어도 되는 담즙 저장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좀 더 살펴보면 담낭은 담즙의 농도를 조절하고, 소장의 ph밸런스 조절, 면역시스템, 장내미생물, 노폐물관리, 신진대사 내 신호체계, 염증 관리, 지용성 비타민 대사, 암 예방에도 기여한다.
자, 내 기준으로서는 이제서야 제대로 된 리스크 분석이 가능하다.
원인 파악이 너무 복잡해서 불가능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는 대증치료 위주의 서양의학.
어떤 상황에서도 ‘절제’는 ‘치료’와 동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절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해한다. 하지만 그게 1옵션이 되게 두는 건 지적인 게으름이 될 수 있다.
의사는 환자의 생활습관, 어떤 게 담석의 원인이 되는 데 기여하고 있을지에 대한 의견도 만장일치는 없다. 인과관계 분석이 어렵지만 두 종류로 나눠진다.
보편적으로 지방 섭취시 ‘문제가 있는 담낭’에 통증이 발생하니, 저지방식을 권유한다. 하지만 담석의 발생 원인이 담낭에 보존된 담즙이 분비되지 않고 오랫동안 ‘고여 있어서’ 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규모 실험이지만 소량의 지방을 섭취한 그룹이 지방을 완전히 배제한 그룹보다 담석형성률이 현저히 낮았다. 초저지방 식이요법은 오히려 담즙이 담낭 안에 갇혀 담즙 슬러지가 딱딱하게 굳는 현상을 가속화 한다는 논리다. (관련 연구 하단 첨부)
이런 정보를 일일이 찾았다면 비침습적 대안을 찾는 게 훨씬 느리고 어려웠을 것이다.
앞으로의 대응은 물론 다른 검사와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조정해야겠지만, 원인과 작용기전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보존적 관리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또 어떤 상황이 응급상황의 전조가 될 수 있는지도 알고 대비할 수 있게 준비하면 되지않을까-
아내는 십여년만에 위내시경(수면)을 했고, 내 십수년간 건강검진 역사상 처음으로 추가비용을 내는 검사로 간MRI도 했다.
이 역시 간MRI를 하면 담낭쪽도 확인가능하다는 정보를 AI를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였다. 유선으로 연락한 건강검진예약을 상담하는 간호사는 ‘간MRI를 하면 담낭쪽도 확인가능한 것으로 아는데 - 하고 물으니 ‘안내지에는 그런 건 안 써있다’며 모르겠다고 했고.
아무튼 그렇게 검사를 마치고 처음으로 CD를 한 장 받아왔다. 여차하면 1달이나 기다려야 하는 집에서 먼 병원의 초음파내시경이나 CT 대신 집에서 가까운 은평성모병원에 가서 2차소견을 받아볼 수 있도록.
AI? 이렇듯 유용하다.
MS-DOS, C 에 비교하면 자연어와 많이 유사해진 파이썬을 통해 코딩이 가능해진 것처럼 이제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말, 그리고 스펠링도 틀리고 문법이 틀리고 (물론 부정/긍정은 똑바로 써야겠지만) 외국어를 섞어써도 사용자의 요구를 (대부분) 알아듣고 (얼추) 필요한 답변을 제공할 수 있게 된 거다.
하지만 늘 스스로에게 상기시켜야 하는 것은 진정한 지능이 아니라는 것.
판단력을 위임해서는 안된다는 것.
혹자는 기획을 위해 AI를 활용하면 좋다고 한다.
기획력이 정말 부족한 공대 출신이라면 그게 큰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다.
텍스트 덩어리 속에서 관련 주제에 관한 텍스트를 받아내면 거기서 다듬어 가기가.
하지만 지능이 없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잊고 기획을 맡기면 엄청난 걸 마주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전체 프로젝트가 삽질에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
내 직장생활 속에 찾아온 이 에피소드는 다음 기회에.
유튜브 동영상 요약은 절대로 챗GPT에게 시키지 말 것
(유튜브는 구글 소속. 제미나이에게 부탁하세요)
질문에 대한 답변시 의인화 하는 것을 중단할 것을 기억하라고 명령
->일라이자 효과 (Eliza Effect) 예방)
“-습니다/ ~어요” 등 어미를 붙이는 대신, “-했음. -함” 으로 정보전달에 치중하라고 명령
언제나 답변에 포함된 참고자료와 그 웹페이지URL를 문서 하단에 나오게 할 것을 요청.
담낭 질환에서 저지방 식이에 대한 전통적인 권고를 재평가한 최신 체계적 문헌 고찰
연구 제목: Modified dietary fat intake for treatment of gallstone disease in people of any age (전 연령대 담석 질환 치료를 위한 지방 섭취 수정 요법)
저자: Madden AM, Smeeton NC, Culkin A, Trivedi D.
발행일: 2024년 2월 19일
주요 내용: 전통적으로 권장되던 저지방 식이가 담석 증상 완화에 효과적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며, 오히려 지방을 너무 제한할 경우 담즙이 배출되지 않고 정체될 위험이 있음을 시사함
URL: https://www.cochranelibrary.com/cdsr/doi/10.1002/14651858.CD012608.pub3/full
지방 섭취량과 담석 형성률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가장 유명한 고전적 연구 중 하나입니다. (주로 비만 학계에서 인용되어 Obesity Research 문맥으로 언급됨)
연구 제목: Gallbladder motility and gallstone formation in obese patients following very low calorie diets. Use it (fat) to lose it (well) (초저열량 다이어트 중인 비만 환자의 담낭 운동성 및 담석 형성: 지방을 사용해야 잘 뺀다)
저자: Festi D, Colecchia A, Orsini M, et al.
발행일: 1998년 (International Journal of Obesity 게재)
주요 내용: 지방 섭취를 하루 3g 미만으로 제한한 그룹은 **54.5%**에서 담석이 발생한 반면, 적절한 지방(12g)을 섭취한 그룹은 담석이 0% 발생했음을 입증했습니다. 이는 담낭 수축을 유도하는 최소한의 지방 섭취가 필수적임을 보여줍니다.
URL: https://www.nature.com/articles/0800634
최신 임상 가이드라인 및 리뷰 논문으로, 무증상 담석 관리 및 식단의 역할을 다루고 있습니다.
연구 제목: Current treatment strategy for asymptomatic bile duct stones & Management Update (무증상 담석 및 담관 결석의 최신 치료 전략)
학술지: Expert Review of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2025) 또는 Gastroenterology (AGA Update)
주요 내용: 담낭의 기능을 보존하기 위해 '자극 식단(Stimulating meal, 적절한 지방 포함)'이 담즙 정체를 예방하는 예방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수술이 아닌 보존적 관리의 비중을 높이는 추세를 반영합니다.
관련 논문 URL: https://pubmed.ncbi.nlm.nih.gov/41211742/
추가 관련 연구 (2025): BMC Gastroenterology (2025) - METS-VF as a novel predictor of gallston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