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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폴리 Feb 13. 2021

돈!

뉴욕 땅값과 프리페브 홈 (모듈러 주택)

이제 드디어 집 지을 돈에 대해 이야기 할 것이다. 작년 2020년 10월에 제목만 써놓고 지금 쓰기 시작하는 이 주제... 돈! 아아아. 젠장. 몇 번을 썼다 지웠는지. 비트코인 얘기도 하고 별별 잡소리를 하다가 싹 지우고 다시 쓴다.


간단히(?) 내 자금 상태를 이야기하자면, 나는 요즘시대에 흔한 고학력 빚쟁이 밀레니얼이다. 부모님은 노후자금을 내 학비에 쏟아부으셨고, 모르는 사이에 대출까지 받았다. 그렇게 얻어낸 고학력 스펙으로 뉴욕에서 얻은 일자리는 돈을 모으기엔 연봉이 간당간당했다. (미국 의류업계 디자이너 초봉 평균 4~5만 달러. 난 그나마 석사라 6만 달러 언저리에서 시작했다.) 꿈에 그리던 듸좌이너-_-가 되었지만 현실은 그냥 회사원이었다. 위에서 시키는대로 그림 그리고 자시고. 월급은 통장을 스쳐갈 뿐. 30% 세금+보험금을 떼이고, 뉴욕의 월세를 내고, 학비 분할금을 내고, 전기/가스/인터넷/폰비를 내고, 식료품/생필품을 사고 교통비를 내고 나면 남는게 거의 없었다. 룸메이트들과 월세를 나누어내고, 외식도 거의 안하고, 옷은 회사에서 생기는 샘플을 줏어다 입었다. 심지어 안 입게된 옷들을 이베이 같은데에 열심히 팔았다! 마지막으로 옷을 돈 주고 산게 레알 기억이 안난다. (#패션디자이너의모순) 3년전 쯤 좋은 상사를 만나 연봉이 올라서 간신히 돈을 좀 모으기 시작했더니, 회사가 상사를 짤랐고, 얼마 후에는 코로나가 닥쳐서 직원 전체의 절반을 짤랐고, 나도 짤렸다. 


그게 벌써 1년 전. 


가느따란 인맥 덕으로 프리랜서로 일을 할수 있게 되긴 했지만, 전에 벌던 것의 절반 정도다. 일 자체가 별로 없다. 지금 뉴욕 패션업계는 코마 상태다. 코로나로 집에 다들 갇히자 제일 먼저 망한게 미국의 백화점들이었고 도미노 현상으로 백화점들에 납품하던 패션 브랜드들도 휘청거리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을 할수야 있지만 쭉 집에 있게 된 사람들은 기껏해야 츄리닝이나 요가 바지를 살 뿐이다!! (룰루레몬 주가 쭉쭉 올라감) 경제가 마비되고 코로나 지원금이 풀리고 금리가 내려가자 미국의 나같은 사람들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월세를 내느냐 vs. 집을 사서 싼 금리로 모기지 내느냐. 어차피 매달 내야하는 돈인데 모기지를 내면 나중에 내 집이라도 생기지 않는가. 월세는 그냥 쌩돈 나갈 뿐이지. 더군다나 코로나 땜에 집에 갖히자 사람들이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왜 이러고 살지? 좀 인간다운 집에서 사람처럼 살자! 금리도 싼데 지금이 기회야! 그래서 미국에 코로나형 부동산 붐이 일었다. 10억원(대략 백만 달러. 영어로 1밀리언 달러.) 내외의 근교의 마당 있는 작은 집들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라 경매하듯 가격이 올라갔다. 나도 집을 장만하는게 원래부터 1순위였지만 이제는 좀 더 디테일하고 절박하게 '도시를 탈출해서 예쁜 집'에서 사는게 0순위가 되었다. 


근데 내가 지금껏 모은 돈은 고작 5만 달러 정도. 적어도 25만 달러는 있어야 100만 달러 짜리 집 값의 25%를 현금(다운페이먼트)으로 내고 모기지 승낙을 받을수 있다. 근데,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 뉴욕시 퀸즈구에서 백만 달러 짜리 집은 어떤 집일까? 난 실물을 요앞에서 봤다. 지금 살고있는 이 아파트 맞은 편에는 오래된 3층짜리 타운하우스 집들이 사이 공간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그중 하나가 거의 귀신의 집 처럼 쓰러저가고 있었다. 거의 다 뿌시고 새로 지어야할 정도의 낡은 집. 근데 그 집이 백만 달러에 올라와있었다. 젠장할 그냥 땅 값만 1 밀리언. 그것도 양 옆 집과 공간도 없이 벽 하나로 딱 붙어있는 얇고 긴 좁은 땅. 하하하하. 이 동네 (뉴욕시 퀸즈구)에서 집을 사는건 무리다. 뉴욕 집값은 그냥 미쳤다. 여긴 코로나로 인간이 다 죽어버리지 않는 이상 집값이 안 내려갈거야. 


참고로 미국의 집 중앙값(평균 말고 리스트업 했을때 딱 중간에 오는 가격)은 2019년 질로우 기준 22만6,800 달러다. 100만의 ¼도 안된다고!! ㅜㅜ


어, 그런데 코로나시대가 되고나니, 맨하탄으로 매일 출근할 일이 없어졌다. 대부분 디지털로 그림 그리고 이메일 주고받는 거라 집에서 다 가능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나가서 핏팅하는 것 만으로도 프로잭트가 굴러가는 것이다. 그러면 내가 굳이 뉴욕시티에 살 필요가 없잖아? 뉴욕하면 다들 뉴욕시티(맨하탄과 그 주변)만 떠올리지만, 사실 여기는  이름도 뉴욕이다. 뉴욕주 뉴욕시. 매일 출근할게 아니라면 뉴욕시에 굳이 힘들게 붙어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외곽에 살아도 뉴욕주에 살고 있다면 여전히 어디가서 뉴욕에 살고 있다고 말 할수 있는 것이다. 



사실 "나 뉴욕 사는 사람이야~"에 연연하지 않는다면 주변에 뉴저지, 펜실베니아, 코네티컷으로 이사가도 2시간이면 맨하탄에 닿는다. 그리고 세금도 덜 낸다! 시부렁 뉴욕이 다 뭐야. 필요없어! 어차피 유럽에서 건너 온 해적들이 원주민들 땅 차지해서 지네들끼리 자로 죽죽 긋고 이름 붙인거쟈나!! 그리하여, 부동산 앱(질로우zillow.com)을 켜고 반경을 넓혔다. 맨하탄(회사 사무실)까지 최대 2시간. 어차피 맘에 드는 집은 없으니까 그냥 맨 땅을 찾아보자. 땅 사이즈가 0.3에이커. 1에이커... 1에이커가 얼만하더라? 디즈니 곰돌이 푸가 사는 숲이 "100 Acre Woods" 아니었던가?


넓은 땅에 살아서 좋겠다 이 곰돌이 시키야. (Winnie the pooh 100 Acre Woods)

구글검색: 1 acre = 1224.17 평!! 헐. 곰돌이 푸 이 자식, 겁나 넓은 숲에 살고 있었구나! 


반 에이커만해도 600평이다. 그런 넓은 땅들이, 맨하탄에서 차로 1~2시간 거리에 있는 땅들이 무려 $1~2만에 올라와있다. 뭐지, 왜 이것밖에 안하는 거야. 잘못 된 건가?? 잘못 된 게 아니었다. 뉴욕주를 벗어나 뭐 웨스트 버지니아니, 와이오밍이니 하는 듣보잡 허허벌판/숲이 널린 주로 나가면 몇 천 에이커가 그냥 막 몇 천 불에 올라와있었다. 미국은 그냥 땅이 허벌나게 넓은 나라였고, 뉴욕시티가 그냥 비정상적으로 비싼 것 뿐이었다. 


어차피 3년 동안 부동산앱 들여다봐도 맘에 드는 집 1도 없고, 외곽에 땅이 이렇게 싸다면, 정말 집을 지어버리는게 낫지 않을까? 근데 집을 짓는다니, 너무 막막한데, 최종적으로 얼마가 들어갈지도 모르겠고, 업자들한테 사기 당할거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쯤, 그걸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희망을 준 것이 바로 요 장난감 같은 집이었다. 


이태리산 모듈러 홈!


이태리 모듈러 집 MADI home


뭐?? 집을 1주일만에 짓는다고?? 가격이 사이즈에 따라 $3~7만으로 정해져있다고?? 


땅을 $1~2만쯤에 사고, 집을 $3~4만에 사면 
지금 갖고 있는 $5만이면 집이 생기네!!
지금 당장 집을 살수 있어!!! 와아아아!! 


그리고, 그 희망은 몇 일 만에 후두둑 꺼져버렸다.... 암만 찾아봐도 저 회사는 가짜 같았다.;; 저 모듈러 집을 사서 살고 있다는 실제 케이스를 찾아볼수가 없었다. 집 가격도 외부에 기사로만 뜬거고, 공식홈에는 아무리 뒤져도 가격이 나오지 않았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계정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현실적인 정보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이메일로 직접 문의했지만 가격에 대한 대답이 없었다. 그리고 얼마지나자 회사가 둘로 나뉘었다(?) MADI HOME(https://madihome.com/) 과 A-FOLD HOUSE(https://www.a-fold.com/)로. 헐, 이거 뭐 페이퍼 컴퍼니 같은 사기 아냐? 이태리 사기꾼들?? (뭔가 영화에서 본 것 같다.) 카달로그만 멋지구리하게 만들어놓고!! 


이태리 모듈러 홈 제작회사 A-FOLD의 카달로그 (인데 가격 정보는 없음.... 1년 넘게 가격 정보가 안올라옴.)


카달로그만 보면 뭐 내가 원하는건 다 있었다. 자연 풍경이 들어오는 통창, 높은 천장, 아늑한 박공지붕, 패시브 하우스 수준의 두꺼운 외벽과 태양광 패널 옵션까지. 근데 1년 넘게 지켜보고 있는데도 실제 주문한 고객 리뷰는 없고, 오히려 기존에 그나마 뉴스가 올라오던 페이스북 페이지 마저 오늘 확인해보니 사라졌다. 코로나 때문에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지 뭔진 모르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미국에 있는데 굳이 집을 이태리에서 주문해온다는게 좀 비효율적이다. 집을 해외배송으로 주문한다니, 배송비는 도대체 얼마가 나올거며, 바다를 건너오는 세금도 붙을거 아냐?? 


하지만 저 집 덕분에 이런 모듈러 주택, 프리페브 홈이라는거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프리페브 집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자재, 디자인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집 짓다가 스트레스로 10년 늙을 일이 비교적 적다는 것-!!!


6~7평짜리 쪼매난 농가를 구매, 배송받은 어떤 할아버지 (EBS 건축탐구 집)


참고로 프리페브 홈 용어 설명:


프리페브 pre-fab : 공장에서 어느 정도 집을 만들어서 현장으로 옮겨서 짓는 모든 방식을 다 프리페브라고 한다. 공장에서 만드니까 작업환경이 편하고 빠르다. 집터에서 처음부터 지으려면 목재를 자르고 자시고 할때 눈오고 비오고 춥고 덥고 바닥은 진흙탕에 간이 화장실도 갖다놔야하고 여러모로 오래걸린다고. 집을 통으로 만드냐, 칸칸이 만드냐, 벽체만 만드냐, 재료 컷팅만 하느냐에 따라 가격 & 장단점이 달라진다.


모듈러 modular : 로보트 머리 몸통 팔다리가 따로 오듯이, 집을 칸칸이 컨테이너 트럭 위에 올라갈 크기로 제작해서 옴. 와서 걍 놓고 띡띡 맞추면 되니까 가장 빨리 지어짐. 단점은 운송시 파손될 위험이 있고, 가는 도중에 좁은 길이나 급커브를 통과해야하면 트럭이 못들어감. 특대형 트럭이라 운송비도 비싸서 집터에서 먼 업체는 비추. 미국은 대부분 땅이 넓고 도로도 넓고 산도 없는 허허벌판 지역이 많으니 이런 업체도 많은가봄.



페널라이즈드 panelized : 벽체만 만들어서 (창문까지 끼워서) 와서 조립함. 패시브하우스 경우 벽체가 특히 두껍고 특수해서 이 공정을 주로 쓴다. 모듈러에 비해 납작하게 쌓아서 효율적으로 운송할수 있는게 장점. 



프리컷 pre-cut : home kit라고도 불린다. 이케아 가구 처럼 목재 같은 재료들이 집 디자인에 맞춰 잘라져서 옴. 가장 콤팩트하게 포장되서 올수 있어서 가격도 싸고 운송비도 쌈. 좁은 시골길 같은데는 좀더 작은 트럭에 나눠서 들고 올수 있음. 단점은 킷트라는 거. 조립할 일이 많음. 회사에 따라 조립...이랄까 시공사를 연결해주기도 함. 


그래서, 미국의 프리페브 집은 도대체 얼마나 하는가!??


이 사이트: 프리페브 리뷰 닷 컴에 가보면 미국 프리페브 업체들을 리뷰해놓은 리스트가 있다. 여기 나열된 수십개의 회사들을... 난  A~Z까지 다 둘러보았다. 그중에 가격 & 디자인적으로 그나마 괜찮은 집들을 스크랩까지 했다!! 작년 가을에 거의 몇 주 동안 이것만 들여다봄.


(2020년 2월 환율 1달러=1100원)


830 sqf (23.3 평)에 33만 달러 (3억7천만 원) *운반비, site기초작업 포함 안된듯. 



825 sqf (23 평)에 24만 달러 (2억7천만 원) *1년 사이 가격 오름.



850 sqf (24평)에 대략 40만 달러 (4억4천만 원) *기초공사+운송비



1000 sqf (28평)에 대략 32만 달러 (3억5천만 원) *기초공사비+디자인비 5만달러로 쳤을때



1051 sqf (29.5 평)에 43만 달러 (4억7천만 원) *주방+욕실+기초공사 7만불로 쳤을때


그리고 두가지 결론을 내렸다. 


1. (내 취향의) 모듈러/프리페브집은 비싸다!! 300~400 $/sqf

2. 뉴욕주 근방에는 업체가 별로 없다. 대부분 서쪽(캘리포니아)에 있다. 


힝구.... :(


내 취향으로 단열이 잘 되고 모던하게 하려면 결국 시공가가 스퀘어피트sqf당 350~400 달러 정도 든다. 


여기서, 한국과 미국의 집 짓는 가격 차이가 궁금해졌다. 내가 한국으로 이사 갈 건 아니지만 그냥 한국의 건축방송/글을 많이 봐서 대략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집을 지으려면 평당 500이라는 말을 많이하는데, 자재나 디자인을 조금 신경써서 지은 집들은 평당 700만원 정도라는 이야기를 많이 본다. 패시브하우스면 700이 넘어가겠지. 


예를 들어 30평 = 1067.5 sqft 크기의 똑같은 집을 짓는다면:

한국에서 평당 700만 원으로 지으면 = 2억 원. 

미국에서 sqft당 400 달러로 지으면 = 42만7천 달러 = 4억7천만 원. 


와- 미국이 두배 넘게 비싸다아. ^_^ 

와씨, 한국으로 이사가야하나?? 그런데 난 로또가 되지 않는 이상 한국에 갈수가 없다. 내 밥벌이는 너무나 영어권 대도시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흑흑흑. 


핵심은 인건비다. 한국이 아무리 최저임금이 너무 올랐네 어쩌네 해도 미국보다는 아직 절반 정도 싼 것 이었다. 뉴욕주는 최저시급이 현재 2020년 기준 14 달러 = 15,400 원. 한국은 8,590 원. 


사실 저기까지 자료조사를 하고나자 소강상태에 들어갔었다. 설상 한국으로 이사를 간다해도 나는 2억이 없기 때문에. 걍 당분간은 돈을 계속 모아야한다. 그러다가, 최근에 다시 눈에 들어온 업체가 있었다. 바로 아브레임이다. 


(다음 글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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