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13

by 조영진

철학의 시작



바닥에 떨어진 먹이 말고

구름이 동자에 스미면

타조는 자신에게 묻 된다


내게도 날개가 있지 않은가








죽고 싶다는 말은 정말 목숨을 끊고 싶다는 말이 아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이따위로 살 거라면 죽는 게 낫다, 라는 생각을 자주 떠올리던 날들이 있었다.

누구의 말처럼 내게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을 테지만, 이상의 삶은 필요 없다는 확신만 서면 를 파괴할 권리는 언제나 사용 가능한 것이, 권리 사용에 조바심칠 필요는 없 것이었다.


평생 책과 멀리하던 사람이 늦게나마 활자의 맛을 알게 되면 외로 후회와 자책 날이 시작된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기 시작했더라면...


이런 후회와 자책 속에서 전율하며 책을 한 사발씩 보약 마시듯 읽었다. 으로 남은 삶이 내게 필요한 것인지 제대로 확인하고 싶었니까.

인식이 재정비되었고 논리와 합리가, 절제와 확신이 내면에 내장되기 시작했다. 독서의 부수적인 효과는 뜻밖의 것이었고, 나를 파괴할 권리의 사용은 무기한 연기되어 갔다.


삶에서 의미 있는 것들은 대개 무의미해 보이는 행위의 반복에서 우러나오는 것들이라는 걸 깨달았, 이 깨달음 이전의 나로 돌아가는 건 불가능함을 또한 깨달았다.


내 안에 잠재된 날개에 대해 골몰하며 눈으로 꿈 꾸었다.

개똥철학의 시작이었다.


현실 위에서 꿈을 꾸는 나는 안다. 타조 결국 날지 못할 것이다. 타조의 날개 가능성을 은유하는 재태로 머물겠지. 그러나,

날개를 읽어 낸 타조와 그렇지 못하는 대부분의 타조가 같은 타조일 수 있을까.


하늘을 날아다니는 미운 타조 새끼를 상상하는 이상한 타조 새끼...


그날 보았던 타조는 먹이를 던져주어도 쳐다보지 않았,

하늘에 걸린 흰구름만 바라보았다.

구름에 취한 타조는 날개를 잠시 폈다가 다시 접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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