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14

by 조영진



서툰 숟가락질에 국밥은 줄어들고 있었다


저 허기에게 닥쳐올 일에 대한 예감으로

국밥의 김은 무언가의 정신처럼 피고

한 세상 떠먹여 주고 싶은 내 눈은 시리다









아주 오래된 저가의 휴대폰으로 찍은 흐린 해상도의 사진다. 이 사진을 나는 소중히 여긴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어서 추억은 앨범에서 압사되기 마련이지만 이곳에서 심폐소생 시도해 본다. 인적 감상일 수 있지만 아버지라는 보편적 정서를 건드려볼 생각이다.


사진의 주인공은 내 아들다. 밥에 대한 허기로 돼지국밥 국물을 해장하듯 떠먹던 사진 속 어린 내 아들은 이제 군 제대를 앞두고 있다.

세월의 빠름을 은유하는 모든 표현은 상투적이다. 문학적 표현을 빌릴 필요 없이 지난 시간은 순간에 다름 아니다.


청년이 된 내 아들의 주린 배는 더 이상 내가 사주는 국밥 한 그릇으로 채워 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닐 것이다. 에 대한 허기보다는 밥을 버는 허기에 더 시달릴 테지.

복잡해질 아들의 허기는 자신만이 해결할 수 있을 것이고 방법은 지난할 것이다.


아들아, 교가 없고 절대자를 신뢰하지 않는 나는 너를 위해 기도 따위는 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책 제목처럼 기도하는 두 손은 잘라야 한다. 기도할 시간에 운동으로 몸을 가지런히 하고, 읽고 생각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네 스스로 그러하기를 바라건대,

너의 삶의 허기가 영혼의 허기이기를.

눈은 깊어지고 걸음은 느리되 단호하기를.

너의 삶이 버는 행위와 더불어 정당하기를.

무엇보다 너의 삶이 나의 그것과 같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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