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16

by 조영진

놀라지 마라


난 자리를 무덤 삼는 생이


그런데 나 아직

살아 있다








니가 깜짝 놀랄 만한 얘기를 들려주마.(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 "별일 없이 산다" 중)


불행하지 않다.

더 잃을 것이 없는 충만함을 너희가 알겠느냐.

한 가지 색깔로 족속인 너희들의 삶이 클리셰여서 가련할 뿐이다.


얇지만 견고한 뼈대가 있고

여전히 그림자를 거느리고 있으며

보이진 않겠지만 내겐

파고들어 대지의 깊은 곳을 장악한 뿌리가 있다.


나만의 계절이 올 것이다.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라면,

피뢰침으로 서서 자주 벼락 맞겠다.

그날의 난 너희들과는 다른 잎과 꽃을 피울 것이고, 세상에 단 하나뿐이 향기를 퍼뜨릴 것이다.


자! 여기까지 꼼꼼히 읽었다면 다시 사진을 보라.

내면의 길로 자발적 망명의 길을 떠난 자의 자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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