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마치면서

by 조영진

지금껏 돈 한 푼 모으지 못하고 시만 모았다. 나는 가난하여 부자다.


이 브런치북을 쓰기 위한 열여 번의 찰나가 있었다. 이 찰나들은 이제 영원이 될 수 있을까.


디카시를 쓰고 그 아래 그와 무관한 듯 무관하지 않은 짧은 에세이를 걸어놓는 글쓰기는 혼자서 꽤 오래 해오던 일기 쓰기 같은 것이서 여기서 연재는 끝나지만 내 일기장에서는 계속된다.


이런 식의 글쓰기를 좋지 않게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다. 디카시를 읽는 사람의 개인적 상상력을 제한한다고 지적한다면 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독자의 재미와 상상력 확장을 도모하는 에세이를 쓰려고 노력했다. 그런 효과도 없지 않을 것이라 믿지만, 실제로 유효했는지는 내가 판단할 일은 아니다.

문학은 이론이나 해석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내 신념에 저 충실을 뿐이다.


글이라는 건 읽는 사람보다 쓰는 자에게 훨씬 이로운 미디어다. 세상에 내놓여진 수많은 책들은 사실 저자 자신을 위한 행위의 결과물이다.


내가 쓴 글도 쓴 내게 훨씬 더 이로웠므로 제대로 읽는 사람 몇 되지 않는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실망 일은 아었다.


쓰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정리되었다.

적지 않은 고민들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었으며, 무엇보다 혼자 잘난 척 활자로 떠들어대는 동안 행복했다. 사람들이 모여 수다 떠는 일을 왜 그리 좋아하는지 글을 쓰면서 느낀다.


어딜 가나 읽으려는 사람보다 쓸려는 사람이 많은 시대다.

그래 좋다. 써 보자.

뭐가 될지 모르겠지만 쓸 때까지 쓰면서 갈 데까지 가 보자.


언제 어디서든 즐겁게 읽을 것이고 쓸 수 있는 자로서 살 것이다.

다가올 날들에게 아첨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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