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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꽃돌이 Oct 04. 2020

너의 얼굴을 마주하는 건

Poem

키스할 때
너의 입술과 나의 입술이
만나는 거 만큼이나
서로의 얼굴은 가까워진다

볼록한 이마와
우뚝 솟은 코,
진하게 패인 인중,
통통한 볼을 부비면
기분이 좋아진다

귀고리 구멍없는 귓불,
부드러운 커브의 턱선,
목에 남은 너의 잔향은
거친 숨을 내쉬게 한다

눈을 감고도
기억해낼 수 있었던
너의 얼굴은 이젠

목이 타들어가고
턱이 빠지고
귀가 얇아지고
볼이 붓고
인중이 지워지고
코가 뭉개지고
이마가 흐르고

너의 얼굴을 더 이상
기억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입술의 주름 개수만큼이나
헤아릴 수 없는 너의 표정에
헤어질 때 사진 한 장 남기지 않은
무심한 나를 이해할까_


2018.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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