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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꽃돌이 Oct 07. 2020

12:02

Poem

매일 밤 12시를 넘겨 잠에 드면
남들보다 하루를 먼저 사는 기분이 든다
밤 12시 02분이 되면 꼭 내 생일인 것만 같아
케익에 촛불켜고서 축하받고 싶다

난 내 생일시를 참 좋아한다 하였고
넌 언젠가 낮 12시 02분도 생일이니
하루에 두 번 좋은 거 아니냐 했다
듣고 보니 나도 좋았다

우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난 파란색을 좋아한다 하였고
넌 'blueprint'란 단어도 있지 않으냐 했다
듣고 나니 심쿵했었다

메일의 서명으로 쓰는 시구절이
내 것과 같다는 사실에 끌렸고
시인을 기리는 영화 GV에서 네 어깨 위에
부끄러운 울음을 터트렸었다

오늘 아침 콩나물열차 안에서
너를 본 것만 같다
전에도 한 번 본 것 같다
읽던 시집과 함께 고개를 돌렸다

승강장에 타고 내리는 사람들 사이를
이리로 저리로 도망다녔다
대가리를 잃은 허연 콩나물 줄기마냥
노랗게 입안이 텁텁하다

먹지 못하는 독한 소주에
칼칼한 고춧가루를 타서
얼굴이 빨개지도록 마시고 싶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면 좀 나을랑가

내일 아침 너를 다시 보게 된다면
괴롭겠지만 힘들겠지만 그립겠지만
낮이고 밤이고 너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다_



2018.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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