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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꽃돌이 Oct 08. 2020

슬픈 족발

Poem


딸을 잃은
욕쟁이 족발집 할머니가
오늘 가게를 열었다

족발집에 손님들은
하나같이 안부를 묻고
할머니는 "우리 큰 딸이 죽었소"하고 답하는데
나는 그걸 바로 옆에서 듣다 보니
슬픔이 무한해진다

할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샘의 목구멍
슬픔이 가득 차오른다

트럭에 치어 죽었다던가
산에서 떨어져 죽었다던가
남대문 이웃 상인과 손님들 모두
할머니의 안부를 묻다가
조문객이 되어 돌아갔다

욕을 입에 달고 산다는 이유만으로
내겐 인사하고 싶지 않은 사람 리스트에
들었다가 오늘 처음으로 할머니에게
슬픈 인사를 드렸다



2018. 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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