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은 봄, 엄마와 손을 잡고 집 주변 공원을 지날 때가 있었다.
난 공원에 있는 운동기구로 달려가서 운동기구의 사용법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뛰어놀았다. 엄마는 벤치에 앉아서 나를 보거나 바쁠 땐 얼른 가자고 멀리서 나를 불렀다. 엄마는 공원을 지날 때마다 나무에 핀 꽃이 지난번에 비해 얼마나 폈고, 얼마나 예쁜지 이야기하곤 했다. 그땐 꽃이야 예쁜 게 당연한 것 아닌가하며 귀담아듣지 않았고 어떻게 하면 공원에서 좀 놀다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때 귀 기울여 듣고 기억해두었다면 그 시절 엄마의 생각과 감성을 지금 짐작해볼 수 있을 텐데.
나이가 들면서 나무가 하루하루 변하고 꽃망울이 꽃이 되어가는 모습을 함께 숨죽여 지켜보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모습에 감탄하기도 아쉬워하기도 하며 그렇게 봄을 보낸다.
인생을 살아오며 영원히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걸 알게 된 후, 꽃이 참 예쁘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꽃이 아무리 화려하고 향기로워도 항상 그 자리에 똑같은 모습으로 있다면 눈길이 가지 않을 것이다. 아직 조금 추울 땐 조그맣다가, 날이 풀린다 싶을 때부터 피어나 짧은 시간동안 빛나고 떨어질 때까지, 꽃은 매일매일 바뀌기 때문에 아름답다.
그 때 엄마는 알았을 것이다. 다음 해가 올 때까지 다시 이 꽃은 보지 못할 것이고, 다음 해가 와도 지금과 똑같은 이 모습은 아닐 것이라는 걸. 그리고 당신의 손을 잡고 있는 조그만 이 아이도 꽃처럼 왔다가 봄처럼 갈 거라는 걸. 어쩌면 참 예쁘다던 엄마의 말이 꼭 꽃에게만 하는 말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야 든다.